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시민 박칠성씨 울산을 우롱?
명예시민 박칠성씨 울산을 우롱?
  • 정인준 기자
  • 승인 2012.07.18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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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가집 과수원 팔아 제작비 댔다더니
공업탑 지구본 구리도금제품 눈속임
‘아니다’→‘몰랐다’→‘…’으로 말바꿔
울산 공업탑 원작가인 박칠성(83·사진)씨는 공업탑 지구본이 청동이 아니고 구리도금한 철로 둔갑된 사실에 대해 심경을 묻자 아무 말없이 전화를 끊었다. 그는 이틀전 전화통화에서 “지구본을 믿을 만한 주물업체에 의뢰했으며 나도 피해자”라고 말했다.

18일 울산시는 공업탑 지구본 재질과 관련해 한국비파괴검사협회 소속 (주)한국공업ENG에 정밀검사를 의뢰한 결과 “지구본 5개 지점에서 95% 이상 철성분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공업탑 상부에서 흘러 내린 붉은 녹물은 결국 철이 부식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울산시는 이번 정밀조사 결과 공업탑 지구본은 95%가 주철로 만들어진 뒤 청동이 덧입혀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업탑 원작자인 박칠성씨에게 의혹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준공된 공업탑 재보수 때 청동지구본을 강력히 주장했다. 또 저작권자로 지구본을 주물업체에 발주한 장본이기도 하다.

공업탑은 울산공업센터 지정과 함께 1962년 준공됐다. 공업탑 상징인 지구본은 1967년 주철로 제작돼 올려졌다. 40여년이 흘러 공업탑 지구본은 부식돼 교체 필요성이 제기됐다. 울산시는 2010년 9월 공업탑 지구본과 여인상을 청동으로 제작하는 등 재보수에 들어가 지난해 1월 19일 준공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공업탑 지구본 재질은 박칠성씨가 부식방지 등을 이유로 청동제작을 강력히 주장해 경관위원회에서 반영됐다”며 “설마 원작자인 박씨가 재질을 속일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달 말까지 원도급업체에 재공사를 완료토록 했다”며 “미이행 땐 형사고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울산시에 따르면 이번 공업탑 재보수는 한림조경(사장 최정섭, 울산시 동구)이 원도급을 맡았다. 한림조경은 공업탑 주변 공사를 했고, 실질적인 공업탑 구조물은 원작자인 박칠성씨가 맡아 제작했다. 한림조경이 박 씨에게 재하도급을 준 것이다.

최정섭 한림조경 사장은 “저작권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페인트를 다시 칠하는 정도다”며 “(박칠성씨가)연로한 작가기 때문에 협의하는 것도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박칠성씨는 “청동값이 올라 제작비가 많이 들었다. 수고비조차 남지 않는 등 고생만 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울산시 관계자와 금속재료 전문가 등과 함께 크레인을 타고 올라가 지구본을 육안관찰 한 후의 통화내용이다. 박 씨가 언급한 제작비 내용은 간접적인 청동도금 지구본을 시사한 것으로 보이지만, 박씨가 의도적으로 청동도금을 주문했는지, 아니면 주물업체가 박씨를 속인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재료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청동도금을 청동으로 속을 수 있다.

박칠성씨는 공업탑을 설계한 공로로 울산시 명예시민이 됐다. 그는 현재 살고 있는 ‘칠갑산 농원’에 공업탑 모형을 만들어 놓을 정도로 공업탑에 애착을 갖고 있다. 그는 공업탑을 건설할 당시 “포항에 있는 처가의 과수원을 팔아 부족한 공사비를 충당했다”며 “직접 질통을 메고 공사에도 참여했었다”고 술회한 적 있다.

이런 그가 자신의 작품인 공업탑 지구본 재질을 속였을 지는 미지수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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