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은 없지만 교육감은 있어요”
“대선은 없지만 교육감은 있어요”
  • 권승혁 기자
  • 승인 2007.12.1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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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라는 교육감…화교 2세 우인창 씨 부부 인터뷰

▲ 화교 2세로 중구 옥교동에서 중국집을 하고 있는 우인창(49, 오른쪽) 노향련(44, 여) 부부가 외국인으로서 교육에 대한 어려움과 앞으로 당선 될 교육감에게 바라는 바를 설명하고 있다. /김미선 기자

시선거관리위원회 외국인 129명 투표권 행사, “사교육비 해결·폭력 없는 즐거운 학교 기대”

울산시 중구 옥교동에서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화교 2세 우인창(49)씨는 얼마 전 주민센터에 볼일을 보러갔다가 뜻밖의 말을 들었다. “…국민이 아니라서 대선 투표권은 없는데… 교육감은 뽑을 수 있습니다~” 오는 19일 실시되는 울산시교육감 재선거에 꼭 투표를 하러 가라는 주민센터 직원의 말이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 5·31지방선거 때도 투표를 했던 기억이 스쳐갔다. 울산에 발을 디딘 해인 1975년부터 지금까지 5·31지방선거에서 우씨는 처음 투표를 해봤다. 그때는 처음해본 투표라 낯선 느낌이 없지 않았다. ‘이번 교육감은 누구를 뽑아야 할지…’우씨의 고민뒤로 문득 ‘근데… 왜 대선은 투표권이 없지?’ 궁금증이 꼬리를 문다.

2005년 8월 4일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출입국관리법령에 따라 영주의 체류자격 취득일 후 3년이 경과한 19세 이상의 외국인에게 체류지역의 지방자치단체 선거의 선거권을 부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대통령 선거권은 ‘국민’에게 한정하고 있어 귀화하지 않은 외국인에겐 주고 있지 않다. 귀화한 외국인이 아닌 우씨에게 대선 선거권이 없는 반면 울산시교육감 선거권이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9일 울산시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과는 달리 울산지역 5개구·군의 선거인명부에 등록된 외국인 중 3년 이상 거주한 자에게 지방선거권이 있다”며 “이는 지역실정을 이들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법의 판단에 근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울산시선거관리위원회가 밝힌 울산에 거주하고 있는 ‘대통령 선거권은 없지만 교육감 선거권을 지닌 외국인’은 모두 129명. 필리핀, 베트남, 중국 등 다양한 국적의 이들은 대부분 노동자다.



▲“울산교육감은 저희들만의 교육감이 아니잖아요. 넓게 봐야죠”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선생님들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시는 분이 교육감이 돼야죠. 두루두루 능력을 갖춘 팔방미인 같은 사람이요”

뜻밖이었다. 그간 화교 2세로서 한국에서 살아오긴 쉽지 않았을 터. ‘어떤 교육감이 뽑혔으면 좋겠느냐’는 원론적인 질문에 외국인의 삶에 국한된 답변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담담하게 내뱉은 말은 기자의 고정되고 편협한 사고를 반성하게 했다. 후보들의 공약 중 자신들의 이익과 관련된 부분에만 초점을 맞춰 투표권을 행사하려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었다.

인터뷰가 낯설어 좀처럼 말을 아끼던 우씨의 부인(화교 2세)인 노향련(44·여)씨가 갑자기 남편을 거들고 나섰다. “참 학원비도 만만찮아요.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만이나 중국의 경우엔 한국처럼 심하지 않거든요” 우씨 부부 슬하엔 첫째 우은령(18)양과 둘째인 우은기(17)군이 있다. 둘 다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울산에는 화교학교가 중구 북정동에 초등학교 1곳만 있다) 딸의 학원비만 이래저래 한 달에 40만원이 조금 넘는다고 한다.

우씨는 농담처럼 “둘째가 공부만 잘했어도 아마 학원비가 두 배나 들어갔을 것(웃음)”이라며 비싼 사교육비에 혀를 내둘렀다.

부인 노씨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강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TV 에 아이들이 왕따를 당했다는 뉴스가 나올 때면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학교 폭력 예방에 관심 있는 분이 교육감이 됐으면 좋겠어요” 불쑥 튀어 나온 학교폭력. 뭔가 사연이 있어 보였다.

“저희 딸이 초등학교 때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어요. 저나 나나 속이 많이 상했어요. 주위에서 조금만 관심이 있었더라면...” 결국 궁금했던 외국인이기에 겪었던 어려움을 묻고 말았다. “화교로서 자녀들을 키우시느라 힘든 일이 많으셨겠어요”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굳이 말하자면, 학교에 운동장이 없어 운동회는 보통 태화강변에서 하곤 했어요.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을 빌려 쓰기도 했지만 매년 그러기엔 쉽지 않았죠. 둘째 하굣길에 맞춰 학교로 데리러 가다보면 아들 녀석이 친구들과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거예요. 얼마나 부러웠을까요. 또래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고 있는 모습이 말이에요. 그땔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네요” 노씨가 희미하게 웃으며 하는 말이었다. 한국부모들이 이 같은 상황을 겪었다면 이들처럼 편안하게 웃을 수 있었을지.

“주위에 어떻게 도움을 청하는지도 몰랐어요. 아무도 알려주지도 않았고. 아마 이번 교육감 선거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어요. 후보들이 저희한테 관심이 별로 없는지.(웃음) 명함 한 장 받은 적이 없어요. 대부분 저희 같은 외국인들은 주위의 무관심이 일상처럼 돼서 많이들 투표하러 가진 않을 것 같아요.” 우씨의 우려 섞인 목소리에서도 알 수 있듯 이들은 여전히 울산교육에서 소외받고 있었다. 소외감을 느낄 만한 신경은 이미 퇴화해 버린 뒤였다. “그렇지만 이제 시작이잖아요. 투표권을 그냥 버릴 순 없죠. 좋은 분이 교육감이 됐으면 좋겠어요. 우리 화교나 외국인들만을 위한 교육감이 아닌 두루두루 능력 있는 분이요.”

우씨 부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소중한 투표권을 놓치지 않을 작정이다.



다문화가정 지원연구협 구성 등 적응교육 프로그램·배움터 운영



울산에서 교육감 재선거의 투표권을 가진 이들은 129명밖에 되지 않지만 국제결혼 가정 수는(지난 7월 기준) 모두 1700여 가정이나 된다.

학생 수는 지난해 93명에서 올해 203명(초 177명, 중 22명, 고 4명)으로 1년 새 113.7%의 증가율을 보였다. 부모 출신 국가는 대부분 일본(91가구)이며 중국(34가구), 베트남(31가구), 필리핀(27가구) 순이다.

울산에 거주하는 국제결혼 이주여성은 총 996명이며 이중 70%이상이 한국어 미 해독으로 인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울산시교육청은 밝혔다. 더욱이 자녀교육에 대한 정보가 없어 학습지도에 어려움이 많으며 인권침해와 차별경험 등으로 학교교육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교육청은 다문화가정의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위해 내년부터 △다문화 가정 지원 연구협의단(T/F팀)을 구성하고 △다문화 가정 적응교육을 위한 연구협력학교나 시범학교 운영 △대학생 학습도우미단과 방과 후 배움터 운영△ 다문화 가정 유아를 위한 다문화 적응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권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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