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와 아마추어
프로와 아마추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5.1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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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치는 사람들 사이에 자주 오르내리는 말 중에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있다. 프로는 보낼 방향을 보고 치면 본대로 가고, 아마추어는 보는 대로 가는 것이 아니라 치는 대로 간다는 이야기이다. 즉, 아마추어는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수준에서 한 만큼만 하게 된다는 뜻이다.

프로는 모든 것이 다 완벽하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는 말이다. 따라서 실수가 없는 냉철한 사람을 연상시키기까지 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아마추어는 우선 실수도, 골프에서는 경계선을 넘어가서 낭패를 당하는 실수도 한다. 그래도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그런 실수가 용인되고 때로는 애교로 보아주기도 한다. 냉정한 사람이기보다는 따뜻한 사람을 연상 시킨다.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 사람을 말한다.

골프에서 프로가 보는 대로 간다는 말은 공을 치는 기술적인 측면만 강조하는 것이지만 이것을 정치판으로 돌려 대통령의 프로 수준을 말할 때에는 통치기술, 사람 다루는 일 하나만으로 프로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모름지기 대통령으로서 프로의 수준에 이르려면 ‘앞을 보는, 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어야 함을 말한다. 지금 시민들이 시위하는 커다란 모임은 작은 모임에서 시작하였는데, 처음 시작할 때, 앞을 내다보고, 저것이 어떻게 커질지 잘 알아서 내일을 대비하는, 초기에 예단(豫斷)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이명박씨를 대통령으로 선출할 때에는, 유권자의 상당수가 어떤 크고 작은 일에서 앞을 내다보고 예단하는 능력을 발휘해줄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막무가내의 불법 시위가 발을 못 붙이게 될 것이다’의 기대이었다. 이 점에서 지금까지 이 대통령이 하는 일은 아마추어 수준이다. 각료회의에서, 쇠고기 수입 반대의 촛불 시위 등에 관련하여, ‘…국민과의 의사소통에서 부족한 점이 있지 않았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는 것은 아마추어 수준의 국정운영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교사들 특정 단체 모임을 뒤에서 누가 조종하는 것과 같은 데, 이들의 시위행동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처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지 않는 것은 각료들도 프로 수준의 리더십에서 문제가 있음을 말해준다.

인도네시아의 초대 대통령 수카르노(1901-1970)는 비록 독재자로서, 부정부패를 저질렀어도 인도네시아를 위한 정치행동에는 프로 수준이었다. 미국과 일본을 이용했고, 소련도 이용당했고, 결국은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 식민지 경영에서 손을 떼고 말았다.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그를 국부(國父)로 여긴다. 수카르노는 인도네시아를 위한 일에는 프로 정치가였다. 그가 국익을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하여도 프로답게 하였다.

과학에서 프로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천재성이 요구되지만 정치에서 프로는 아마추어를 거치면서 시행착오를 겪어본 경력이 필요하다. 그는 독립운동이라는 아마추어 경험이 있다. 대통령 자리는 프로의 자리이다. 또다시 쇠고기 파동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 대통령은 FTA를 프로답게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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