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사경찰 열정, 다문화사회 선도한다(1)
외사경찰 열정, 다문화사회 선도한다(1)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5.2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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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이 실시한 ‘2011년 경찰청 다문화 치안활동 수기집’ 경찰관 부문 최우수작에 당선된 이길수(충남 아산경찰서 정보보안과 외사계 경위)씨의 ‘외사경찰의 열정이 다문화사회를 선도한다’를 연재합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외국인이 치안행정서비스의 새로운 고객으로 등장하고 있음에도 외국인 관련 경찰업무는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충남 아산경찰서 외사계 근무하는 동안 추진한 다문화 치안활동을 소개하면서 앞으로 공감받는 외사치안정책이 더 많이 개발되기를 기대한다.

● 결혼이민자 치안 필요성 깨달아

나는 1998년 11월 경찰에 입문하여 파출소, 지구대, 강력반에서 근무하던 중 2006년 5월경 충남지방경찰청에서 특수시책으로 추진한 ‘외국인 인권보호센터’를 맡으면서 외사업무에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로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임금체불, 산업재해 등 각종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었으나, 곧 우리 사회에서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결혼이민자들을 위한 치안정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으로부터 전국 운전면허시험장에 6개 외국어(영어,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로 운전면허 학과시험에 응시할 수 있으나, 국내에서 외국어로 된 운전면허 교재를 구입 할 수 없어 결혼이민자 등 외국인들이 운전면허 학과시험에 응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당시에 ‘체류 외국인 100만명 시대’라고 언론에서 한참 떠들어댈 때였다. 그런데 ‘정말로 외국어로 된 운전면허 교재가 없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어 인터넷 검색도 해보고 운전면허시험관리단에 전화도 해보았으나, 어디에서도 외국어 교재를 찾을 수가 없었다.

● 운전면허시험 외국어 교재 출간

그건 충격적이였다. 외국인 100만명 시대라고 하면서 금방 선진국이 되는 것처럼 떠들고 있었고, 운전면허는 경찰의 고유한 업무임에도 아무도 그런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외국인 운전면허 분야는 방치상태였으며 행정의 공백 상태였고, 황무지나 다름 없었다.

그런 현실이 개탄스러웠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자 내게는 묘한 도전정신이 생겨나면서 열정의 의욕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스스로 외국어 교재와 예상문제지를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해 주면 보람있는 일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우선 걱정스러운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점과 번역비 등을 어떻게 충당해야 하느냐는 것이었으나 일단 시작해 보기로 결심했다.

우선 한글로 교재를 만든 후에 그것을 영어를 전공한 전·의경에게 번역을 부탁하고, 그것이 완성되면 다시 필리핀 출신 결혼이민자에게 보여주어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 나갔다. 점차 무언가 모습을 갖춰 가게 되자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운전면허시험에 응시하고 싶은 필리핀 출신 결혼이민자들을 모집했다.

필리핀 출신 결혼이민자들을 상대로 여론 수렴을 하니 일요일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석 할 수 있다고 했다. ‘일요일이면 나도 쉬어야 하는데’ 하면서 약간 고민도 했으나 그들이 원하는 바이고 내가 스스로 시작한 일인 만큼 일요일 오후에 강의를 시작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약 40명)이 모였고, 그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으며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어 큰 도움이 된다는 감사의 인사를 너무도 많이 받았다. 경기도 안산이나 서울에 일요일마다 찾아오는 결혼이민자도 있었다.

● 휴일 반납하며 교육 노력 결실

그동안 운전면허증을 필요로 하는 외국인들이 많았는데도 치안행정이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반성했고 한편으로는 무한한 보람을 느끼면서 운전면허교실은 4개월 동안 매주 일요일에 진행되었으며 드디어 학과시험에 응시하게 되었다. 모두가 긴장하고 있었다. 시험에 응시하는 이민자들도 긴장했고 나는 과연 몇명이나 합격할 수 있을지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시험을 마치고 발표 순간이 왔다. 31명이 시험에 응시하여 12명이 합격했다. 시험에 합격한 이민자들은 펄쩍펄쩍 뛰면서 기뻐했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기쁜 마음을 전했다.

내국인 형제에게 시집와서 동서지간이 된 태국 출신 이민자와 필리핀 출신 이민자가 함께 합격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길수 충남 아산署 정보보안과 외사계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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