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풍년들겠네
올해도 풍년들겠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9.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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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일주일 간 비가 오는 통에 습한 공기를 날려 보내고 포쇄(曝 )도 할 겸 창문을 활짝 열고 책장을 정리하려는데, “며칠 있으면 니 생일이다”라는 엄마의 전화 목소리를 듣고 한참이나 말을 못이었다. 2대 독자집 셋째 딸이다 보니 놀라고 송구스러워 생일을 며칠 상간에 기억해 내지 못하는 통에 아예 주민등록 날짜대로 외식하는 날로 정해놓고 있는데, 미안하다면서 매년 이렇게 챙겨주신다.

곧 추석이다. 한 해의 결실이 풍성함을 반기면서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하여라’고 한다. 추석에는 시장에 가서 생선을 살 때 그 시장에서 제일 큰 놈으로 준비한다. 혹시 이 보다 더 큰 게 있나하여 왔다 갔다 여러 차례 한 다음 골라서 사 온다. 그 나마 다행인 것은 떡방앗간에 가서 줄 서는 일은 없었다. 아버지가 떡 보다는 네모 모양의 카스테라를 제사상에 올리라고 한 덕분이다.

달에서 토끼가 떡방아 찧는다는 이야기가 아폴로우주비행선이 달에 갔다 온 이후로 머쓱해지긴 했으나, 중국에선 둥근 보름달 속에 두꺼비나 토끼가 있고 계수나무를 찍는 사람이 있다는 설화가 전래되어 오며 달을 숭배하는 종교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중국 사람들은 8월 추석에는 둥근 달 모양 같이 만든 월병(月餠)을 즐겨 먹는다. 그들은 추석에 뜨는 달이 가장 아름답다하여 추석날 달에 바치는 물건들은 둥근모양의 상징성을 가진다. 예를 들면, 조롱박은 가정의 결속, 석류는 자손의 번성, 배는 가정의 평안을 상징한다.

추석이 되기 전 백로(白露·24절기의 15번째, 양력 9월 7일 내지 9월 8일)를 전후하여 조상의 묘를 벌초하는데 이를 참초(斬草)라 하여 잡초는 뿌리 채 뽑아야 한다는 뜻을 가지고 묘를 다듬는다.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신라시대부터 8월 보름이면 6부(部)의 여인들이 베짜기 시합을 하면서 이 날을 즐겼다고 한다. 이 책 경주부 풍속에 ‘을야의 길쌈’으로 소개된 내용은, 신라 제3대 유리이사금(儒理尼師今 재위 24년~57년) 대에 왕녀 두 사람으로 하여금 부 내의 여인들을 거느리고 6부를 두 편으로 나누어 가을 7월 16일부터 매일 일찍 대부(大部)의 뜰에 모여서 길쌈을 하다가 을야(乙夜-2更)에 이르러 헤어지곤 하였다. 8월 보름이 되어 그들이 해놓은 일의 많고 적음에 따라, 진편에서 술과 음식을 준비하여 이긴 편에 사례한다. 이때에 노래와 춤과 온갖 유희를 다하는데 그것을 가배(嘉俳)라 하고 이 때 진편의 여인이 ‘회소, 회소’라는 감탄구를 가진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는데 이를 회소곡(會蘇曲)이라 하였다.

민간에서도 추석을 맞이하여 연자방아에다 곡식을 빻아 송편을 빚어 정성스럽게 조상에 제사하며 즐겼다고 하였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풍속편에는 ‘8월 15일은 우리 나라 풍속에서 추석 또는 가배라 한다. 신라 풍속에서 비롯되었다. 시골 농촌에서는 일년 중 가장 중요한 명절로 삼는다. 새 곡식이 이미 익고 추수가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사람들은 닭고기, 막걸리 등으로 모든 이웃들과 실컷 먹고 취하여 즐긴다’고 정리돼 있다.

또 제주도 풍속에 ‘매년 8월 보름날 남녀가 함께 모여 노래하고 춤추며 좌우로 편을 갈라 큰 줄의 양쪽을 잡아 당겨 승부를 겨룬다. 만약 줄이 중간에서 끊어져서 양편이 모두 땅에 엎어지면 구경꾼들이 크게 웃는다. 이를 조리지희(照里之戱·줄다리기)라 한다. 이날 또 그네도 뛰고 포계지희(捕鷄之戱·닭붙잡기놀이)도 한다’고 전한다.

울산읍지인 학성지(鶴城誌)에선 마두희가 중국 당나라의 발하희(拔河戱)를 본뜬 것이라 밝히고 있다. 이어 풍속편에, 대개 마두라는 것은 옛날부터 일컫기를 동대산의 한줄기가 남쪽 바다 속으로 달리니 그 모양이 말머리 같은데 원래 서쪽을 안 돌아보았기에, 고을 사람들이 그 흘러감을 싫어하여 새끼줄로 그것을 끌어당김을 놀이로 삼았다고 한다. 이때 단오부터 칡을 꼬아 줄을 준비하여 하짓날에 동·서편으로 나누어 종루 앞길에서 줄당기기를 하였다. 이런 까닭에 서쪽 편이 이기면 풍년이 들고 동쪽 편이 이기면 흉년이 든다고 하며 즐겼다.

올 추석을 앞두고 중구문화거리축제에서 울산큰줄다리기-마두희(馬頭戱)가 열려 온 주민이 한 바탕 크게 놀았다. 마두희놀이는 성남동 중앙길에서 축제로서 성황리에 재현했으며, 동군이 청색 상의, 서군은 백색 상의를 입고서 서로 줄당기며 힘겨루기를 했는데 서군이 이겼다. 참석한 시민들은 비바람을 맞으면서도 덩실덩실 춤을 추고 즐기면서 대동놀이의 진수를 누렸다. 올 해도 풍년 들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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