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안동 숯못과 동방삭
성안동 숯못과 동방삭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8.0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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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성안동에 큰 물웅덩이가 있다. 중국으로부터 도망와 삼천갑자를 살아 온 동방삭이가 잡혔던 곳이란다. 동방삭(東方朔 기원전 154~92년)은 중국 전한(前漢 기원전 206년~기원후 8년)의 7대 효무제(孝武帝) 때 제(齊)나라 사람으로서 이름이 삭(朔)이며 벼슬은 상시랑(常侍郞), 태중대부(太中大夫)에 올랐으며 동방 선생(東方先生)으로 불렸다.

김원중이 옮겨 쓴 사마천(司馬遷 기원전 145~85년)의 사기(史記)에 재치있는 말들을 모아 정리한 골계열전(滑稽列傳)에서 동방삭은 유창한 변설(辯舌)과 해학, 직간으로 이름이 났다. 열전을 읽다 보니 얼핏 흥선대원군 이하응이라는 인물이 겹쳐 떠오르는 대목이 나오기도 한다.

동방삭이 처음 장안으로 들어 왔을 때 공거라는 조정의 문서를 처리하는 곳을 통하여 죽간에 쓴 약 3천장이나 되는 주독을 황제에게 올렸다.

두 사람이 겨우 옮길 수 있는 분량의 이 글을 황제는 두 달간에 걸쳐 일일이 다 읽고선 동방삭을 낭으로 삼아 황제를 가까이에서 모시게 했다. 황제는 가끔 조서를 내려 동방삭에게 어전에서 식사를 하게 했는데, 식사가 끝나면 먹다 남은 고기를 모조리 품속에 넣어 가지고 나오므로 옷이 더러워지곤 하면 황제는 자주 비단을 내려 주기도 했다. 그는 하사 받은 이 물건들은 장안의 여자들에게 다 써버리곤 하니, 다른 낭관들은 그를 미치광이로 취급했다.

황제가 이 소문을 듣고 말하기를 동방삭에게 일을 시키면서 “이와 같은 행동을 못하게 한다면 너희가 어떻게 그에게 미칠 수 있겠는가?” 라며 동방삭의 행동을 지켜보기만 했으며, 동방삭이 말하기를 “천하가 그릇을 엎어 놓은 것처럼 안정된 시기에는 현명한 사람과 현명하지 않는 사람을 무엇으로 구분하겠소!” 라고 하며, “나 같은 사람은 이른바 조정안에서 속세를 피하고 있는 것이오. 궁중 안은 세상을 피하고 몸을 온전하게 할 수 있는데 하필 깊은 산골의 쑥대 움막 아래인가”라고 하며 노래를 불렀다고 기록했다.

한편 동방삭은 그의 독특한 기지와 재치로서 한 때 서왕모(西王母)의 불로장생의 영약인 복숭아를 훔쳐 먹고 도망쳤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도교전설에서는 곤륜산에 있는 서왕모의 거처인 요지(瑤池) 주변에서 한나라 황제를 만났을 때 먹으면 불로장생하는 복숭아인 반도(蟠桃)를 주었다고 한다. 이 복숭아는 천도(天桃)라고 불리는데 꽃이 피는 데 삼천년, 열매가 맺히는 데 삼천년, 열매가 익는 데 삼천년 걸린다고 한다.

동박삭은 곤륜산에 몰래 들어가 반도 열 개를 훔쳐 먹고 도망을 쳤는데 도저히 잡을 수 없었고 동방삭을 잡으러 오는 저승사자를 잘 대접하니 시간은 삼천갑자(三千甲子) 만큼이나 흘렀다. 삼천갑자년(三千甲子年)이란, 1갑자가 60년이니 1만 8천년을 살았다는 셈이다.

조선 순조(純祖)때의 학자인 홍석모(洪錫謨)가 1849년에 지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동방삭은 달그림자 점괘(占卦)도 잘 보아서 그의 괘에 따라 풍년과 흉년을 가늠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불로장생을 찾는 황제와 서왕모의 복숭아를 빌려오고 동방삭의 익살과 재치로서 결코 불로장생이란 없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며 또한 자기가 잡히는 날을 점지해 내지 못한 동방삭과 변설이란 한계를 지니는 이야기임에 불과함을 일러 주는 듯하다.

동방삭이 삼천갑자를 보내는 동안 서왕모가 보낸 저승사자를 피해 한반도에 들어 와서 곳곳에 남긴 그의 족적을 따라 가면 충북 단양의 어상천면에선 저승사자에게 문서를 변조시켜 죽음을 모면하기도 했으며, 서울 송파구 탄천에서 숯을 씻다가 잡혔다고 한다.

TV코미디 프로그램에 방영된 내용에서 장수하라고 배대감의 아들에게 지어준 이름으로 널리 알려 지기도 한 ‘배수한무 삼천갑자 동방삭~’으로서 등장하여 우리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한 이름이기도 하다.

서왕모의 명을 받은 마고할미는 동방삭을 잡으려고 기다리면서 숯못에 앉아 검은 숯이 흰 숯이 될 만큼 씻고 있는데, 동방삭이 지나치다 하는 말이 “난 삼천갑자를 살아도 검은 숯을 희도록 씻는 일은 처음 보네 그려” 하다가 마침내 잡혀 하늘나라로 간 이야기가 성안동의 숯못수변생태공원에 담겨 전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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