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첩부분 세세한 해석으로 선·면쪼기 선후관계 해답얻어
중첩부분 세세한 해석으로 선·면쪼기 선후관계 해답얻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6.24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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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5월 이전까지, 즉 폴리에틸렌을 통하여 대곡리 암각화의 정밀한 모사를 하기 이전까지는, 대곡리 암각화 속에는 단 두 개의 제작 층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이 암각화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시기와 집단에 의해서 제작되었다고 파악되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분석은 임세권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는 이 암각화 속에서 살펴지는 일부 형상들의 중첩 관계, 즉 면 쪼기의 고래 형상 위에 덧그려진 선 쪼기의 그물이나 절충식 쪼기의 고래 위에 덧 그려진 선 쪼기의 표범 꼬리 등을 통해서, 고래와 같이 면 쪼기로 그려진 형상들이 먼저 그려졌고, 그물이나 표범 등 선 쪼기로 그려진 형상들이 나중에 그려진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던 것이다.

이와 같은 그의 분석과 주장은 당시로서는 신선하고 또 획기적인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의 주장에는 한 동안 이견이 없었으며, 그 이후의 연구자들은 대부분 임세권의 분석 결과를 그대로 차용하여 저마다의 연구를 펼쳤고 또 의견을 개진하였다. 그에 따라서 이 암각화는 고래류가 많은 암면의 왼쪽 부분부터 그려지기 시작하였으며, 점차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육지동물이 그려졌다는 주장, 고래잡이를 하던 사람들이 먼저 이 암각화를 그렸으며, 그 후 동물을 사냥하던 수렵민 집단이 들어와 그들의 그림을 덧그렸다는 주장, 봄과 여름에는 고래잡이를 중심으로 하는 어로를 하였고, 가을과 겨울에는 수렵을 하였다는 주장 등이 차례로 발표되었다.

물론 면 쪼기로 그려진 형상들 위에 선 쪼기의 형상이 덧그려져 있다는 임세권의 주장은 부분적으로 보면 옳으며,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 암각화 전체의 중첩 관계를 바르게 분석해 내지는 못하였다. 그가 주목하고 분석하였던 부분들을 보다 세세하게 되살펴보면, 그의 주장과는 사뭇 다른 중첩 관계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그가 이 암각화에서 먼저 그려진 것이라고 보았던 고래 등 면 쪼기로 그려진 형상들 아래에는 그것들 보다 더 앞선 시기에, 그것도 윤곽만 쪼아서 그린 형상들이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면 쪼기로 그려진 고래 형상들 위에 그물이나 표범 등이 덧그려져 있는 것은 틀림이 없지만, 그 고래들 아래에는 보다 작은 점으로 윤곽선을 쪼아서 그린 또 다른 형상들이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음을 그가 간과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가 제일 먼저 그려졌다고 보았던 면 쪼기의 고래 형상들이 사실은 이미 선 쪼기로 그려진 고래나 배 등의 형상들을 훼손하면서 그것들 위에 덧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그와 같은 점을 다음의 두 가지 사례를 통해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 각 형상 부분 침범 발견 작업 순서 증명



사례 1 대곡리 암각화 중 왼쪽 윗부분에 그려진 것이다. 이 장면에서 바로 눈에 띄는 것은 그물이다.

