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업자득
자업자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8.15 1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필자의 집 거실에는 오래됐지만 아직도 쓸 만한 냉장고가 있다. 그 냉장고 문짝에는 궁서체로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는 직사각형 모양의 종이쪽지가 보인다. 올해의 금언은 자업자득으로 하여 삶의 지침으로 삼고 있다.

여유있는 토요일 오후, 태화강변에 경보를 한답시고 열중하고 있으면 앞에서 달려오는 늘씬한 몸매의 서양인 아가씨가 눈에 띈다. 역동적인 울산에도 이제 글로벌화 돼 예상보다 많은 외국인이 살고있고 또한 외국에서 많은 이방인이 방문하고 있다. 제법 멀어 보이는 태화강 양쪽 강변은 워낙 넓은 터라 많은 시민들이 나들이 나와 있지만 실은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그런데 조금 전에 지나쳤던 미국인 아가씨가 다시 맞은편에서 열심히 달려오고 있는데 양쪽 강변거리로 보아 7㎞정도의 거리를 한 바퀴 달린 셈이 된다.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가 조깅하고 있는 그 모습을 보고 탄성을 지르면서 놀라워하고 있다. 저렇게 열심히 운동을 하니 당연히 날씬한 몸매를 가질 수밖에 없을 거라고. 바로 노력만큼 얻을 수 있다는 자업자득이다.

울산대학교 안에는 여러 시설이 있어 많은 사람이 편리하고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라면 헬스장, 아산도서관, 컴퓨터실일 것이다. 그 중 헬스장에 발을 내딛으면 먼저 음악소리가 활기차게 들린다. 음악이라면 주로 운동하는 데 걸맞는, 대학생들이 좋아하는 빠르고 신나는 아이돌 음악이 대부분이다. 필자는 젊은 세대는 아니지만 어느새 아이돌 가수의 노래를 저절로 따라 익히게 되고 운동의 효율도 높여주는 것 같다.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은 대부분 대학생이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들 신나게 젊음에 흠뻑 취하고 있는 것 같다.

중학교 시절, 수업이 끝나기만 하면 운동장에 쫓아나가 철봉이나 평행봉에 매달렸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아직도 그 버릇이 남았는지 시간이 나면 이곳을 들락거린다. 그 덕택에 몸짱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건강상 특별한 이상은 없는 것 같아 다행으로 생각한다. 이용객 중에는 7년째 다니고 있는 60대 중반의 미시족 같은 할머니도 있다. 얼굴은 제 나이로 보이지만 몸매는 정말 40대 여성으로 보여 당당하게 생활하는 모습이 매우 좋아 보인다. 이렇게 꾸준히 운동을 한다면 병든 환자는 물론 어느 누구도 건강인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 노인의학연구센터에서 실험한 두 마리 쥐 이야기다. 첫 번째 쥐는 큰 우리에 넣고 사다리와 회전바퀴, 집짓기 놀이와 같이 흥미를 유발하는 장난감을 넣어주고, 두번째 쥐는 작고 흥미 없는 우리에 가두어 둔다. 4주가 지난 뒤, 쥐의 뇌를 해부해 본 결과, 첫 번째 쥐의 대뇌피질은 다른 쥐보다 두껍고 무거웠다. 또한 신경 조직기능의 기본세포 뉴런(neuron)이 커져 있었고 신경교질세포의 수와 신경자극 전달을 돕는 효소의 양도 많아진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육체와 두뇌 두 가지를 겸비하는 운동이야말로 가장 좋은 건강유지 방법이 된다는 것이다.

생뚱맞은 이야기이지만 예능계의 예를 하나 들어 보자. 2002년 라디오 방송 딴지일보의 시사대담 녹음파일이 외부로 퍼져나갔는데, 방송할 때 늘 얄밉게 말하는 어느 예능스타는 그 당시 종군위안부 비하발언으로 막말파문에 휩싸이게 되었다. 지금은 사회적 파장이 너무 커 방송 전면중단을 선언하고 조용히 근신하고 있다고 한다.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 막말파문이 다시 문제가 된 것을 보고서, 그는 입 밖에 나온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세상의 진리를 새삼스럽게 깨달았다며 크게 반성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자업자득이 아닐까?

어릴 때부터 자주 들어온 우화 ‘개미와 베짱이’를 다시 한 번 음미해보자.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오면 개미의 부지런함이 드러난다. 유명한 개미박사가 말하기를,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개미사회는 인간들도 많이 배워야할 대상이라 한다. 아침이고 밤이고 가릴 것 없이 개미는 열심히 일을 하고 먹이를 구하러 다니기에 바쁘다. 그것에 비하여 베짱이는 이른 봄부터 벼가 거둬지는 가을철까지 긴 기간 동안 바이올린과 탬버린을 치면서 지칠 대로 놀기에만 열중한다. 한 겨울이 오는 것도 모르는 체 말이다. 눈 오는 겨울 땅, 얼음으로 덮여 있는 베짱이 집에는 먹을 것이라곤 쌀 한 톨 없어 서글프기 짝이 없다.

결론을 짓자면, 이와 같은 베짱이의 처량한 현실을 보면서 우리의 삶은 운동을 하던 사업을 하던 무슨 일을 하던 본인이 지은 만큼 반드시 은혜를 받을 뿐 아니라 벌칙도 따른다는 지극히 당연한 섭리를 터득하게끔 한다.

<김원호 울산대교수>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