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킬레스건’
일본의 ‘아킬레스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8.16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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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간의 영토분쟁에 침묵을 지키던 미국이 최근 의미 있는 논평을 내놨다. 15일 미국무부 빅토리아 놀런드 국무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은 주변 국가와의 영토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8월 현재 일본이 외국과 영토분쟁을 빚고 있는 곳은 크게 2곳이다. 한국령(領) 독도와 중국 남서해에 있는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다. 그러나 지난달 13일 한·미·일 3국 외무장관이 모인 자리에서 클린턴 미국무장관이 “센카쿠 열도는 미일 안보조약에 포함된다”고 확인했기 때문에 이번 미국무부 대변인의 언급은 독도 문제를 겨냥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미국은 1951년 일본과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체결하고 오키나와를 직할지로 편입시켰다. 또 오키나와에 부속돼 있던 댜오위다이 군도도 함께 넘겨받았다. 당시 강화조약을 통해 미국은 대(對)일본 한국주권도 재설정했다. 강화조약 2조 A항을 보면 ‘일본은 한국의 독립을 인정하며 제주도, 거문도, 울릉도를 포함한 한국에 대한 모든 권리(right), 권원(title), 청구권(claim)을 포기한다’고 돼 있다.

1952년 미·일안보조약을 체결하면서 오키나와에 대해 실질적인 시정권을 행사하던 미국은 1972년 오키나와와 함께 댜오위다이 군도를 일본에 반환했다. 그리고 최근 중국과 영토분쟁이 일자 미 클린턴 국무장관이 그 주권이 일본에 있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반면에 미국은 여태껏 독도 영유권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대(對) 중국 영토분쟁에 대해 확고한 일본지지 입장을 밝힌 것과 매우 대조적인 일이다. 이 부분이 일본의 최대 약점이다.

일본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2조에 ‘독도’란 구체적 지명이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제규약이 그러하듯이 조약 조문은 포괄적 의미를 갖는다. 한산도, 흑산도란 이름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아도 한반도에 부속된 도서가 대한민국 영토로 인정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2조 A항은 ‘한국에 대한 모든 권리를 일본이 포기’하는 것으로 돼 있다. 다시 말해 지명이 구체적으로 명기되지 않아도 독도가 우리 영토란 사실에 일본은 하등의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돼 있다.

우리는 1953년 한국전쟁 휴전직전 미국과 한미방위 조약을 체결했다. 미·일안보조약이 정치적 접근법이라면 방위조약은 군사적 동맹 관계다. 굳이 따지자면 방위조약이 안보조약 보다 한수 위다. 최근 일본이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 가려는 의도도 이런 한·미·일 관계와 무관치 않다. 미국과 한국, 미국과 일본이 체결한 방위조약·안보조약 내용만 따지면 일본의 독도 영유권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일본의 고민이 바로 여기 있다. 2011년 기준 일본 국방비는 704억달러로 세계4위다. 반면에 우리는 그 절반에도 못미치는 300억달러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다. 이 예산도 우리는 대부분 대(對)북한 군사비로 사용한다. 4만명 남짓한 해군병력으론 동·서해안 북방한계선을 지키기에도 빠듯하다. 독도 분쟁에 군사력을 동원할 여력은 거의 없다. 그러나 우리보다 우수한 첨단 장비를 갖췄고 국방비가 2배 이상인 일본이 독도해역에서 독단적인 군사행동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1952년 체결한 미·일 안보조약 때문에 일본은 경찰력 이상의 병력을 해외분쟁에 파견할 수 없다. 독도상황이 긴박해질 때 우리 측이 독도함 등 군함을 파견하는 반면 일본은 해상보안청 순시선을 출동시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특히 영토분쟁에서 미국의 암묵적 동의 없이 일본이 혼자서 판을 벌이긴 어렵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독자적 군사행동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 보다 좀 나은 편이긴 하지만 우리도 형편은 마찬가지다. 독도에 경찰력을 주둔시키는 정도 이상의 군 병력 주둔은 여러 측면에서 어렵다고 봐야 한다. 일본이 막말을 해대자 우리 해병대가 상륙훈련을 준비 중이라지만 실현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본이 한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체결을 재검토 하겠다며 외연을 치는 정도가 고작이다. 또 중국과의 영토분쟁에서 한국지지가 필요한 일본 입장에서 그런 결말을 내기도 힘들 것이다.

일본은 미국에 대해 묘한 열등의식을 갖고 있다.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사람이 일본어를 사용하면 폄하하는 기색을 보이는 반면 영어를 쓰면 태도가 사뭇 달라진다. 한국인이라고 했을 때 보다 한국계 미국인(Korean-American)이라고 하면 태도가 달라지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독도문제를 해결하는데 일본의 ‘아킬레스건’을 적절히 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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