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도시 울산과 목판화
산업도시 울산과 목판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5.17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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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한 미술의 역사에서 시대를 구분하는 획을 다소 거칠게 긋는다면 가장 최근의 슬러시는 앤디워홀에서이다. 1960년대 앤디워홀은 산업사회에서 대중매체와 복수성이라는 획기적인 특성을 발견해내고 피카소 이후에 또 다른 방법론을 제시하면서 앤디워홀 이전을 근대미술로, 이후를 현대미술로 구분 지었다. 그가 사용한 산업사회에서의 복수성은 바로 판화를 이용해 완성되었다.

16초마다 자동차가 한 대씩 출고되고 수많은 선박이 끊임없이 생산되는 세계적인 산업도시 울산은 오리지널 작품이 여러 장 복수로 제작되는 판화의 특성과 가장 닮았다.

그러면 판화 중에서 왜 목판화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울산이 자랑하는 보물 반구대 암각화는 돌에 흠집을 낸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과거 수많은 탁본으로 제작됐는데 이 탁본은 볼록판화기법이다. 목판화 또한 나무에 흠집을 내어 찍은 볼록판화의 대표적인 기법이다.

우리의 선조들이 이뤄놓은 반구대 암각화도 대단하지만 그 곳에서 오늘날 목판화페스티벌을 창안해내 울산을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격상시키고자 하는 지금의 우리도 대단하지 않은가?

또 하나 AD704년경에 제작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발견된 곳이 바로 인근 불국사의 석가탑이다. 이쯤이면 울산은 목판화의 뿌리가 있고 줄기가 뻗으며 꽃을 피우고 있는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달 6일 처음으로 열리는 2012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벌의 참가국은 한국과 중국, 일본으로 한정했다. 이 세 나라가 목판화를 가장 먼저 시작했고, 가장 발달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 유럽, 그리고 제3세계로 확대해 명실공히 세계 목판화페스티벌로 성장시키고자한다.

이번에 초대한 중국과 일본작가는 30~ 70대 세대별 대표작가 14명이고, 28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자기 나라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그들은 곧 현재와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작가들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한국목판화협회원과 울산에서 활동하는 작가 65명이 참가한다. 세 나라의 서로 다른 문화적, 기법적 특성을 찾아 섬세하게 느껴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올 것이다.

순수예술과 관련된 축제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없애거나 통폐합해야 하는 축제와는 의미가 다르다. 순수예술분야는 ‘누구나 다 좋아하는’이 적용되지 않고 ‘이 분야의 마니아를 위한’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수준 있는 문화도시의 기준은 순수예술을 즐기는 마니아들의 숫자가 좌우한다. 이 점을 이해하는 도시만이 고품격 문화도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벌에서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 어쩌면 목판화를 전혀 모르는 일반인들도 작품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으리라 예상하는데 그것은 목판화가 제작하기 쉬울 뿐 아니라 옛날에 한번쯤 고구마나 감자를 파서 잉크를 묻혀 찍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그것이 목판화의 기본적인 기법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올 것이다.

woodcut(목판화)을 the Woodcut으로 승격시켰다. 목판화가 그만큼 중요하고 우리가 찾아내고 발전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서이다.

임영재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벌 운영위원장

울산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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