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지버섯 품은 대곡천 선사길
영지버섯 품은 대곡천 선사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9.02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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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동면과 언양읍을 아우르는 대곡천변에는 참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그 중 제 수명을 다한 참나무는 황금빛을 뽐내는 영지버섯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 준다.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자라는 영지는 요즈음이 생육하는데 가장 적합한 계절이라 한다.

영지버섯이라면 일상에서 쉽게 만나 볼 수 없는 영물(靈物)로 알려져 있으나, 임금이 앉은 자리 뒤에 펼쳐진 십장생 병풍에는 어김없이 보인다.

한나라(前漢 기원전 206년~기원후 8년)의 무제(武帝 기원전 140~기원전 87년)는 영지버섯이 발견되면 궁중에서 축하연을 가졌다고 하며 동진(東晉) 왕조 때 갈홍(葛洪 283년~343년)이 지었다는 문헌 포박자(抱朴子)에 영지버섯이 기록되어 있다고 전해온다.

우리 나라에서 자라는 버섯이 1천100여종이 있다고 하며, 예로부터 신성한 음식으로 알려진 버섯은 산속의 소고기라 불리며, 굳이 영지가 아니더라도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이다.

영지버섯과 인간과의 만남은 관리들의 관복이나 흉배에서 보여주고 있으며, 무병장수를 바라는 인간에게 숭배의 대상물로 여겼던 영지는 그 형태가 다른 버섯에 비해 몸체가 단단하며 오랜 시간 살아나오면서 쉽게 부패하지 않음에서 약초 이상의 불가사의한 식물로 알려져 있다.

버섯은 영약 성분만이 아니라 전체의 약 9%가 독성을 지니고 있다. 고대 마야인들은 테오나나카틀(teonanacatl)이라는 독버섯을 먹고 환각상태에서 신에게 제사를 지냈다고 알려져 있다. 이 환각성분은 균학자들에 의해 사일러사이번(psilocybin)으로 이름이 지어진 물질이다. 샤머니즘과 관련되면서 환각증상을 신과의 만남이라 여긴 고대인들은 버섯을 신에게로 가는 안내자로 여기기도 한다.

버섯류는 곰팡이균에 포함된다. 현대 의학에서 가장 영약인 페니실린 역시 균을 이용한 물질이기도 하다. 1928년 영국의 세균학자 알렉산더 플레밍 경(1881년~1955년)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인류 최초의 항생물질 페니실린(penicillin) 역시 푸른곰팡이균 중에서 뽑아낸 물질이다. 우리들의 생활환경인 산과 들의 토양이나 생물체 내에서 균사(菌絲)로서 살아가는 종속영양체이다.

반구대암각화에서 천전리계곡에 이르는 선사길에서 만나는 버섯 종류는 약 20여종이다. 가장 작은 버섯이라면 분홍 갓을 쓴 선녀낙엽버섯과 비슷한 크기의 애주름버섯, 고목에 군생하여 죽은 나무를 분해한 물질을 비료로 삼아 살아가는 함암효과가 있다는 운지버섯과 개암버섯, 민자주방망이버섯 같은 식용버섯에다 달걀버섯, 주홍색무당버섯인 독버섯과 함께 황금색의 애기꾀꼬리버섯이 올 해 첫 선을 보이고 있다.

무공해 다이어트식품으로 즐겨먹는 버섯이라지만 자연에서 채취하는 버섯이란 언제나 독성과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음에 유의한다면, 태화강 상류의 대곡천 선사길 일대에선 불로초인 영지나 운지버섯과 함께 불로장생의 기운을 만날 지도 모를 일이다.

영지버섯이 등장하는 십장생(十長生)은 거북·사슴·학·소나무·대나무 등과 함께 불로장생과 연결되고 이와 관련하여 특별한 인물로서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최초의 제국인 진나라(秦, 기원전 221년~기원전 206년)의 시황제(始皇帝 기원전 259년~기원전 210년)를 꼽을 수 있다.

황제는 영원히 살기위해 불로초인 영지버섯을 찾으라는 명령을 내리는데 서불이라는 신하가 동방으로 보내졌고 동방 지역인 금강산과 한라산을 다녀갔다고 한다. 그 흔적으로 강원도 해금강 암벽에 서불이 다녀갔다라는 내용인 서불과차(徐市過此)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경남 남해군 상주면 양아리 금산 부소암, 제주도의 정방폭포 암벽에 역시 서불과차라는 금석문을 남겼다고 하며 그들이 서쪽의 항구로 돌아갔다 하여 서귀포라는 지명이 생겼다는 믿거나말거나한 이야기가 세월을 업고 버젓이 문화콘텐츠로 탄생되고 있다.

1958년 발표한 벨기에 작가 피에르 컬리포드의 만화 개구장이 스머프가 몇 년 전 미국에서 재탄생시킨 3D 만화영화에서 예쁜집으로 변장시킨 버섯은 스머프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천전리각석 주변 연화산(蓮花山) 자락에서 가끔 만나는 영지버섯을 보면서 혹여 신선(神仙)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에 흠뻑 젖어 물안개에 숨어 있는 하늘계곡의 선사길을 거닐어 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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