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학공업단지 왜 울산에 조성했을까?
중화학공업단지 왜 울산에 조성했을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5.13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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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상국들의 롤 모델

울산, 지난 50년 동안 제로베이스에 있었던 한국 중공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이끌어 올린 개발의 산실이었고, 또 가장 가난했던 나라 중의 하나였던 한국의 경제를 개발도상국과 중진국의 단계를 차례로 거치면서 선진국 반열로 견인한 기관차 구실을 하였으며, 국가 브랜드의 가치를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일등공신의 역할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어엿이 발전과 풍요의 아이콘이 된 도시, 그곳이 바로 울산이다. 그리고 바로 그와 같은 점을 한국인이라면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부러워하며, 닮고 싶어 하는 롤 모델(Role model) 중의 하나가 한국이고, 그 중에서도 첫 번째가 바로 울산광역시의 공업단지와 그 속에 구축된 인프라들이다.

바다와 육지 그리고 하늘을 잇는 교통 및 물류 운송 시스템과 네트워크, 자동차와 선박 생산 등을 중심으로 한 중공업단지, 정유 및 각종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석유화학단지 그 밖의 이들과의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크고 작은 기업체들이 거대한 유기체가 되어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는 도시, 그것이 바로 울산이다. 그래서 이제 울산은 ‘메트로폴리탄’이라는 말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거대 도시로 탈바꿈하였고, 그 존재감을 세계 속에 뚜렷이 각인시키고 있다.

◇50년 전 허허벌판서 산업수도 변신

50년 전, 저 허허로운 벌판, 소금기 저린 바닷가, 한가롭다 못해 심심하기까지 하였던 시골마을들 그리고 멋 적은 잡목들만 몇 그루 덩그렇게 서 있던 절반의 민둥산 등의 기억은 이제 빛바랜 사진 속에서나 살필 수 있는 먼 과거의 일들이 되고 말았다. 그야말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도시, 그것이 바로 울산이다.

그렇다. 지난 50년 동안 울산은 참으로 크게 요동치는 변화를 하였다. 당시에는 너무나도 평범하여 특별히 보잘 것도 없고 그래서 딱히 내세울 만한 것 하나 없었던 그저 평범했던 해안가 마을들은 이제 한국 아니 세계 최고의 공업도시로 탈바꿈한 것이다.

현대중공업. 지난 해 연말에 나는 다정한 지인의 도움으로 해외에서 온 학자 두 사람과 함께 이 거대한 신화의 세계 속을 잠시 탐닉한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목격한 신화는 ‘최고의 선’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이자 그것을 이룩하여 온 울산 사람들의 창조적인 정열이었다.

현대중공업이 추구하는 ‘선’ 속에는 여태껏 세상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긴 것들과 또 아직까지 세계 어디에서도 시도해 본 적이 없는 것들에 대한 도전과 성공에 대한 확신, 동시에 그것을 만듦으로써 사람의 영혼과 그 육체적인 삶 그리고 그 구성원들의 세계가 보다 풍요롭고 또 윤택하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져 있었다. 그들이 추구하는 일들은 분명히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현실이었으며, 그 일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오늘의 울산 사람들이었다.

◇現重 선박·엔진분야 세계 1위 우뚝

현대중공업은 1972년 3월 23일에 기공식을 하였다고 한다. 그러니까 올해가 설립된 지 40년이 되는 해이다.

방문 당시 보았던 전시관 속의 자료들과 안내를 하였던 도움이의 설명 그리고 그간의 업적 등을 종합하면, 지난 40년의 여정은 최고의 선을 구현하기 위한 선각자적 고행의 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단지 내 어느 곳에서나 살필 수 있었던 수식어들은 ‘최고’, ‘최초’, ‘최대’, ‘최다’ 등이었다. 그리고 그 언표 속에는 졸부들의 허영심을 채우는 값싼 사치가 아니라, 마치 프로메테우스적인 도전과 같은 구도자적 엄숙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동안 현대중공업은 각종 선박과 프로펠러 그리고 엔진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끄는 성과를 얻었다.

