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맛 시앙(2)
슬라맛 시앙(2)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7.1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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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 여직원과 난 돌아오는 내내 묵직한 뭔가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처럼 마음이 무거웠다. 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우린 무엇을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그들은 가정방문과 같은 우리의 작은 관심에도 머리 숙여 고맙다는 말을 수차례 한다. 지금도 고맙다고 말하는 시어머니의 눈가에 맺혔던 눈물과 우리를 똘망똘망 바라보던 아이의 선한 눈망울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 아이의 밝은 미래를 위해 경찰관으로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가 나에게 남겨진 숙제이다.

● 외국인 범죄예방교실 운영

외사요원으로서는 나는 외국인의 범죄피해 방지를 위한 범죄예방교실을 운영한다. 외국인들은 한국법이나 문화를 몰라서 범죄의 피해를 당하거나 혹은 범죄인 줄도 모르고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이러한 사례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근무하는 회사에 찾아가거나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하는 교육장으로 찾아가서 모르면 당하기 쉬운 보이스 피싱 등 최근 범죄피해사례를 통한 범죄대처요령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생활속 한국 법률 등을 알려준다.

그런데 외국인들인지라 경찰이 직접 찾아와 준 것에 대해 고마워하면서도 한편으로 경계한다. 그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방법을 인도네시아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예방교실에서 터득했다.

그 회사는 인도네시아 근로자 15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근무시간에 피해주지 않기 위해 사전 회사측에 양해를 구하고 점심시간대를 이용해서 범죄예방교실을 실시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인들은 피부가 좀 까만 편이다. PPT를 이용해 강의를 하려니 실내들을 꺼야 했고, 어두운 실내에서 까만 얼굴의 인도네시아 인들이 딱딱한 표정으로 내 얼굴만 빤히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을 가다듬고 강의를 진행했다.

● 자국어로 인사 건네며 소통

미리 준비해온 인도네시아 인사로 첫 말문을 열었다. “슬라맛 시앙” 인도네시아 어로 “안녕하세요”라는 말이다. 순간 딱딱하던 표정들이 하나 둘 웃음이 번지면서 그들도 나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슬라맛 시앙” 한국어를 잘하는 근로자는 다른 인사말에 대해서도 몇가지 더 알려주었고, 그 후 강의 분위기는 아주 밝아져서 오고 가는 대화속에 편하게 강의를 마칠 수 있었다.

그 후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예방교실에서도 그들 나라의 인사말부터 물어보면서 강의를 진행하곤 한다. 외국인에세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나의 방식이 혹시 일방적으로 그들에게 우리의 것을 받아들이도록 강요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반성해 본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 한국에 왔으니 한국법을 따라야 한다는 일방적인 생각이 그들과 우리의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국어 인사말에 관심 보이며 금방 경계를 허물어 버릴 정도로 그들은 본국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것을 알기를 강요만 하지 말고 우리도 그들의 문화를 알아가면서 그들의 입장에서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게 먼저인 것 같다.

오늘은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모임에 방문해 범죄예방교실을 운영하려고 한다. “씬짜오” 오늘의 인사말이다. 완주군에 거주하는 다문화 가정이 모두 편안할 수 있도록 오늘도 나는 열심히 발로 뛴다. <끝>

<김재환 전북 완주署 정보보안과 보안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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