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자체출제 수능 모의고사
울산 자체출제 수능 모의고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5.1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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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교육청 주관하에 지역교사들이 직접 출제한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고사가 오늘 37개 고교 3학년생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된다. 시 교육청은 지난해 8월부터 이번 모의평가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11월에 출제교사 62명, 검토교사 60명, 그래픽 및 편집관련 지원교사 14명 총 136명의 교사들을 출제 및 검토위원으로 위촉해 올해 3월까지 5개월 동안 사전준비를 해왔다고 한다.

그 동안 교과부 산하 교육평가원이나 타지역 시, 도 교육청이 주관한 모의고사를 다뤘던 울산으로선 이번 시험출제가 지역 교육계 위상제고에 큰 보탬이 될 듯 하다. 또 학생, 학부모들의 지역 교사들에 대한 신뢰도 한층 높아 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발표된 사설 모의고사 금지 조항 폐지로 학생들이 과거보다 폭넓은 시험 기회를 갖게 될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울산이 자체 출제능력을 갖춘다는 것은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지역실정에 맞게’ 시험 칠 기회를 제공 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췄다는 측면에서 더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연중 시험계획이 잡혀 있지 않는 5월을 택해 오늘 자체시험을 치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한 예랄 수 있다.

이런 이점을 알면서도 자체출제를 지금껏 미뤘던 것은 관련 관청의 의식부족과 지역교사들의 자신감 결여 때문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타 시, 도교육청 출제문제나 사설모의고사와 비교해서 수준, 내용 등 질적 요소에 하자가 있을 경우 부담해야 할 비판, 비난이 두려워 망설였던 것이다. 지난 정권 시절 사설모의고사가 전면 금지되면서 자체출제를 시도했던 타지역 교육청도 처음부터 매끄러운 출발을 하진 못했었다. 내용에 오류가 있었고 수준에 맞지 않는 문제가 출제돼 곤욕을 여러 차례 겪었다. 울산지역 교사들이 출제한 오늘 시험내용에 하자가 있을 수도 있다. 학부모, 학생들로부터 핀잔과 비난이 나올 수도 있지만 겸허히 수용하고 개선하는 자세만 갖추면 된다. 시작이 반이다. 특히 이번 시험출제는 이 지역 교사들이 타 지역에 비해 질적 수준이 뒤지지 않음을 증명하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교사 자체의 자존심과 관련된 문제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체출제 능력을 갖춤으로서 지역 학생들에게 주어 질 ‘기회의 폭’은 훨씬 넓어 질 것이다. 올해 고3들이 공교육기관에서 출제하는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연중 4∼5회에 불과하다.

이런 정도의 기회제공으론 수험생들이 자신의 실력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 울산 학부모 단체가 사설모의고사 허용을 줄기차게 주장했던 이유도 ‘기회 부족’을 염려해서 였던 것이다. ‘필요에 따라’ 자체시험을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을 가졌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시험출제의 총체적 성공여부는 상당부분 울산시 교육청의 향후 자세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어줍잖게 타지역의 사례를 모방하는 수준에서 끝내면 ‘하지 않음’만 못하다.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연중 시험일정 및 예산에 대한 기획, 출제진 전문화, 보안유지 등이다. 오늘 응시하는 고3 학생만 1만1천956명에 이른다. 만일 고1, 2 학생들까지 같은 날 시행할 경우 소요되는 비용, 일정조정 까지 세심한 배려가 따라야만 한다.

출제위원을 전문화할 필요도 있다. 지역 중, 고교 교사들이 이번 시험 출제, 편집, 검토에 참여했다고 하는데 교과수업만 해도 벅찬 현직교사에게 출제까지 부담시켜선 곤란하다 해당분야 석, 박사 학위 소지자 등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방안도 고려해 봄 직하다. 기간제로 채용해서 출제를 전담시키고 현직교사들이 조언, 검토하는 과정을 두면 될 일이다. 이번 시험에 직, 간접으로 관여한 교사가 136명이라고 했다. 시험 문제 내용을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보안이 중요하다.

문제가 발생한 뒤 허둥대는 ‘뒷북 행정’을 지양하기 위해서라도 보안문제 만큼은 사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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