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오프란 무엇인가?
타임 오프란 무엇인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9.12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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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이 근로자의 권익을 증진하는 본연의 역할을 하려면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그 하나는 대외적으로 자주성을 가져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부적으로 노조원의 의사를 존중하여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대외적으로 자주성을 갖는다는 것은 조직과 활동에 있어 당해 사업주 또는 외부인에 의하여 휘둘리지 않으며 그들의 간섭과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 중에서도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사업주에 의한 지배·개입이다. 사업주에 의해 지배되는 노조를 우리는 어용노조라고 부르는데, 이런 노조는 결코 사업주에 대항하여 근로자의 권익을 얻어낼 수 없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사업주가 노조를 지배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그 하나는 노조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근로자에게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위협이고, 다른 하나는 돈으로 매수하는 경제적 지원이다. 이 경제적 지원이 일반적이고 또 폐해가 더 크다. 경제적 지원의 대표적인 경우가 근로는 하지 않고 노조활동만 하는 전임자(노조활동 전임자)에게 회사가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다.

노조의 조직 범위를 회사 내로 한정하지 않고 전국 단위로 산업별(같은 업종별:운수업, 금속산업 등)로 조직하는 미국과 서양에서는 처음부터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할 이유가 없었다. 우리와 더불어 유일하게 주로 회사 안에서 노조를 조직하는 기업별 노조 체제를 갖는 일본도 유권해석으로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은 부당노동행위(반노조 행위)라고 하고, 판례도 기왕에 지급하던 전임자 급여를 중지한 것은 정당하다고 하였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오랜 관행으로 노사 간의 타협에 의하여 다시 말해서 노조의 요구를 회사가 수용하는 형식으로 실제 필요한 인원보다 광범위하게 전임자에 대하여 급여를 지급해왔다. 그래서 한 회사의 전임자 수가 수십 명 또는 수백 명에 이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일반적으로 노조는 많은 전임자 수를 확보하려고 하고, 그래서 그 자체가 분쟁거리가 되고, 또한 전임자 수가 불필요하게 많으면 이념투쟁, 정치투쟁, 다른 회사의 노사관계에 개입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어쩔 수 없이 회사 내의 노사관계를 대립적으로 몰고 가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대립적 노사관계를 청산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가 전임자 문제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었다.

다만 전국 단위로 산업별노조를 운영하는 구미 각국에서도 노조 대표가 단체교섭 등 노사공동의 이해관계에 속하는 활동을 하는 시간은 근로한 것으로 보고 임금을 지급해 오고 있다. 이를 근로시간 면제제도 다시 말해 타임 오프(Time Off)라고 한다. 이 타임 오프 제도는 국제노동기구(ILO)가 인정함은 물론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의 선국들 모두가 이 제도를 따른다. 다만 이 타임 오프와 관련한 ILO의 권고를 보면 근로자 대표는 근로를 면하기 위하여 경영자 대표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하고, 경영자 대표는 그러한 승인을 부당하게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또한 미국의 전국 노동관계법(NLRA)을 보면 사용자가 노조에 금전적인 지원을 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하고, 근무시간 중에 임금손실 없이 교섭하도록 배려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1997년 법을 제정하여 타임오프제도를 도입하였는데 이 역시 13년간 그 시행이 미루어지다가 2010년 7월1일로 시행하게 되었다. 어쨌든 우리의 노사관계가 더 이상 대립적이지 않고 생산적·협조적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 제도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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