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 뉴트렌드 이끌 목판화축제
디지털시대 뉴트렌드 이끌 목판화축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5.10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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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2012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벌(운영위원장 임영재)이 ‘the Wood cut’이란 제목으로 열린다고 한다. 한ㆍ중ㆍ일 목판화계의 대표작가 82명이 100여점을 출품하는 대형 전시이다. 또한 이번행사는 여러 국가의 프로 목판화가들이 대거 참여해 구성되는 ‘최초의 목판화전문 대규모 국제전’이란 점과 이를 서울권이 아닌 지역문화권에서 주최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주목할 만하겠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전통적으로 목판화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술적 표현방식이다. 하지만 최근엔 ‘첨단 디지털 시대에 웬 전통타령이냐’고 홀대받기 일쑤였다. 이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오판이 아닐 수 없다. 뿌리 없이 화려한 꽃이 필 수 없듯, 목판화가 없었다면 오늘날 대부분의 시각예술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목판술은 종교와 사회, 정치와 경제, 문화와 과학 등의 발단에 결정적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결국 목판화는 인류의 인지적 가치를 소통의 수단으로 표현한 최초의 시도이자 수단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세계최초의 목판본인 통일신라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고려시대 ‘팔만대장경’이나 ‘변상도’, 조선시대 ‘부모은중경’, ‘삼강행실도’ 등 주로 종교나 생활풍습에 이르기까지 목판화는 가히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소통언어이자 미술형식이었다. 특히 울산 역시 조선시대 최고의 판각가인 연희스님이 배출된 곳으로써, 이미 목판화와의 인연이 깊다.

이번 ‘2012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벌’이 울산에서 열릴 수밖에 없었던 당위성과 필연성은 하나 더 있다. 바로 울주군 대곡리에 있는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 때문이다. 이 선사시대 암각화에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고래 그림을 비롯해 여러동물 등 총 75종 200여점의 그림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 옛 사람들이 생활과 풍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돌에 조각한 암각화는 우연하게도 그 제작기법이 목판화와 아주 흡사하다. 울산시민 입장에서도 암각화와 목판화 작품을 동시에 비교·감상해 본다면, 보다 다양하고 입체적인 감성코드를 경험하게 되는 흥미로운 계기가 되리라 기대된다.

어떤 이는 나무를 인류의 조상이라고도 말한다. 아마도 나무는 자연을 대변하는 것이고, 인간은 그 자연에 기대어 살고 있는 것에 빗댄 비유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대표적인 친환경 소재인 나무로 제작된 목판화가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는데 있어, 친밀감을 유도하는 특성을 지녔다는 얘기도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더욱이 한민족 고유의 정서를 부드럽게 녹여낸 목판화의 친환경적인 요소는 한국을 넘어 동양적인 감성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기에 제격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목판화를 중심으로 한 이번 한ㆍ중ㆍ일 연합전은 시사점이 크다고 하겠다.

목판화는 분명 전통적인 매체임에 분명하다. 애써 ‘현대목판화’라고 명명하며 새롭게 구분 짓고자 해도 그 기저엔 이미 ‘전통적 유전인자’를 품고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그러한 맥락을 ‘정체성’이라 부른다. 현대적인 트렌드 역시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적 정서와 새로운 감각이 효과적으로 융합된 상태’라고 풀이할 수 있다. 이번 ‘2012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벌’엔 제각각의 독창성과 정체성을 갖춘 100여점이 한 자리에서 선보인다. 이는 곧 아시아의 목판각 장르 종주 삼국의 자존심 대결의 양상으로 비쳐질 수도 있어 여러모로 기대감을 부추긴다.

더불어 2000년대 이후 디지털 테크놀로지 시대를 맞아 일상생활이나 시각문화에도 큰 변화바람이 일고 있다. 판화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최근에 등장한 ‘멀티플 아트’라는 개념도 넓게 보면 판화형식의 새로운 활성화를 위한 모색의 과정이라 하겠다. 우리의 목판화가 지닌 우수한 아날로그적 정서와 동시대적 디지털 감성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다면, 이번 ‘2012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벌’을 맞아 분명 세대를 초월한 한국 목판화의 새로운 경쟁력을 발견하게 되리라 확신한다.

김 윤 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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