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기질에 맞는 임금체계는?
우리의 기질에 맞는 임금체계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9.19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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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계, 다시 말해서 임금을 어떻게 계산하는가 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근로에 대한 임금수준을 정하는 방법이 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근로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기진작 내지는 동기부여의 수단이 된다.

그래서 임금체계는 그 나라의 국민성 또는 민족성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우리의 임금체계는 우리의 행동양식에 맞는 것일까?

먼저 서양과 미국 그리고 일본의 임금체계를 살펴보자. 서양과 미국은 직무급이라는 임금체계를 갖는다. 이는 근로자 각자가 맡는 모든 업무를 요구되는 책임감, 난이도, 노동 강도, 위험도, 숙련도 등에 따라 분류하고 그 구체적인 분류에 따라 달리 매겨진 임금을 지급한다. 왜 그렇게 할까?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그들은 자신이 제공하는 근로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지급되는 그런 임금을 받아야만 억울하지 않다고 여기고, 그래야만 불만이 없다.

그러면 일본은 어떻게 임금을 계산할까? 일본은 연공서열과 근로시간 수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연공서열적 시간급을 지급한다. 나이, 근무연수 등에 따라 달리 책정한 기본 시간급을 단지 근로한 시간 수에 곱하여 계산한다. 왜 그렇게 할까? 집단주의 문화 속에 살고 있는 그들은 연공서열의 질서를 거부할 수 없다. 또한 그들은 일단 회사 내에 있으면 무엇이든지 스스로 알아서 기계적으로 일한다. 그래서 회사 안에 머무르는 시간 수에 따라 임금을 지급해도 모순이 없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임금체계여야 할까? 일제시대 때에 우리에게 일을 시켜본 일본 사람들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조선 사람은 날일(시간제 근로)로 일을 시키면 일이 되지 않고, 돈내기(도급제)로 일을 시키면 사람이 죽을까 겁난다.”

일본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한 데에는 ‘한국인은 스스로 알아서 일을 하지 않고, 탐욕만 앞세우는 열등한 민족’이라는 의식을 고착시키려 했던 속뜻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우리가 일하는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다.

사실 우리는 일을 함에 있어 남보다 일을 더 잘할 필요가 없는 시간제(날일)로 일하면 싱거워서 일을 하지 못한다. 일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을 같이 대우하는 것을 우리는 가장 견디기 힘들어 한다. 반면에 내가 남보다 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또 잘하는 것을 인정받게 되는 성과급제에서는 미친 듯이 일하고도 지칠 줄을 모른다. 일을 함에 있어 무모한 도전목표를 두고, 그 목표에 목숨을 걸고 돌진하고, 어떻게든 이루고 나서는 그 성취감을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일해야 일할 맛이 난다.

우리는 왜 이런 기질을 가졌을까? 일본과 우리의 국민성을 비교하는 이야기로 이런 것이 있다. 역사적으로 외적의 침입을 받지 않았던 일본에서는 아기를 낳으면 이렇게 가르친다고 한다. “네가 잘나면 집안이 위험하고, 나라가 시끄럽다. 어쨌든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거라.” 그러나 늘 외적과 맞서 싸우면서 살아왔던 우리는 영웅을 중심으로 뭉쳐서 나라와 가족을 지켜냈다. 그래서 아이에게 이렇게 가르쳤다고 한다. “네가 잘 나야 집안이 살고 나라가 산다. 너는 언제나 남보다 잘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함에 있어 경쟁하기를 좋아하고, 남보다 잘하려고 하고 또 그 것을 인정받고자 한다. 돈내기를 즐기는 것은 돈 때문이 아니라, 남보다 잘하고 그 성취감을 즐기기 위함이다.

그러면 우리의 임금체계는 이러한 우리의 기질을 잘 반영하고 있는가? 그렇지 못하다. 행동문화가 정반대인 일본식의 연공서열적 시간급제로 일해 왔던 탓에 일하는 과정에서 만족을 얻지 못하고 불만이 쌓여 노사대립이 심하고, 생산성은 밑바닥에 머물렀다.

그리고 임금을 전적으로 시간에 매이게 함에 따라 기업은 근로자를 새로 뽑기보다는 연장근로에 의존하는 버릇을 가졌고, 근로자들도 시간을 늘려가며 일하는 습성이 생겨 세계에서 가장 긴 근로시간을 만들었다.

지금부터라도 과감하게 성과에 연동되는 임금구조로 바꾸어 근로시간을 줄이면서도 생산성을 높여 기업의 경쟁력도 향상시키고 근로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가꾸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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