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조형유물을 보며 14
신라의 조형유물을 보며 14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5.11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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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조상(彫像)들 ⑧

천주교 신자인 야구선수 출신의 직장 동료가 모세에 의하여 유대 셈족이 이집트를 탈출해서 가나안에 이르는 종교 행적의 고생스러운 여행 중에 본 이집트 조각상의 이상한 느낌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예리한 관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대 이집트는, 국가안보나 풍요한 농축산 기원에서 자연숭배, 토템 등의 민속 신앙심이 영혼불멸과 더불어 종교화됐고, 그 신전 내에 신상과 입구벽면 전방에 파수자인 파라오나 부부동반의 조상을 조성했다.

나일강 하류 카이로에서 700㎞ 상류에 위치한 카르낙, 룩소르, 테베신전 군들의 조각상들은 고대 역사를 배경으로 거대하게 존재하지만 살아 움직이는 생동감이 없다. 이러한 왕후장상 조각상들은 입상했거나 좌상 혹은 누운 와상이라도 사자(死者)와 같은 부동자세로서, 자연스러운 동세가 없어 마치 영상의 일순간 정지동작과 같은 상태가 영겁에서부터 지속되어 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파라오에는 카(Ka)와 바(Ba)의 두 영(靈)이 있고, 죽음의 개념은 다만 1령 카가 육체를 떠난 상태로서, 때가 되어 미이라에 머물고 있는 2령 바와 합쳐지면 부활할 수 있기 때문에 파라오의 영혼은 불멸한다. 종교는 물론, 선악, 도덕, 질서 등이 영혼불멸의식에서 발생했다고 보면, 이는 인간의 원초의식으로서 지금도 우리를 좌우지한다.

파라오조상은 현세를 떠나 내세에 머물던 성령 카가 우주로부터 귀향을 맞이하려고 준비하는 부동자세, 허공 우주를 향한 정면성의 얼굴, 생기와 초점 없는 눈동자로 돌아올 성령을 막연히 바라 맞이하는, 3가지 특징으로 조상되었다. 다시 말해 부활을 위하여 현세로 복귀하던 카 성령은 그 인물 조각상이 생동적이라면 이미 살아있기 때문에 내세로 돌아가게 되므로 미라적 측면에서 입체조형 된 것이다.

또 하나의 의미로 지배계급은 직립의 부동자세로 지시를 일관하는 신분의 권위를 표상하려는 목적도 포함한다. 반면 직접 생산에 종사하는 하류계급 조상은 일상의 생동하는 모습이다. 왜냐하면 재생가치가 없는 신분이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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