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절실한 아이들에게 문을 열어보자
도움 절실한 아이들에게 문을 열어보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5.07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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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책 벽이 아닌 문 (門) 아프리카 소년병… 아스퍼거 증후군 … 거리의 불량청소년…
어른들에 탐욕에 의해 살인기계로 길들여진 아프리카 소년병.

서투른 동작과 특이한 언어습관을 보이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중 하나 아스퍼거 증후군 아이들 사회의 낙오자로 낙인 찍힌 거리의 소녀, 불량청소년. 이 들과 사회사이에는 벽이 존재한다.

소통할 수 없는 공간인 벽. 이 벽을 부셔버리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언제든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문을 만들어 보자는 것. 주위의 도움으로 스스로 열고 나올 수 있도록, 아니 우리가 먼저 열고 들어가 만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모두들 사랑받아야할 보호받고 자라나야할 아이들.

가장 도움이 절실한 아이들임에도 불구하고 무심할 수 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문을 열어보자. 이들이 들어 올 수 있도록.

아이들 눈으로 바라본 세상

▨ 열 두살 소령

열두살 소령은 ‘비라이마’라는 열두살 소년의 시각에서 아프리카에서 전쟁이란 무엇인지, 소년병이 왜 생겨나는지를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으로 이모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풍자적으로 그린 소설. 한창 뛰어놀고 공부해야할 나이에 어른들의 전쟁병기가 돼 죄책감없이 사람을 죽이고, 총알받이로 허무하게 생을 마감하는 아프리카 소년병들. 악의 구렁텅이 속에서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소년 전사의 길에 나서게 된다.

주인공 비라이마의 눈 속에는 조국을 구한다는 명분으로 학살과 부정축재를 일삼는 독재자, 금과 다이아몬드 광산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파벌 지도자, 이를 강건너 불구경하는 서구열강들의 모습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담겨있다. 참담한 소년병이라는 주제에도 불구하고 코믹한 반어법과 신랄한 풍자를 통해 현실의 비극성을 효과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 작품은 출간 후 전 세계 독자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당혹감을 안겨주었고 그동안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소년병’들에게 발언권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쿠르 상과 함께 프랑스 4대 문학상의 하나인 ‘르노도 상’과 ‘아메리고 베스푸치 상’, 프랑스 전국 60여 개 고등학교의 2천여 학생들이 심사위원이 돼 선정하는 ‘공쿠르 리세엥 상’을 잇따라 석권하며2000년대 이후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소설로 떠올랐다.

저자 아마두 쿠루마 역자 유정애 출판사 미래인 285쪽 9천원

자폐소녀와 가족이야기

▨ 저 문 너머로

‘저 문 너머로’는 유메라는 자폐증을 가진 아이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 20대 초반에 아스퍼거 증후군을 진단받았던 작가 후지이에 히로코가 ‘유메’라는 아이를 통해 발달 장애를 가진사람들의 겪는 어려움을 그려내고 있다. 제목에서 말하는 ‘문’이란 유메같은 자폐증을 가진 아이와 우리 사회간에 닫혀 있는 장벽이다.

이 장벽은 부셔버려할 할 것이 아니라 사회가 소통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쉽게 열 수 있는 문이며, 자폐아들도 주위의 도움을 통해 스스로 열수 있는 문이기도 하다.

자폐아들이 보이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7살 유메의 마음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의 행동을 우리는 그냥 ‘이상하다’고만 생각하지만, 이들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고, 그들만의 사고방식으로 행동한다.

우리가 이해하려고 한다면 분명히 그들과 통하는 방법이 있고, 그들 행동이 낯설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유메’를 통해 가족 간의 대화와 사랑, 사회와의 소통이라는 큰 주제를 말함으로써 발달 장애인 사람들을 껴안으면서 그 주위 사람들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언어지체나 인지발달의 지연은 발생하지 않지만 서투른 동작과 특이한 언어사용이 자주 보고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중 하나.

저자 후지이에 히로코 역자 고은진 출판사 솔 271쪽 B6 정가 9천원

불량 아이들의 고민과 외로움

▨ 자전거 말고 바이크

‘자전거 말고 바이크’는 소위 불량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고민, 외로움과 낙오자로 그들을 평가해 버리는 사회의 차가운 시선에 주목한 작품. 작가 신여랑은 비류쥬의 삶을 사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모순과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표제작인 ‘자전거 말고 바이크’는 사귄 지 22일째인 ‘투투데이’를 둘러싼 중학생 커플의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 수줍음 많고 소극적인 남학생 니은이 ‘경험 많은’ 친구의 코치를 받아가며 여자친구의 마음에 들려 하는 모습, 자녀의 첫 연애소식에 안절부절못하는 부모들의 반응, 보수적인 가치관 속에서 호기심과 욕망에 어쩔 줄 모르는 요즘 10대들의 깜찍한 고민이 그려진다.

거리의 소녀를 다룬 ‘화란이’는 지난해 10월 월간지’어린이와 문학’에 발표되었을 당시 선정적 소재로 격렬한 논쟁을 몰고 온 작품.

작가는 아이들의 받고 있을 ‘차가운 시선’에 주목하고 화란이 같은 아이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모순적인 감정과 그 아이들이 현실의 벽 앞에서 느끼는 깊은 절망감을 극대화해 보여주고 있다.

가장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가장 경원시되는 현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그 아이들이 선택하는 또다른 범죄, 그리고 좀더 높은 강도로 돌아오는 멸시와 배척.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극한상황으로 몰리기만 하는 주인공을 냉정하게 그려냈다.

저자 신여랑 출판사 낮은산 147쪽 정가 8천5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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