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형 타원형은 세계 유일 양식 동물 불변 속성 파악한 미의식
변형 타원형은 세계 유일 양식 동물 불변 속성 파악한 미의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7.1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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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 화가들은 암각화 속 동물형상 어떻게 구분·표현했을까
대곡리 양식! 그것은 세계에서 단 하나, 울산 대곡리 암각화 속에서만 살필 수 있는 조형 예술의 양식이다. 또한 그것은 이미 형상 분석 과정에서 논한 바 있는 제2그룹의 ‘변형 타원형’ 몸통과 각 동물의 고유한 속성들이 결합된 동물 형상을 이르는 말이다. 그 변형 타원형 속에는 대곡리 암각화 제작 집단이 지니고 있었던 동물과 그 몸통에 대한 관념, 그들이 향유하였던 당대의 보편적인 미의식, 그림 속의 제재들과 더불어 고락을 함께하였던 제작 집단의 애환 그리고 그것을 도상 언어로 형상화 하고자 한 그들의 조형 의지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것이다.



● 뿔 모양·목 길이·발굽·꼬리 등으로 구분



이미 앞의 형상 분석 과정에서, 고래를 비롯하여 사슴과 돼지 그리고 호랑이 등과 같은 네 개의 핵심적인 제재들을 동일 선상에 놓고, 그것들을 몸통 구조의 차이에 따라 세 개의 그룹으로 분류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제1그룹은 자연주의적인 형상이었으며, 그 몸통 구조는 육지동물의 경우 가로 세로 2:1의 직사각형이었고, 고래도 가로(폭) 세로(체장) 1:2의 몸통 길이에 좌우대칭의 유선형이었음과 제2그룹의 몸통 구조는 변형 유선형이며, 그것은 직사각형과 유선형이던 제1그룹의 몸통 구조 중 목과 배선이 완만하게 휘어진 변형 유선형으로 바뀌었음을 살펴보았다. 또한 제3그룹은 몸통의 구조에서 서로 간의 동질성이 약해지는 대신에, 뿔이나 몸통의 무늬 그리고 고래의 경우 수증기 뿜기나 구체적인 입 모양 등과 같은 신체 세부의 특징들이 특별히 강조되었음도 확인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특별히 주목할 것은, 제1그룹의 직사각형과 유선형, 제2그룹의 변형 유선형 등의 예에서 살필 수 있었듯이, 각 그룹 별 동물의 몸통 구조는 비록 그 종이 서로 다를지라도 모두 같은 모양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상 하나하나는 그것이 각각 사슴이 되고 또 돼지가 되며, 마찬가지로 호랑이나 고래가 된다는 사실이다. 이렇듯, 서로 간의 몸통 구조가 동일할지라도 개개의 형상들이 서로 구별되는 것은 그 하나하나의 형상 속에 각 동물들의 불변하는 속성들이 분명하게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각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고유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사람들은 바로 그와 같은 특징을 통해서 그 종을 판별해 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모든 육지 동물은 하나의 몸통에 머리와 목, 두 개의 귀, 네 개의 다리 그리고 꼬리가 달려 있다. 이와 같은 부분들은 동물이라면 모두 예외 없이 갖추어야 하는 기본적인 신체적 조건인 것이다. 그런데 동물 가운데 일부는 머리에 뿔이 달려 있고, 또 어떤 것들은 그것이 없는 것도 있다. 어떤 동물은 발굽이 나 있는 반면에 또 어떤 것은 발가락과 발톱이 나 있다. 뿐만 아니라 어떤 동물은 꼬리가 짧고, 어떤 것은 길며 또 다른 부류의 어떤 동물은 꼬리가 위로 휘었거나 끝이 말린 것도 있다. 이와 같은 특징들은 동물을 유와 종별로 그룹화 하는 기본적인 기준이 된다.

그런데 뿔이 있는 동물들을 다시 세분하면, 소의 뿔은 일반적으로 좌우 한 쌍이 원형을 이루고 있으며, 사슴의 그것은 가지가 나 있다. 양의 뿔은 나선형을 이루고 있고, 산양의 그것은 뒤로 둥글게 휘어 있으며 또 울퉁불퉁한 돌기가 나 있다. 따라서 뿔의 모양이 원형을 이룬다면, 그것은 무조건 소가 되며, 나선형의 뿔이 달린 것은 양인 것이다. 그리고 가지가 많이 달린 뿔이 그려져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사슴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뿔이 없는 동물 가운데서 목이 짧은 것은 돼지이며, 목이 긴 것은 말이고 보다 더 긴 것은 기린이다. 초식동물 가운데서 사슴이나 산양은 일반적으로 꼬리가 짧으며, 소나 말은 길다. 그러나 고양이과 동물은 그 끝이 위로 휘어져 있다.