그 중에서 몇몇을 소개하면, 첫 번째의 것은 세계 최대의 LNG(액화천연가스)선 건조이다. 그 크기는 21만6천㎡급이라고 한다. 이에 관해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그것이 얼마나 큰지 실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까 그 길이는 315m이며, 폭은 50m이고 또 높이도 27m에 달한다고 한다. 달리 표현하자면, 축구장 세 배의 크기인데, 그 속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디젤엔진까지 탑재하였다고 한다.

그 밖에도 세계 최대의 화물선을 건조하였는데, 그 규모는 36만5천t급이라고 한다. 그 길이는 자그마치 343m이며, 폭은 63.5m라고 한다. 그래서 지난 29년, 아니 30년 간 세계 우수 선박 건조회사로 선정되었으며, 동시에 선박 건조 수량 역시 세계의 1위라고 한다. 현대중공업 속에는 열한 개의 도크가 있는데, 이와 같은 시설 또한 세계 최다라고 한다. 그리고 창사 이후 지금까지 1,760척의 배를 만들었으며, 그동안 세계 선박 공급의 15%를 현대중공업이 담당하였다고 한다. 생산량에서도 1983년 이후 줄곧 세계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현대중공업이 근년에 제작한 프로펠러는 그 직경은 9.1m라고 한다. 그러니까 프로펠러의 높이가 지상 3층의 건물 높이와 맞먹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무게도 자그마치 107t에 이른다고 하며, 날개는 넷이 아니라 여섯 개라는 것이다. 또한 선박 엔진도 세계 최대의 것을 생산하였는데, 무려 10만9천 마력 급이라고 한다. 세계 일류 상품 34개를 생산하였는데, 이 또한 국내 최다 기록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일을 수행하는데 모두 2만5천명의 근로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성취는 협력 업체들과 직·간접적인 관계 속에서 이룩된 것이다.

◇전문기능 갖춘 공단 도시발전 이끌어

물론 울산에는 현대중공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공장도 있고, 석유화학공장도 있으며, 그 밖에도 하나하나 그 이름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크고 작은 공장들이 있다. 이들은 모여서 울산공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중공업단지들은 산업 구조의 성격 상 철판 구조물들을 생산하는 일들과 긴밀히 결부되어 있다. 따라서 강재의 생산과 운송이 이루어져야 하며, 그것을 절단하고 또 가장 작은 규모의 소조립(小組立)과 중조립의 단계를 거치면서 선행공정을 하여야 한다. 그런 다음 그것을 본체에 탑재한 후 종합적인 조립을 하고 다시 도장을 하는 일련의 공정을 거친다. 그에 따라 기반시설과 각 공정별 전문기능인이 필요한 것은 자명한 일이다.

석유화학공단은 조선이나 자동차 생산 등 중공업과 견줄 때 생산 결과물로 출시되는 상품의 성격은 분명히 다르다.

예컨대 정유공장의 경우는 각종 화학적 원리와 공정 등을 통하여 휘발유, 등·경유 그리고 벙커시유(bunker C oil) 등을 분류하고 또 생산해 낸다. 그에 따라서 각 공정 별로 전문가 및 기능인들이 저마다의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일체의 공정을 위해서 원자재 수송, 원유 및 제품 저장시설, 출하시설, 열병합 발전시설 등의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렇듯 정해진 공정에 따라 생산된 각종 석유류 제품들은 다양한 산업 현장과 실제 생활에서 요긴하게 쓰이는 것이다.

◇공단조성 이유 연원은 어디일까?

그런데 도대체 이와 같은 중화학공업단지가 울산에 들어서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왜 하필이면 배를 만들고 자동차를 만들며 또 기름을 정유하는 공장들이 울산에 집중되어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와 같은 공장들의 협력 업체들이 울산을 중심으로 한 인근 지역에 주로 모여 있는 것일까? 그와 같은 공업단지가 울산에 조성되지 않으면 안 되었던 필연성은 무엇일까? 그리고 아무 곳에나 그와 같은 공장들을 세운다고 울산과 같은 중화학공업단지가 조성되는 것일까? 지금의 울산을 보면서 그 연원을 어디까지 소급시켜야 하는 지 등 갖가지 의문점들을 동시에 떠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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