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절, 풍속의 시작
단오절, 풍속의 시작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5.20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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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으로 5월이 오면 나라님은 신하에게 새로운 부채를 나눠준다. 이를 단오선(端午扇)이라 한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대나무살이 50개나 되나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으므로 백첩(白貼)으로 불린다. 이 부채를 얻은 사람은 금강산 1만2천봉이나 스스로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려 넣는다.

김매순(金邁淳 1776~1840년)의 열양세시기([冽陽歲時記)에 명나라 제3대 성조(成祖) 황제 당시에 조선에서 접는 부채를 만들어 올리자 황제는 상방(尙房)에 명하여 그와 똑같이 만들게 함으로써 드디어 천하에 퍼진 것이라고 한다.

경도잡지(京都雜誌)에 소개된 단옷날에 관한 내용은 명나라 때 출간된 계암만필(戒菴漫筆)에는 중국의 요(遼) 지방 풍속에 5월 5일 발해의 주자(廚子)가 쑥떡을 올리는데 이것이 우리 나라의 풍속의 시초라고 했다.

단오절(端午節)은 설날, 그리고 추석과 함께 민족의 3대 명절로 꼽히며 수릿날(戌衣日), 천중절(天中節), 중오절(重五節), 단양(端陽) 등의 다양한 이름이 있다. 이 날은 1년 중 최고의 날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수리는 우리말의 수레(車)다. 이 날 쑥잎의 등이 흰 것을 햇볕에 말려 부수어 화융(火絨-부싯깃)을 만든다. 또 쑥잎을 짓이겨 떡 속에 넣어 녹색이 나도록 반죽해 수레바퀴 모양의 떡을 만들어 먹는다하여 수리치(戌衣翠)라고 했다.

농경사회는 밭에 파종을 하고 나면 휴식할 수 있는 시기가 음력 5월경의 단오절이다. 단오(端午)의 뜻풀이에서 ‘단’은 싹, 끝, 실마리 등의 뜻을 지니며, ‘오’는 7 또는 정오란 의미가 있다. 예로부터 우리의 수 개념에는 홀수가 두 번 겹치는 날은 생기(生氣)가 넘치는 날이라 한다. 단옷날 풍습 중에 대추나무 시집보내기가 있는데 이날 정오에 대추나무 가지를 치거나 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두면 많은 열매가 열린다고 믿는다.

단옷날은 풍물을 치면서 집집이 돌아다니며 지신(地神)을 밟고 풍물패는 음식을 대접받는다. 산중의 절집은 거의 목재 건물이다. ‘단옷날 소금단지 올리기’는 화재에 취약한 건물을 보호하기 위한 방술(方術)이다. 양산 영축산 통도사에선 화기(火氣)를 누르기 위해 대방광전을 포함해 전각의 처마 밑에 얹어 놓은 단지 안에 든 묵은해의 소금을 새 소금으로 다시 담아 올려 두었다.

단오절에 먹는 음식으로 매화나무의 덜 익은 열매인 오매(烏梅)와 백단향(白檀香)을 주재료로 한 제호탕 차를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한편, 고구려를 건국한 고주몽(高朱蒙)의 출생일에 관해 환단고기(桓檀古記) 고구려국 본기 제6편에 30년 임인(B.C. 199년) 5월 5일에 고주몽이 태어났다고 하며, 삼국사기 권 제50 열전 제10에서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弓裔)의 출생일이 중오일(重午日)인 5월 5일이다. 그리고 환단고기에 신시배달국 제14대 자오지(慈烏支) 환웅천왕(桓雄天皇)에 오른 치우천왕(蚩尤天皇)을 상징하는 적령부(赤靈符)라는 치우부적은 조선시대 관상감(觀象監)에서 단오때 붉은 부적을 궁중으로 올리는데, 대궐 문설주에 붙여 액운을 막는 방도로 사용했다고 한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5월 5일은 천중지절(天中之節)에 위로는 하늘의 녹을 얻고 아래로는 땅의 복을 받아 치우지신은 구리 머리, 쇠 이마다. 붉은 입, 붉은 혀로 404가지의 병(四百四病)이 일시에 없어져라. 빨리빨리 율령대로 시행하라’고 하였다. 지금의 부적을 붙이는 제도가 여기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머리를 땋은 처녀 총각들은 붉고 푸른 새 옷을 입고 창포탕(菖蒲湯)으로 세수하고 머리 감고, 창포 뿌리를 깎아 비녀를 만들며, 주사(朱砂)를 발라 머리에 꽂는다. 이것을 단오장(端午粧)이라 한다. 이미 출가한 여자도 친정에 근친을 감으로 이 날을 여아절(女兒節)이라 부른다고 알려준다.

울산은 단옷날 행사로 그네뛰기, 널뛰기, 씨름, 농악 등을 가졌다. 동국세시기에 그네뛰기는 원래 북방의 민족들이 몸을 날쌔게 하기 위해 한식일(寒食日)에 즐겼던 놀이라고 한다. 울산에서는 해마다 열린 그네뛰기 경연대회가 공업축제의 한 행사에 포함시켜 실시했다.

농악은 천신(天神)에게 제사하는 제천의식(祭天儀式)이 그 시초라고 보기도 하며, 풍물, 풍물놀이라고 불린다. 지금의 중국 지린성(吉林省) 지안현(輯安縣)의 고구려고분 각저총(角抵塚)에 그려진 씨름벽화에서 삼국시대 훨씬 이전부터 씨름경기가 실시되었음을 알 수 있다.

현대식 씨름경기는 1912년 10월 서울 단성사(團成社) 극장에서 열린 것이 처음이라 한다. 울산의 씨름은 단옷날에 실시하였으나, 1932년 9월 장생포 지역에서 추석날 각희(脚戱) 대회라고 불리는 씨름경기가 열렸는데 우승자에게 제공하는 상품으로 1등은 대학 소 1마리였다.

최근에 씨름이 2016년 올림픽 종목에 포함되기를 바라는 기운이 일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단옷날의 풍속을 다시 세워 다문화가족과 함께하는 한마당 잔치로서 21세기에 걸 맞는 산업도시 울산의 독특한 대표문화축제로 재탄생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전옥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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