그물은 ‘사례 1’에서 가장 늦게 그려졌으며, 그런 까닭에 가장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그물이 가장 늦게 그려졌다고 보는 이유는, 그 속의 호랑이로 보이는 형상이나 오른쪽과 아래에 각각 그려진 고래 등을 그것이 부분적으로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부분에서 그물은 선 쪼기로 그려졌으며, 고래들은 면 쪼기로 그려졌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임세권은 면 쪼기의 고래가 선 쪼기의 그물보다 먼저 그려졌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임세권은 그물과 그 아래에 그려진 고래와의 관계를 특히 주목하였는데, 이 부분에서는 틀림없이 선 쪼기의 그물이 면 쪼기로 그려진 고래의 일부분을 훼손하였다. 그러나 그는 고래의 좌우에 그려진 두 척의 배 형상은 주목하지 않았다. 고래의 좌우에 그려진 두 척의 배는 면 쪼기의 고래를 그리면서 이물과 고물의 일부가 훼손되고 말았다. 그런데 고래의 좌우에 그려진 배는 선 쪼기에 의해 그려졌다. 이와 같은 점은 곧, 선 쪼기로 그려진 배들이 면 쪼기로 그려진 고래보다 먼저 그려진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래의 오른쪽 꼬리지느러미는 바로 아래에 선 쪼기로 그려진 고래의 머리 부분을 침범하였다. 여기에서 다시 선 쪼기로 그려진 고래 형상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비단 위에 그려진 고래의 꼬리지느러미뿐만 아니라 그 오른쪽에 그려진 고래의 왼쪽 가슴지느러미 그리고 아래에 그려진 호랑이로 보이는 맹수의 귀 등이 각각 이 고래 형상의 윤곽을 부분적으로 침범하였다. 바로 이와 같은 점은 선 쪼기로 그려진 배와 고래 등이 면 쪼기로 그려진 고래보다 더 먼저 그려진 것임을 증명해 주는 것이다.



● 상관관계 살피자 학설내용 크게 바껴



사례 2 대곡리 암각화의 가운데서 약간 왼쪽에 위치해 있다. ‘사례 2’도 그동안 많은 연구자들의 주목을 끌었던 부분 가운데 하나였다. 이 부분에는 호랑이와 표범으로 보이는 맹수 두 마리와 더불어 몸통 가운데 일부를 남겨두고 쫀 고래 등이 서로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호랑이와 표범은 온전한 모습이지만, 이 둘과 관련된 나머지 형상들은 부분적으로 훼손되어 있다. 특히 표범의 꼬리는 고래의 꼬리자루 위에 덧그려져 있다. 임세권은 바로 이 부분을 주목하였던 것이다. 그가 주목한 고래의 꼬리자루는 면 쪼기로 그려졌으며, 표범과 그 꼬리는 선 쪼기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물론, ‘사례 2’ 가운데서 이 부분만 떼어놓고 본다면, 면 쪼기의 고래 형상이 선 쪼기의 표범보다 먼저 그려진 것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이로써 임세권은 면 쪼기의 고래 형상이 먼져 그려졌고, 선 쪼기로 그려진 형상들이 나중에 그려진 것이라는 그의 주장을 펼치는 또 하나의 근거를 마련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임세권은 ‘사례 2’의 여러 형상 가운데서 표범과 고래의 관계만 주목하였지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나머지 형상들의 상관관계는 살피지 못하였다.

‘사례 2’의 형상 상호간의 선후 관계도 ‘사례 1’과 마찬가지로 임세권의 주장과는 크게 다르다. 이 부분에서 제일 먼저 그려진 것은 그동안 소위 ‘울타리’라고 풀이하였던 배와 사슴의 ‘고삐’와 ‘뿔’이라고 해석하였던 배와 작살자비 등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 선 쪼기로 그려진 것이다. 그런데 그 위에 호랑이와 표범 등이 각각 덧그려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표범의 꼬리는 고래의 꼬리자루 위에도 덧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런 점으로써 면 쪼기의 형상들이 먼저 그려졌다는 그동안의 주장과 그로 인하여 파생된 갖가지 설들은 설득력을 잃게 되었다.



● 배→ 고래→ 동물 순으로 그려진 대곡리암각화



대곡리 암각화 속에는 이렇듯 형상 상호 간의 선후 관계를 분석해 내는데 유용한 예들이 그 밖에도 몇 개 더 있다. 그러나 그것들의 중첩 관계는 ‘사례 1, 2’의 그것과 대동소이하다.

바로 이런 예들을 통하여, 이 암각화는 두 겹의 층위와 그 중에서도 면 쪼기가 앞서며, 선 쪼기가 나중이라는 그간의 주장이 바르지 않음을 지적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중첩 관련 사례 분석을 통하여, 이 암각화 속에서 제일 먼저 그려진 것은 선 쪼기로 그려진 배들이었으며, 그것들에 이어서 다양한 종류의 고래들이 그려졌고, 보다 나중에는 선 쪼기로 그려진 동물들이 그려졌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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