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암각화 현장은 살아있다
반구대암각화 현장은 살아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7.29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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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대곡리 반구대암각화와 장생포가 문화재청이 ‘문화재 누림 가족 수확여행지 32선’에 선정되었다. 반구대암각화가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새긴 바위그림임을 염두에 두고 물상 하나하나에 관련된 생물학적 특징에서부터 선사 그림의 고고미술사학적인 의미까지 이해하려니 어느듯 ‘바위그림의 귀 명창’이 다 되어 간다.

최근 반구대암각화 주변의 또 다른 이야기를 뽑아내기 위해 주변 식물을 채집하고 있다. 가장 먼저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 도토리 6형제이다. 왜냐하면 동해에 접한 개운포지역 해안 발굴조사에서 신석기시대 사람들의 흔적 중에 그들의 주식이었을 도토리의 떫은 맛을 없애기 위해 무엇인가를 이용한 흔적을 찾았다는 발표를 참고하였다.

해안 물가에서 발견한 토기 안에 도토리알갱이가 들어 있음을 보고, 신석기인들은 도토리 열매의 떫은 맛을 없애는 방법으로 바닷물을 이용했다고 짐작했다. 토기에 도토리를 넣고 물가에 두면 바닷물이 들락거리면서 도토리의 떫은맛을 없앤다는 원리이다.

반구대암각화 주변에는 도토리가 열리는 6종류의 참나무와 변종도 자라고 있다. 참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인 도토리 6형제를 형태상으로 분류해 보면 크게 3종류의 잎사귀로 분류할 수 있으며 다시 6종류로 분류한다. 떡갈, 굴참, 상수리나무의 깍정이 모양이 간장 종지 모양으로 비슷하고, 신갈, 졸참, 갈참의 깍정이가 밤송이 모양으로 비슷하다.

먼저, 밤나무 잎 모양을 가진 2종류가 있는데, 굴참나무와 상수리나무이다. 굴참나무의 수피는 코르크가 잘 발달하여 병마개 원료로 쓰이며, 상수리나무는 수피가 굴참나무에 비해 울룩불룩한 점이 덜하고 잎사귀 끝이 비교적 뾰족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다른 두 종류는 잎이 큰데, 떡갈나무는 떡이나 머슴의 밥을 담는 그릇 대용으로 사용했다고 함에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큰 잎사귀를 가지고 있다. 신갈나무의 잎사귀는 짚신의 깔창으로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잎사귀를 표본하기 위해 하루를 재웠더니 떡갈나무 잎의 카실카실한 느낌에 비교하면 유달리 쫀득쫀득한 질감이 있음을 알았으며, 여러 겹을. 짚신의 깔창으로 사용한다면 어느 정도 거리를 갈 동안 견딜 수 있을 듯하다.

나머지 2종류는 잎 모양이 떡갈나무의 잎사귀와 비슷하지만 그 크기는 거의 1/3정도 작다. 갈참나무는 수피가 비교적 갈갈이 갈라진 모습이며, 가장 잎의 크기가 작다는 졸참나무에선 자작나무 수피에서 보이는 은빛을 내보이고 있다. 알다시피 도토리 6종 모두 다람쥐의 주식량이기도 하다.

선사인들의 천국이었을 반구대암각화 현장에 살아 있는 도토리나무와 신석기 사람들 그리고 일대에 펼쳐진 태고의 풍경에 동화되어 지금의 이 도토리를 그들이 먹었을 것만 같은 분위기에 휩싸이곤 한다.

얼마 전 암각화박물관 소공원 구석에서 독사 2마리를 발견하고 거의 10여분 동안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그놈들의 눈동자와 마주칠 때면 온 몸에 소름이 돋고, 독사의 근육이 움직임에 따라 혹시나 다가오지나 않을까, 이러 다가 물리지나 않을까, 카메라를 쥔 떨리는 손을 꼭 눌려가며 장면장면을 동영상으로 담았다. 현장은 그 놈이 낳은 속담을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독사 같은 놈’이라면 ‘꿈적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하는 강한 의지의 소유자’를 가리키기도 한다. ‘꼬리치는 가시나’를 확인하는 현장이 되기도 했다. 똬리를 틀고 꿈적하지 않고 있는 수놈의 주변에서 암놈이 꼬리를 흔들고 “따따따따따”라는 소리를 줄 곳 내면서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덜덜덜 떨리는 다리와 무서움을 억누르고 호기심과 신비스러움의 범벅 속에 현장을 떠날 수 없었다.

반구대암각화 주변만큼 매력적인 여행지가 또 있을까? 반구대 현장에 가면 얼음골도 있고 바위그림을 탁본 할 수도 있어 가족끼리 다녀 볼 수학여행지로는 꿩먹고알먹고에 비유할 수 있을 듯한 즐거움의 최상이다.

반구서원 앞으로 흐르는 대곡천 암벽에는 조선시대 시인 묵객들이 방문하여 그들의 이야기가 굽이굽이 흐르는 물결이 가다가 멈 춘 곳 마다 새겨져 있어 더 없는 여로(旅路)이다. 반구대암각화 주변은 답사객들에게 고스란히 살아있는 울산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전옥련 울산문화관광 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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