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실마을서 본 1억년전 빗방울 화석
한실마을서 본 1억년전 빗방울 화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9.1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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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3일 언양읍 대곡리 한실마을 소암골에서 처음으로 빗방울자국화석(雨痕)을 발견하고 이 글을 통해 소개하게 되어 더없이 기쁘다.

소암골은 연화산(蓮花山 533m) 기슭에 숨겨진 골짜기로 1592년 임진전쟁을 피해 김해 김씨들이 입향하여 일가를 번성시킨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빗방울자국을 발견한 순간, 억만년전 비내리는 울산 경상호수 진흙밭 가장자리에 서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직경 약 2~10㎜ 크기의 빗방울자국은 가로 30㎝ 세로 13㎝ 두께 약 3㎝의 귀퉁이가 부서진 직사각형 돌덩이에 남겨져 있었다. 빗방물 자국의 지름은 10㎜크기가 5개이고 더 작은 것이 90여개가 보였다.

대개 빗방울 자국이 동그란 모습이면 바람이 적게 부는 날 빗발이 수직으로 떨어진 것이고, 비스듬한 모습이면 그 반대다. 둥근 흔적이 크면 우박일테고 작으면 보통의 비일 것이다.

소암골 물가에서 발견한 빗방울자국은 빗발 흔적이 거의 수직이다. 이러한 자국은 편평하고 부드러운 진흙 위에 빗방울이 떨어질 때 생긴다. 지나가는 소나기 일 때 흔적이 뭉개지지 않고 남는다. 작고 둥근 자국이 그 상태 그대로 건조된 곳에 흙이 덮이면 빗방울자국이 남는다. 물론 그것이 화석으로 굳어지기 까지는 엄청난 양의 흙이 더 덮이고 압력이 가해지면 암석이 된다.

필자가 오랜 연륜을 간직한 빗방울자국을 발견하게 된 경위는, 경남고성 계승사를 탐방하면서 얻은 지식과 호기심 때문이다. 기어코 빗방울자국을 찾으려 했던 것 역시 해설사로서 울산을 방문하는 모든 이에 대한 또 하나의 친절이라 여긴다. 마침내 울산의 1억년전 백악기 역사를 제대로 알려 줄 때가 된 듯하다.

사실 몇년동안 공룡발자국화석을 찾으러 다니면서도 내심 새발자국화석과 빗방울자국, 그리고 또 다른 생명체의 흔적도 함께 살폈으나 만나지 못했다. 안목이 틔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해서 먼저 육안으로 확인한 다음 실물을 찾기로 하고 관광과에 답사계획을 건의하였고 작년 12월에 울산문화관광해설사의 현장 교육차 답사한 지역이 경남 고성 금태산(金太山 320m) 8부 능선에 자리한 절집이다.

이곳 계승사(桂承寺)의 백악기 퇴적구조는 천연기념물 제475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물결자국(漣痕), 빗방울자국, 공룡발자국화석, 그리고 퇴적 층리(層理) 등이 절집 마당에 펼쳐져 있다. 대웅전 북편에는 빗방울 크기가 2~10mm의 둥근 자국이 4㎡의 큰 바위에 찍혀 있다. 마치 유명한 화가의 물방울무늬 작품처럼.

그리고 며칠전 지질학에 밝은 학자 몇분과 소암골을 찾을 기회가 생겼다. 본래의 목적은 공룡발자국화석을 찾는 것이었지만, 마침내 빗방울자국이 눈앞에 보인 것이다.

빗방울자국이 확실하다는 인정을 받고나서, 현장을 카메라에 담고 물속에서 꺼집어낸 이 돌덩이를 가슴에 품고 춤을 추었다. 계곡을 내려오는 동안 몸은 바닥을 기었으나 기분만큼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

울산은 관심만 가지면 퇴적암 투성이고, 울산사(蔚山史)는 지질학에서 시작하여 지질학으로 정리해야 하는 동네라고 여긴다. 영남알프스 간월산 산꼭대기에도 나이가 1억년인 규화목이 있고, 동네 옆 물가에서도 나이가 비슷한 또래의 공룡발자국화석을 볼 수 있으니 그러하다. 참고하면, 소암골 좁은 계곡을 타고 내려오다 책을 쌓아 놓은 듯한 퇴적암벽 위에 물결무늬와 공룡발자국화석이 남아 있다.

공룡이 살았던 1억년전의 땅이 굳어 만들어진 퇴적암에는 빗방울자국 뿐만 아니라 물결자국, 공룡발자국, 새의 발자국, 물고기, 곤충, 생물들이 기어간 흔적이나 그들이 남긴 배설물의 화석과 그 시대의 단괴(團塊) 등도 도처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발에 차이는 돌멩이 속에도 억만년전의 갑각류나 곤충의 모습이 남아있을 수도 있고,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그 곤충의 알들이 있을 수 있다.

퇴적암에는 커다란 물체가 포함될 수도 있다. 지난주 필자가 설명한 간월산 규화목이 그런 예다. 흙이나 화산재 속에 묻힌 나무가 썩지 않고 석영질 물질이 스며들어 만들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화석을 통해 지하자원이 존재하는지를 살피고, 지형의 변화 등을 예측한다. 그러나 필자와 같은 아마추어 애호가는 화석을 통해 지적 즐거움을 얻으며 거기에 상상력을 덧붙이면 억겁의 세월을 넘나들면서 시간 여행을 한다. 필자의 파일에는 울산지역 15곳에서 중생대 백악기를 경험 할 수 있는 자료가 정리되고 있다. 물론 더 채워질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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