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곡리 조각가들은 세상에서 유일한 조형양식 창조
대곡리 조각가들은 세상에서 유일한 조형양식 창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7.0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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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비례나 고유한 특징 왜곡없는 자연주의수법
동물 몸통은 모두 가로 세로 2:1 직사각형 비율
사슴·고래 몸통구조가 기본적으로 동일함 파악
기본형→ 직사각형→ 변형된 타원형 등으로 변천
이미 몇 차례 확인한 바 있듯이, 대곡리 암각화 속에는 모두 270여점의 형상들이 그려져 있다. 그 가운데는 얼굴-마스크 두 점을 포함하여 모두 14점의 사람 형상, 59점의 고래, 펭귄, 상어 그리고 물개 등의 바다동물, 41점의 사슴 형상과 21점의 돼지, 20점의 호랑이 그리고 종이 불분명한 동물들이 그려져 있다. 그 밖에도 배와 그물 그리고 부구 등 어로용 장비들도 살필 수 있다.

형상의 개체 수와 공간 점유율 그리고 그것들이 구성해 내는 장면이나 그 속에서 펼쳐지는 사건의 전개 등을 놓고 볼 때, 이들 가운데서 고래와 사슴, 돼지 그리고 호랑이 등은 이 암각화의 중심적인 제재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중 육지 동물은 모두 측면에서 바라본 모습이며, 고래는 위 또는 아래에서 보았거나 측면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이들은 비록 같은 종의 동물일지라도 몇 개의 서로 다른 기법과 양식으로 그려져 있다. 그러므로 이들을 기법과 양식에 따라 크게 세 개의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자연주의적인 형상이다. 여기에서 ‘자연주의’라 함은 각 동물의 신체 비례나 그것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특징 등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포착하여 그린 것을 이르는 말이다. 육지동물들은 모두 두 개의 귀, 두 개 또는 네 개의 다리 그리고 종에 따라 길이와 모양이 다른 꼬리가 각각 달려 있다. 일반적으로 몸통은 직사각형을 이루고 있다. 그 가로와 세로의 비율은 2:1이다. 머리끝에서 목까지의 길이와 다리의 길이는 몸통의 세로 크기와 동일하다.

고래는 유선형의 몸통 구조를 보이고 있다. 몸통의 폭은 가슴지느러미를 기준으로 하여 머리로 향하면서 급격히 좁아지지만, 그것이 꼬리 쪽으로 가면서 서서히 좁아진다. 머리끝에서 꼬리지느러미의 ‘V’자형 홈까지, 즉 몸통의 중심에 가상의 축선을 그으면, 가슴의 폭은 체장의 1/2 정도이다. 몸통을 삼등분하면 앞가슴지느러미는 체장의 1/3지점에 나 있다. 꼬리자루는 2/3지점부터 시작된다. 중심축을 기준으로 하여 몸통은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어서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이렇듯 사슴이나 돼지 그리고 호랑이 등 육지동물은 물론이고 바다동물인 고래의 몸통은 가로(고래의 경우, 체장)와 세로(고래의 경우, 폭)가 각각 2:1의 비율을 띠고 있다. 그리고 그 몸통에 저마다의 속성이 내포되어 있는 머리와 꼬리 그리고 다리가 붙어 있는 것이다. 물론 고래는 가슴과 꼬리지느러미 등이 붙어 있다. 이들 동물들의 신체 세부와 그 비례는 원래의 그것과 비교적 유사하다.



두번째의 그룹은 첫 번째 그룹인 자연주의적 형상의 변화형이다. 우선 이 그룹에서 육지동물의 경우는 제 1그룹의 2:1로 직사각형을 이루던 몸통이 크게 변화된다. 어깨 뼈 부분의 융기와 더불어 그로 인해 약간의 요철이 있거나 혹은 바깥으로 약간 휜 등선과 함께 가슴에서 배로 이어지는 윤곽선 역시 바깥으로 완만한 곡선을 이룬다. 전체적으로는 부드러운 유선형 몸통을 이루고 있다.

동물의 종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제1그룹에 비할 때 목은 가늘고 또 길어졌으며, 다리는 몸통과 목의 크기에 비할 때 상대적으로 짧아졌고, 엉덩이와 뒷다리는 일반적으로 직선을 이루고 있다.

