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미안타 생각말고 편안히 잘 가시오 … 어메 아베”
“나한테 미안타 생각말고 편안히 잘 가시오 … 어메 아베”
  • 김영수 기자
  • 승인 2008.05.11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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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지기 할미가 들려주는 ‘바리데기’ 이야기

희극속에 비극·비극속에 희극 교차 ‘효’표현

울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관객 “웃고 울었다”

바리데기. 버림받은 바리데기가 부모를 살리겠다고 저승으로 가서 약물을 찾아오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무속설화이다.

지난 9일 오후 7시 30분 울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신호등 아래 횡단보도에서 만난 ‘저승지기 할미’가 들려주는 ‘바리데기’의 이야기를 들었다.

저승지기 할미가 들려준 바리데기 이야기에서는 바리가 약물을 찾으러 가지만 부모를 살리지는 못한다. 그러나 버려진 아이라는 ‘바리데기’가 아닌 오구대왕의 일곱번째 공주 ‘바리공주’라는 이름을 찾는다.

저승에 가기 싫어 도망친 귀신들. 그 귀신들을 잡으러 다니는 저승지기 할미는 죽은 아비를 위해 저승으로 가고 싶다는 바리데기를 만난다. 이들은 그 사연을 알아보기 위해 바리데기가 탄생하는 시점으로 돌아간다.

바리데기의 탄생을 재연하는 과정은 바로 이 작품의 백미.

흰색가면과 우산에 야광도료를 사용해 암전속에서 기괴하고 환상적인 장면 연출한다. 또 흰색 천을 사용해 출산장면에서는 길대부인이 잡아당기는 끈으로,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6명의 공주로 표현된다. 또 바리를 버리러 갈 때에는 넘어가는 산으로 연출되며 천을 길게 늘려뜨려 배로 형상화 했다.

귀신들은 이제 바리를 위한 가상의 연극을 펼치게 된다. 이들은 나무가 돼 장님 바리에게 이 땅이 어머니이고 저 하늘이 아버지이며 꽃들이 자매들이라 말한다. 우여곡절 끝에 바리는 드디어 자신을 버린 부모를 만난다. 버려진 아이, 바리데기는 죽은 오구대왕의 말로 바다에 내버려졌던 천덕꾸러기 바리데기가 아니라 귀하고 귀한 바리데기 공주라는 이름을 찾는다.

그리고 자신을 버리고 평생 미안해 하며 산 부모를 이해하고 “두 손 꼭 잡고 나한테 미안타 생각하지 말고 편안히 잘 가시오 어메 아베” 라며 보낸다.

이 작품은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인간들은 스스로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이런 메세지를 희극속에 비극, 비극속에희극을 통해 효(孝)라는 주제로 풀어냈다.

부산사투리를 쓰는 할머니 품에서 재미있고 슬픈 이야기를 한편 들은 느낌. 그것이 연극 ‘바리데기’다.

/ 김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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