바로 이와 같은 특징들, 즉 뿔과 목, 발굽이나 발톱 그리고 꼬리 등을 통해서 그것이 어떤 동물인가를 구분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동물의 뿔과 목, 발굽과 발톱 그리고 꼬리 등의 생김새는 곧 그것이 어떤 동물인지를 알게 해 주는 고유한 표징인 셈이다. 만약에 어떤 동물 형상 가운데서 이와 같은 표징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다면, 그것이 무엇을 형상화한 것인지 알기는 어렵다. 반대로 몸통이 추상적이거나 기하학적 도형으로 표현되어 매우 애매하다고 할지라도 그 뿔이나 꼬리 등이 특정 동물의 그것을 분명히 제시해 주고 있다면, 그것이 무엇을 형상화한 것인지 금방 구별할 수 있는 것이다.



● 암각화 형상들 신체 세부 불변 요소로 표현



대곡리 암각화 속 동물 형상의 분류도 바로 그와 같은 동물의 고유한 표징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이 암각화 속에 그려진 거북이나 물개 그리고 고래 등의 바다 동물과 사슴, 멧돼지 그리고 호랑이 등의 육지 동물, 나아가 배나 뱃머리에 서 있는 작살자비 등의 형상 분석과 분류는 저마다의 고유한 표징들을 갖추고 있는가의 여부를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 암각화 속에는 270여개의 형상들이 표현되어 있지만, 그 가운데서 약 70여개의 형상들은 종이 불분명한 것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그 각각의 형상들 속에서 특정 개체의 표징이 뚜렷이 드러나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특정 동물을 형상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고유한 표징들이 표현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표징은 해당 동물의 불변하는 속성인 것이다. 이미 제1, 2, 3 등의 그룹을 통해서 확인한 바 있듯이 몸통의 생김새는 제작자와 시기 등의 차이에 따라 자연주의적인 것에서 변형 유선형 등으로 바뀌었지만, 사슴과 돼지 그리고 호랑이 등의 속성, 즉 길고 짧은 목과 끝이 휘어진 꼬리 등은 불변하는 요소이며, 그것은 지속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렇듯, 몸통의 생김새와는 무관하게 신체 세부의 고유하며 불변하는 표징들에 의해서 어떤 것은 사슴이 되고 또 어떤 것은 멧돼지가 되며, 또 어떤 것은 호랑이가 되는 것이다.



● 동물 분류는 저마다 고유 표징 분석해 판단



한편, 각 동물의 몸통은 제작자와 그 제작 시기의 차이에 따라서 변하였음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서 동물의 종의 특징을 표현하는데 몸통은 그다지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점도 또한 알 수 있었다. 바로 이와 같은 점을 통해서, 선사 시대의 화가들은 각 제재별 불변하는 속성들을 파악하고, 그것으로써 그가 표현하고자 한 특정 제재를 형상화하였음과 더불어 몸통의 변형을 통하여 그들의 동물에 대한 관념과 동시에 시대 미감 등을 표출시켰던 것이다. 그런 까닭에 변화하는 몸통의 구조를 통해서 시대 양식을 파악해 내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시대 양식이란 각 동물들의 고유하며 불변하는 속성 가운데서 표출되는 것이 아니라 제작 주체와 시대에 따라 바뀌어 온 몸통 가운데서 살펴낼 수 있는 것이다.

대곡리 암각화 속의 동물 형상들은 직사각형과 유선형 몸통 구조에서 변형 타원형으로 바뀌면서 육지동물은 물론이고 바다동물인 고래와도 양식적으로 동일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육지동물은 반드시 두 개의 귀가 나 있고, 또 엉덩이와 다리가 하나의 선으로 곧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고래는 좌우로 나뉜 꼬리지느러미에 변화가 심한 꼬리자루와 변형 유선형 몸통이 결합되어 있다. 이와 같은 형상들을 통하여 대곡리 암각화 제작 집단이 고수하였던 캐논이 무엇이었는지도 같이 살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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