고래도 제 1그룹의 유선형이던 몸통이 크게 변화하여 좌우의 균형감을 살필 수 없게 되었으며, 몸통에서 꼬리자루로 가면서 급격하게 가늘어졌다. 등과 배의 선이 모두 곡선이지만 상대적으로 배선이 더 심하게 바깥으로 휘어져 있다. 이와 같은 형태적 특징은 곧 사슴과 같은 초식동물의 몸통 가운데서도 살필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암각화의 제작 집단은 두 번째 그룹의 형상들이 제작되는 과정에서 사슴과 고래의 몸통 구조가 기본적으로 동일함을 파악했던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의 그룹은 장식성이 강조된 형상이다. 이 그룹은 앞의 제1과 2그룹에 비할 때 각 동물 간의 양식의 일관성이 약화되는 시기이다. 다시 말하면, 제1과 2그룹에서 유지되어 오던 동일한 양식의 몸통 구조가 동질성을 상실하는 시기이다. 그러나 이 그룹의 형상들은 각 종별로 그 형태적인 속성들이 특별히 강조되어 있다. 사슴은 뿔과 몸통의 꽃무늬, 멧돼지와 호랑이는 몸통의 줄무늬 등이 강조되어 있다.

고래도 제1과 2그룹에서 살필 수 없었던 수증기 뿜는 모습이나 입의 모습 등이 추가되었으며, 몸통은 심하게 요동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제 1그룹의 좌우 대칭형 몸통과는 뚜렷이 대비될 뿐만 아니라 제2그룹의 고래에서 보이던 날렵한 몸통과도 구별되는 형태를 보인다. 그것은 심하게 요동치는 모습을 하고 있다. 물론 고래가 갖고 있는 특별한 속성, 즉 가슴이나 꼬리지느러미 등은 변함없이 중요한 세부의 특징으로 남아 있다.

이렇듯 대곡리 암각화 속에 표현된 형상들을 그 몸통의 생김새에 따라 세 개의 그룹으로 분류해 보았다. 이와 같은 분류를 통해 사슴, 돼지, 호랑이 그리고 고래 등이 세 개의 서로 다른 몸통 구조를 띠고 있음을 읽어낼 수 있었다.

제1그룹의 동물 형상들은 직사각형 또는 좌우대칭의 유선형을 띠고 있었지만, 제2그룹에서는 몸통의 구조가 바뀌어 육지동물은 사각형 몸통이 변형타원형으로 바뀌었다. 고래는 좌우대칭의 유선형 몸통이 균형을 잃는 대신 운동감을 획득하게 되었다. 그에 따라서 제2그룹의 형상들은 각각 그 어디에서도 살필 수 없는 독특한 구조의 몸통을 만들고 있다. 더욱이 육지동물과 고래의 몸통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구조를 띠고 있다.



제3그룹에서는 각각의 동물들에서 일관성 있는 몸통의 구조를 살피기는 어려웠지만, 제1과 2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종의 속성이 더 강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속성은 다름이 아니라 사슴의 뿔과 꽃무늬, 돼지와 호랑이의 줄무늬와 꼬리 그리고 고래가 내뿜는 수증기 모양 등이다. 이러한 속성들을 통해서 그것들이 사슴과 돼지, 호랑이 그리고 고래임을 더욱 강조하였다. 그러니까 제1과 2그룹에서 확인하였던 동일한 몸통 구조, 즉 제재를 불문하고 동질성을 보였던 몸통의 일관된 양식이 제3그룹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화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을 형상화한 것인지를 분명히 밝히기 위하여 뿔이나 몸통의 무늬, 꼬리 그리고 입의 생김새나 수증기 뿜기 등을 강조하였음도 짚어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일련의 변화 과정을 통해 대곡리 암각화의 제작 집단은 각 동물의 속성에 대한 명확한 분석을 하였다. 우선 사슴은 두 개의 귀와 긴 목 그리고 짧은 꼬리를 지니고 있다. 멧돼지와 돼지는 길거나 뭉뚝한 주둥이에 두 개의 귀, 짧은 목 그리고 꼬리를 지니고 있다. 호랑이는 작은 머리, 두 개의 귀, 솟아오른 어깨뼈 그리고 위로 말아 올린 꼬리 등이 특징이다. 한편 고래는 유선형 또는 그 변형의 몸통에 가슴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 등이 변할 수 없는 속성이었던 것이다.

대곡리 암각화 제작 집단은 그와 같은 불변의 속성들을 적절하게 변형시키면서 그들의 조형 세계를 구축했다. 그 변형을 몸통의 구조, 목의 길이와 두께, 꼬리의 길이와 구부러짐의 정도, 다리의 방향과 길이 그리고 내부 및 외부 장식 등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신체 세부의 변형을 통해 이 암각화의 제작 집단은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대곡리식 동물 양식’을 창출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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