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표류하는 울산 심야교습 제한 조례
[사 설] 표류하는 울산 심야교습 제한 조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5.21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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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학원의 심야교습시간 제한여부를 쟁점으로 하는 ‘울산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개정안’이 다시 보류됐다고 한다. 울산시의회 교육사회위원회 임시회에서 이 개정안 상정여부를 논의했으나 ‘조건이 성숙될 때까지’ 미루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이 개정안은 작년 9월 시교육위원회 임시회에서 처음 심의된 이래 시 교육청에서 5번, 이를 넘겨받은 시의회에서 3번, 모두 8차례 부유(浮游)하게 된 셈이다.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이 개정안의 핵심쟁점은 간단히 말해 ‘12시까지로 제한’ 하느냐, ‘그대로 놔두느냐’이다.

학생 건강권을 앞세워 사설학원 심야 교습시간을 자정까지로 제한해야 한다는 일부 교원단체 및 학부모의 주장과 ‘학습권’ 및 수혜자 자율선택을 명분으로 시간제한을 없애야 한다는 사설학원의 의견 접합 부분에 ‘학교 야간자율학습시간’, 영업권 내지 생존권이란 제3의 요소가 얽혀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조명하면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심야교습시간 규제를 주장하는 측의 설명 중 하나는 “야근 10시까지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하고 학생들이 다시 사설학원에서 수강할 경우 건강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원에서 수업을 받더라도 자정까지는 마쳐줘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에 교습시간 규제를 반대하는 사설 학원 쪽의 입장은 “야간 10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학원에 왔을 경우 최소한 새벽 1시까지는 교습을 할 수 있어야 정상적인 강의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자정까지’로 할 것이냐 ‘새벽 1시까지’로 하느냐 하는 이 1시간의 공간을 두고 그렇게 지루한 논쟁을 거듭해 왔다는 결론이다. 해결의 실마리는 학교 야간자율학습시간 단축에서 우선 찾을 수 있다. ‘야자’시간을 현행 야간 10시에서 9시까지로 1시간 단축하고 학원 심야교습시간을 자정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생각하면 된다. 규제를 주장하고 있는 교원단체 및 학부모도, 반대하는 사교육측 모두가 이 단축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상당히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강제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의 야간 자율학습은 현직교사들도 부정할 만큼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켜 왔다. 학습에 관심이 없는 일부 학생들이 전체 면학분위기를 해치는 문제, 자습참여 학생들에 대한 통제력 미비, 시간에 비례한 효율성 등이 항상 거론돼 왔었다. ‘타당한 개정안 통과’를 위해 학교야간자율학습시간 조절을 고려해봄 직한 또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설학원 심야교습시간 제한 개정’을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관점도 달라져야 한다.

현재 울산에는 입시, 기술, 예체능, 교습소를 포함해 약 3천5백여 개의 사교육기관이 있다. 이 사교육기관 한 곳 마다에 평균 3명이 종사한다고 치면 약 1만여 명의 울산시민이 직접 사교육현장에서 뛴다는 결론이 나온다. 게다가 보조인원 즉, 사무원, 운전기사, 관련 종사자까지 포함하면 6만여 명의 생계가 사교육시장에 달려있는 셈이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인가를 획득하고 자본을 투입해 영업하고 있는 사교육기관에게 일방적 시각으로 희생을 요구한다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그들에게 허가증을 주고 관리, 감독을 시행해 왔다면 그 자체가 ‘영업권’ ‘생존권’을 국가가 보장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지금의 울산교육상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교육기관에게만 수정을 요구하면 지역사회 내부에 문제점으로 응고될 가능성이 높다. 전국 시, 도 중에서 ‘울산만 개정안이 보류되고 있는 것’은 수치가 아니다.

지방교육자치시대 답게 찬반양론을 거듭 조명하면서 신중을 기한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껴야 할 부분이다. 다만 서울, 부산 등 대도시의 향배에 따라 ‘눈치보기’ 식의 결정은 내지 말아야 한다. 울산은 울산에 맞는 교육철학과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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