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된다는 것
성인이 된다는 것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5.21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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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스물은 ‘사회적’으로 성인이 되는 시기이다. 정신적, 신체적으로 아직 어린 티가 남아있는 사람들을 사회과 강제적으로 성인으로 만드는 시기가 이때인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현실’을 알려주면 되는 것이다. 밀려온 충격에 조금쯤 남아있던 꿈이니 희망이니 하는 것들이 쓸려가고 나면 순식간에 ‘어른’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몇 달만에 만난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하다가 장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친구가 하는 말들은 하나같이 나를 놀라게 했다. 꿈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이미 현실을 너무 많이 알아버렸다는 것이다. 꿈만 가지고 있던 선배들이 대학을 졸업하도록 아르바이트나 하며 백수로 지내는 것을 보면서 희망이란 결국 부질없는 것임을 알았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그랬던건 아니었다. 2년전 피자헛에서 그 친구의 생일파티를 하면서, 그날 그곳에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가면서, 나에게 ‘나중에는 정식 직원이 되서, 언젠가는 지점장이 될’거라고 말했었다. 가능성 여부를 떠나, 그때 그 친구의 목소리는 희망으로 가득 차있었다. 작년쯤에는 미용을 하고 싶다고도 했었다. 오늘 그 아이는 미용을 해서는 ‘살아남지’ 못할 거란걸 알았다고 말했다. 성공하려면, 단순히 잘하는 것으로는 안된다. ‘남보다 더’ 잘해야 하는 것이다. 꿈만 가지고 백명중 성공하는 한명에 들겠다고 덤벼들었다가 99명에 포함되어버리면 끝장이다. 결국 아무것도 아닌 인생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힘들고 월급도 한달 100만원 안팎이지만, ‘안전’하다는 것이다. 일단 간호학과를 나오면, 취직이 되고, ‘30대 중반’까지는 버틸 수 있다. 그때까지는 결혼을 할 것이고, 그동안 모은 돈으로 개인사업을 해서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했다. 도박은 보나마나 실패할거란걸 알았다고 했다. ‘안전’이라…

문제는 이런 변화가 그 친구의 성격 문제가 아닐 지 모른다는 점이다. 이년 전에 이미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기 시작했으니 나보다 이년 먼저 현실을 알았다고 할수 있을 것이다. 독서실에서 새벽 두시에 나와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그 생각을 하면서 하늘을 봤다. 그다지 도심이라고는 하기 힘든 곳인데도 별이 보이지 않았다. 별이 사라진 밤하늘...은 열아홉살이 꿈을 꾸는것을 사치로 만들어 버렸다.

별이 사라져 어두워진 하늘만큼 달은 더 찬란하게 빛났다. 결국 세상은 이런 것이다. 가능한 길은 두가지 뿐이다. 달이 되거나, 허공이 되거나 유일하게 살아남아서 빛을 내지 못한다면 수많은 어둠중의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꿈만으론 살 수 없다’는 말을 하면서 그애는 울었다. 울다가 곧 울음을 그치고는 다시 웃었다. 살아남는 법을 깨달은 것이다.

김설희·울주군 범서읍 구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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