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생활의 발견
진정한 생활의 발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7.3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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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유달리 울산의 음식, 돼지국밥을 좋아한다. 오후 강의가 있을 때에는 한 그릇 맛있게 먹고 강의하는 버릇이 어느 날 생겼다. 그렇지 않으면 열강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 옆문 식당가에 자리한 그 가게는 필자가 찾아 가면 돼지국밥을 특별히 잘 해 주는 것 같다. 지방이 붙어있는 고기는 빼고 살코기만 듬뿍 썰어서 담아 오는데 옆 테이블과 비교하면 차이가 제법 나는 것 같아 민망할 경우도 종종 있다. 생각건대 은연중에 이 가게를 학생들에게 맛있게 하는 국밥집이라고 광고를 했기 때문인 것 같다. 돼지국밥으로 아들 딸 둘을 대학까지 졸업시켰다고 하니 이 조그마한 가게로는 대성공이 아닌가?

그 주인아주머니는 특히 손님을 대하는 진정한 마음씨가 몸에 베여 있는 것 같다. “어서 오이소” “잘 가이소”라고 늘 인사할 뿐 아니라 학생이라면”어서 온네이” “잘 가제이”라고 엄마 같은 다정한 사투리로 친밀하게 대한다. 무엇보다 한 마디 한 마디 순수하고 진정한 모습이 들어 있어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

서울의 대표적인 번화가 명동에 가면, 유명한 칼국수 집이 있다. 단골로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대학생 때이니까 벌써 수십 년 세월이 돼 간다. 울산에 살면서도 서울에 일이 있으면 반드시 들리는 곳 중에 하나다. 걸쭉한 닭고기 국물에 호박 부추 등을 넣는 것은 다른 집과 대동소이한 조리방식이지만 특별히 다른 것이 있다면, 매콤한 김치와 노란색 기장쌀이 섞여있는 공기 밥, 또 국수사리는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무엇보다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종업원의 손님에 대한 진정한 태도이다. 상냥하게 인사를 하는 것은 물론, 매콤하고 감칠맛 나는 김치가 가득 들어 있는 김치통을 아예 손에 들고 다닌다. 그러면서 손님 식탁에 김치가 떨어질세라 손살 같이 다가와 담아주는 정성스러운 모습이 손님들을 감동하게 한다. 이 가게가 잘 되는 비결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이러한 진정한 마음이 깃든 서비스 정신 그리고 고유의 감칠맛 나는 김치, 국수사리, 공기 밥을 무한정 내놓는 것일 테다.

먹을거리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 더 보태어 보자. 서울 지하철 일산선의 안국역 근처에 한 공공도서관이 있다. 대학원 시절 자주 이용했던 곳인데 점심때가 되어 식사를 하고 싶을 때에는 가까이 있는 설렁탕집에 반드시 들른다. 이 가게는 현대그룹 계동 본사 근처에 있는데 옛날 그룹회장께서 자주 이용한 단골 가게이어서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맛있게 먹다 설렁탕 국물이 더 먹고 싶다고 하면, 다른 가게에서는 조그마한 그릇에 내주지만 이곳은 대그릇에 한사 발 듬뿍 퍼 준다. 이것 또한 그들의 진정한 마음씨가 없다면 가능할까?

화제를 잠깐 자연 생태계로 바꾸어 보기로 한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의 화이트 마운틴에 가보면, 온통 사막으로 황량한 해발 3천 미터의 산악지대에, 지구상에서 제일 수명이 긴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아리스타타마츠(Aristatamatu)라는 고목이다. 4천 6백년 동안 비바람에 맞아 오랜 기간 성장의 흔적이 새겨진 모습은, 보는 사람 모두에게 큰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직경이 4미터 남짓한 이 나무는 의외로 땅딸막하고 높이도 9미터에 불과하다.

전설 같은 고목이야기가 나온 김에 좀 특별한 나무를 화제로 올려보자. 인도의 철학자 오쇼 라즈니쉬(Osho Rajneesh, 1931~1990)의 우화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인도인들의 마음에는, 지상 낙원에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가 있다고 하는 관념을 항상 갖고 있다고 한다. 그 나무 밑에만 앉아 있으면 어떠한 소원이라도 금세 이루어진다는 요술 같고 재미나는 이야기이다.

어느 날, 길을 가는 나그네가 허기지고 피곤했다. 그래서 이 나무 아래에서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몹시 배가 고팠다. 먹을 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자 금세 허공에서 맛있는 음식이 날아왔다. 그는 재빨리 먹어치우고 허기가 가시자 아주 흡족한 마음이 들었다. 또 이번에는 마실 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니까 신선하고 달콤한 포도주가 나타났다. 느긋하게 포도주를 마시고 있노라니 낙원의 시원한 산들바람이 나무 그늘 아래로 불어 왔다. 그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아 무슨 일이지? 혹시 유령들이 나를 시험하는 건 아닐까?’. 그러니까 무시무시하고 혐오스러운 유령들이 나타났다. 그는 벌벌 떨면서 다른 생각을 떠올렸다. ‘이제 난 죽겠구나! 유령들이 나를 죽일 거야’. 그래서 결국 그는 죽었다는 이야기다.

무슨 일이든 긍정적이면서 진정한 마음으로 자기의 소원을 바란다면, 자신감 있게 일에 매진할 수 있고 행복한 삶을 반드시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김원호 울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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