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전문기자로 나서며
울산지역 전문기자로 나서며
  • 김잠출 기자
  • 승인 2012.10.04 2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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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언론계 27년. 오로지 방송에서 일해 온 세월이다. PD와 기자, 저널리스트와 프로그램 진행자로 일하며 신문과 잡지의 필자와 기고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동안 방송은 내게 늘 청춘이었고 꿈이었다. 신명나는 놀이터이자 인생의 신기원을 열어준 일터였다. 하지만 영상의 현란함 속에 살면서 나는 늘 책을 통해 아이디어를 구하고 텍스트로 사고하고 기획했다. 텍스트를 활용한 읽기와 쓰기가 생존을 확인하는 통로였던 셈이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가슴 한 구석에 긴 호흡의 글을 쓰고자하는 욕구가 일었다. 퇴근 후 혼자 읽는 신문에 맛들이며 지면으로 독자를 만나고 싶기도 했다. 아직도 모르는 울산의 역사와 인물 이야기는 많고 새롭게 캐내고 쓸 것이 많을 것이란 생각이 자주 일었다. 지역의 언론이 관심이 적고 찾지 못하고 바로 보고 해석하지 못하고 있다고 여겼다. 그러다 보니 ‘울산 것’에 대한 소소한 스토리를 글로 써서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의욕이 점점 커져갔다. 모든 글의 주어를 ‘울산’으로 하고 울산의 이야기 가득한 글을 남기고 싶었다. ‘둔하지만 기록해 두는 것이 총기를 믿는 것보다 낫다‘는 둔필승총(鈍筆勝聰)’의 차원이었다. 방송과는 또 다른 맛을 느끼며 음미하는 깊이를 달리하고 싶었다. 오래 품은 생각이 현실화 되었다. 제일일보 호에 승선하기로 결심했다. 신문 저널리스트로서 첫 발을 울산전문기자로 시작하게 된 것도 영광이다.

울산제일일보는 이제 5살이다. 지역 언론의 막내이다. 실력도 경영도 제일이 아니다. 아직 넘어야 할 산과 해결할 과제도 많다. 성장에 따른 진통은 감수해야 하고 어려운 신문시장을 헤쳐 나가는데 버거울지 모른다. 하지만 제일일보는 점점 실하게 성장할 것이고 그것이 지역언론의 성장을 촉진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제일일보가 신뢰받는 언론으로 우뚝 서는 날지역언론은 더 알차게 경쟁하게 되리라. 제일일보는 그만큼 많은 현안과 숙제를 짊어진 젊은 신문이다. 아직은 어리지만 가장 가능성이 많고 할 일이 많은 지역언론이다.

지역신문은 지역이라는 영토가 있다. 울산의 언론은 울산이라는 영토에 깊이 뿌리내려야 한다. 그 영토를 빼앗겨서는 안된다. 울산 이야기, 울산 사람 이야기를 더 많이 발굴하고 지역민의 관심과 애정으로 커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제일일보는 울산을 살리는 다양한 실험을 망설이지 말았으면 한다. 지역 콘텐츠 위주로 승부하고 심층저널리즘을 활성화하면서 소셜 미디어와 결합한 멀티 언론이 돼야 한다. 지역 권력과 자본에 대한 비판과 견제는 버리지 않되 울산의 변화를 위해 신문을 만들어야 한다. 울산 사람들이 제일일보의 제목을 자주 인용하고 읽으면 힘이 되는 신문이 되어야 한다. 제일일보를 펼치면 울산이 보이고 청년들의 취업에도 도움이 되는 신문이어야 한다. 피플란은 그냥 사진이나 유명인들을 위해 사례하는 공간이어서는 안된다. 인간미가 묻어있는 울산사람 이야기를 더 많이 발굴하고 한 꼭지의 기사라도 누군가 메모하면서 읽을 수 있는 신문, 가족의 대화나 퇴근길 술자리에서 기사가 이야깃거리가 되는 신문을 만들어야 한다.

오늘도 나는 첨단기능의 디지털 미디어로 세상과 접속한다. 하지만 신문을 펼치며 하루를 시작하고 신문을 접으며 하루를 마감한다. 40년 동안 변하지 않은 유일한 습관이다. 리더(reader)가 리더(leader)가 된다고 한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 성공한 리더들의 공통점은 신문을 열심히 읽는다니 맞는 말이다. 대여섯 개의 일간지를 일일이 비교하며 섭렵하는 사람도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샅샅이 훑는 이도 있다. 광고나 인사, 동정란을 유독 챙기는 사람도 많다. 사설이나 대중연예란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트렌드를 파악하기도 한다. 이런 신문 애독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성공한 이들의 공통된 습관이라고 한다. 신문을 통해 세상을 읽고 신문을 읽으면서 자신의 성공을 설계하는 것이다.

그동안 지역신문은 여론 독과점과 편가르기의 폐해를 극복하고 정보의 편중과 여론 쏠림 현상의 폐단을 없애려 노력하며 지역발전을 위해 애써왔다. 이러한 지역언론에 도움이 된다면 그동안 방송 언론인으로 쌓아 온 경험을 보태는데 주저하지 않으려 한다.

제일일보에서 신문 저널리스트의 첫 길을 간다. 울산에 관한 모든 답을 준비하는 ‘울산지역 전문기자’로 나선다. 낯설고 조심스럽다. 언론사에는 정년이 있지만 언론인에게 정년이 없는 법. 다시 현역이다. 울산에 관한 모든 답을 준비하는 ‘울산지역 전문기자’가 되기 위해서다.

<김잠출 기획국장 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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