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자질
고자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5.14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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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이면 생각나는 스승이 한 분 계신다. 스승과 선생님은 어감도 그렇고 실제 내용에서도 약간 차이가 있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그 차이를 쉽게 찾을 수 있으니 재탕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다만 일상생활에서 소매치기를 가르치는 사람을 스승이라고 하면 그것은 억지를 부려서 높여 부르는 말이고, 영화에서 화투 놀음을 가르치는 사람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만큼 쉽게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쓰는 말이다. 하여간 선생님이 스승이 되는 경우는 있어도, 스승이 선생님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옛날 초등학교 6학년 어느 선생님, 아이들이 아름드리 벚나무에 올라가서 버찌 따먹는 것이 위험해 보여 절대로 올라가지 말라고 수차례 지도하였다. 그래도 아이들은 점심시간에 몰래 올라가서 따먹었다. 몇 번을 아무 일 없이 들키지 않고 잘 따먹었는데, 어느 날 7, 8명이 점심시간 다음에 교실 앞으로 불려나갔다. 모두들 금방 알아차렸다. 조금 전까지 버찌를 따먹고 까불던 친구들이었다. ‘너희들, 선생님 말을 듣지 않았으니 종아리를 맞아야 하겠다. 모두 종아리 걷고 교단 위로 올라서!’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사용하는 지휘봉을 집어 들었다. 줄 서 있는 처음 아이부터 종아리에 핏줄이 생기도록 맞았다. ‘아야! 아야!’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지고 모두들 교실 바닥을 뒹굴었는데 마지막 한 아이만 이를 악물고 그대로 끝까지 버티었다. 다 때리고 난 다음, ‘신OO, 앞으로 나와!’ 교실 바닥을 뒹굴던 아이들이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섰다. 반장이었다. ‘너, 얘들 벚나무에 올라갔을 때, 올라가지 말라고 얘기 했어, 안 했어?’ ‘안 했습니다.’ ‘음, 너도 여기 종아리 걷고 올라서!’ ‘???’ 선생님은 지휘봉을 들고 한 말씀 하셨다.

‘얘들 벚나무(당시에는 사꾸람보 나무)에 올라갈 때, 너는 몰래 숨어서 고자질할 생각만 했지? 그래서 너도 얘들하고 똑 같아. 올라가지 말라고 말렸어야지. 그게 협동하는 거야! 그게 정직하게 살아가는 거야!’ 반장도 교실 바닥을 뒹굴었다.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모두들 신OO와 함께 어깨동무를 했다. 같이 종아리를 맞았기 때문이다.

먼 훗날 그 선생님은 진정으로 ‘스승’이 되셨다. 한 30년이 지난 어느 날 그때의 개구쟁이들이 우연히 만나 그 선생님 댁을 방문하였다. 무척 반가워하시면서 버찌 따먹고 매 맞던 얘기를 꺼내셨다. ‘니가 끝까지 뒹굴지 않고 꼿꼿이 서 있을 때,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있었지. 이놈이 매 맞고 난 뒤에는 고자질한 놈을 기어코 찾아 몰매를 주고, 외톨이, 이지매 시킬 것이지. 그래서 똑같이 매를 맞으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신OO도 매를 맞았지.’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하셨다. 모두들 감탄하였다.

우리 시대에 다시 계셔야 할 스승이시다. 쇠고기 파동에 휩쓸리는 특정 단체의 선생님들께서 스승이 되는 길이 여기에 있음을, 이런 지혜가 있어야 함을 보여주고 싶다. 이와는 대조되는 교육자가 대학의 교수이다. 대학의 교수는 대학에서 특정 전문 지식을 가르치는 면허증 소지자이지, 인격적, 정신적 가르침을 주는 교사자격증 소지자로서의 스승은 아니다. 위선적 스승 행세를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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