울산과 지진
울산과 지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5.2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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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인한 희생자, 피해소식을 들으면 인간도 결국 지극히 미약한 존재에 불과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한자리에 서서 7, 8시간 정교한 뇌수술을 하고 심장 마저 이식하는 그들이 불과 지하 몇 미터에 매몰돼 있는 동종(同種)을 구하지 못해 허둥대는 모습은 인간 스스로가 연출하고 있는 아이러니 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사전에 미진을 감지한 두꺼비, 들쥐, 개미마저 대피한 마당에 ‘만물의 영장’이 이런 낌새조차 채지 못하고 있었다니 무지함도 이에 더 할 순 없을 것이다.

수만 명의 인명을 앗아간 이번 원촨 대지진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이번 지진이 발생한 쓰촨성은 한자로 ‘사천성(四川省)’이라고 표기한다. 이 지역은 별미를 즐기기로 유명한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음식문화가 다양한 곳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중국음식점에만 가도 사천짜장, 사천짬뽕이란 메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쪽 음식은 약간 매콤한 맛이 특징이다. 제비혀 요리, 곰발바닥 요리 등도 그 지역에서 시작된 특미 중 일부다. 중국 개방개혁의 지도자 덩샤오핑도 이 지역 출신이다.

이렇게 인간이 ‘살고, 즐기는 곳’에서 2만여 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수십 만 명이 피해를 입는 참사가 벌어지게 한 것은 바로 자연재앙이다.

원래 거대한 섬이었던 인도는 북쪽으로 매년 15㎝ 씩 이동해 4천5백만년 전 유라시아 대륙과 충돌하면서 융기작용으로 히말라야 산맥과 티베트 고원이 생겨났다. 이번에도 인도지각판이 유라시아 지각판에 속해 있는 티베트 고원을 동쪽으로 밀어 부친면서 중국 쓰촨성 청두시 서북쪽에 위치한 룽먼산의 단층활동을 유발시켰다고 한다.

한편 이번 지진은 세계 최대규모의 샨샤댐 건설 때문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샨샤댐의 하중이 지반을 압박해 원촨 대지진이 발생했다는 중국현지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 그것이다.

실제로 샨샤댐의 저수량은 한국 소양호의 13.5배인 393억 톤이나 되고 면적도 서울의 1.8배인 1천84㎢에 달한다.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샨샤댐의 하중에 의해 쓰촨성 지진이 촉발됐을 가능성은 있지만 추측일 뿐”이라며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자든 후자든 간에 자연재앙 앞에선 미미하기 짝이 없는 ‘인간본래의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다.

울산, 경주, 양산지역은 소위 ‘양산 단충대’라 불리는 곳으로 국내에서 지진 발생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다.

포항 호미곶에서 경주, 울산, 양산, 부산으로 연결되는 지역은 원래 내륙지방에 바짝 붙어 있다가 구석기 시대부터 지금까지 약 25㎞ 정도 밀려 내려와 있다고 한다. 자세히 비유해서 설명하면 산사태가 났을 때 밀려 내려오는 흙더미 부분이 바로 ‘양산 단층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 혜공왕 15년 (A.D. 779년)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1백여명이 사망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당시의 신라 전체인구를 감안할 때 요즘으로 치면 수천 명의 희생자에 해당되는 셈이다. 특히 통신매체가 발달하지 못했던 당시 상황으로 비춰 볼 때 울산, 양산 등 인근지역 희생자까지 합치면 피해는 훨씬 더 컸을 것으로 추산된다.

근자에 와서도 울산과 지진은 직, 간접적으로 연관성이 있다. 지난 1983년 건설된 경북 경주 양남면 월성 원자력 발전소, 1978년에 준공된 부산기장 고리 원자력 발전소 건설 당시 지역민들이 반발했던 이유 중 하나가 ‘지진으로 인한 방사능 누출 가능성’ 때문이었다. 역사의 기록으로 보나 학설적 이론을 참고로 하나 울산지역이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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