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학개론
사랑학개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6.2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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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어느 유명잡지사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자들이 모이는 철학학회에서 앙케트를 조사한 일이 있다.

고명박식한 철학자들에게 질문한 내용은 “21C에 살고 있는 젊은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좋은 말(金言)’이 있으면, 당신은 어떠한 말을 들려주고 싶습니까? 한 마디로 표현하여 어떤 말을 추천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이다.

그 추천의 금언을 보면, 진지하게 살아라, 사랑하라, 그리고 배워라, 웃어라, 봉사하라 등 그야말로 다양하다. 만약에 필자에게도 같은 질문을 받으면 “사랑하라”는 말을 추천하고 싶다. 사랑에는 여러 가지‘사랑’이 있다.

이성간의 사랑, 친구간의 사랑, 그리고 부모 자식 간의 사랑, 사제지간의 사랑 등 너무나도 많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날이나 결실의 계절 가을이 되면 고귀한 결혼을 하는 신랑 신부에게 보내는‘사랑’의 이야기가 있다. 이것에 대하여 땅, 바다, 하늘에 비유하여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

먼저‘땅’에 관한 이야기이다. 땅에서 자라는 나무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그야말로 그 종류는 너무 많이 있다. 그 중 뿌리는 다르지만 나중에 자라 두 그루의 나뭇가지가 붙어서 자란다는, 굉장히 희귀한 ‘연리지(連理枝)’라는 나무가 있다.

그 반면에 뿌리는 다른데 나중 줄기가 같아지는 ‘연리목(連理木)’이라는 나무도 있다. 다시 말하면, 연리지 나무는 이심이체(二心二體)라 말할 수 있고 연리목 나무는 이심동체(二心同體)라 말할 수 있다. 우리 인간에게 비유하면, 부부간의 사랑을 비유하게 되는데 그래서 혹자는 사랑의 나무라고 한다.

옛날 우리 선배들의 사랑은 이심동체의 부부사랑인 연리목 사랑이었을 것이다. 싫어도 이 목숨 다하도록 이 남편을 위하여 죽을 때까지 파뿌리가 되도록 살아간다고 하는 지고지순한 사랑이었다. 그러나 지금 현시대는 옛날과 분명히 다르다고 해야 할 것이다.

21C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이심이체의 사랑을 이야기하는‘연리지나무의 사랑’이 되어야 한다. 뿌리는 다르지만 나중에 자라서 다른 두 가지(枝)가 합쳐진다는 나무로, 두 가지가 만나는 과정에서 서로가 문질러 터지고 뜯긴다. 그러면서 점차 상처가 아물어 똑같은 나이테 자국을 갖게 되는 것이다.

남녀 간에 사랑의 결실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처럼 적지 않은 장벽을 넘어야하는 평범한 진리를 이 나무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사랑도 노력해야 된다는 말이 아닐까?

또 땅에만 사랑이 있는 것이 아니다. 깊디깊은‘바다’에도 있다. 비목어(比目魚)라는 물고기로 어느 시인이 말하는 소위‘외눈박이 물고기’를 말하고 있다. 이 고기는 눈이 하나고 지느러미도 하나이다. 암놈은 왼쪽 눈에다 왼쪽 지느러미가 있고 수놈은 오른쪽 눈에 오른쪽 지느러미가 있다. 이 암놈과 수놈은 홀로는 절대로 헤엄치면서 물속을 다닐 수가 없는 물고기이다. 반드시 합쳐서 한 몸이 되어서 다니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고 생활할 수도 없으니 그 만큼 부부간의 사랑은 합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종일 것이다.

이와 같이 바다에도 사랑이 있지만, 이번에는‘하늘’을 날아다니는 새에 대한 사랑의 이야기이다. 중국의 숭모산(崇慕山)에 산다는 상상의 새이며 전설의 새라 부르는 ‘비익조’(比翼鳥)라는 새가 있다. 이 비익조는 날개가 하나뿐이다. 그래서 자기와 반대 방향으로 나는 또 다른 비익조를 만나야 비로소 날 수가 있으니 신화적인 상상이 떠오르기도 한다. 한쪽 날개로는 결코 날 수 없기에 비익조는 반드시 자기 짝을 찾아야만 한다. 그래서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를 위해서 한 몸이 되어 하늘로 날아오르는 새이다.

문학상으로도 보면, 이 새는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가 당 현종과 양귀비의 애절한 사랑을 노래한 장한가(長恨歌)속의 마지막 장에 등장했을 정도로 사랑을 상징하는 전설의 새이기도 하다.

내친 김에 당 현종과 양귀비의 뜨거운 사랑의 한시(漢詩) 한편을 음미해 보자./ …/ 우리 다시 만나면 하늘에서는 비익조 새가 되고(在天願作比翼鳥)/ 땅에서는 연리지 나무가 되길 원한다네(在地願爲連理枝)/ 라고 절절히 노래하고 있다.

21C를 살아가는 꿈 많고 전도유망한 우리 젊은 세대들이, 땅에서는 연리지 같은 사랑을 하고 바다에서는 비목어와 같이 사랑을 하며, 그리고 하늘을 나는 비익조와 같이 사랑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나아가 서로에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는 고귀한 사랑이기를 바란다.

<김원호 울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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