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자에게도 박수를
낙선자에게도 박수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4.1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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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끝났다. 새 아침이 밝았다. 치열한 120일 간의 선거전을 끝내고 당선자와 낙선자가 결정됐다. 당선자에게는 영광의 아침이겠지만 낙선자에게는 몰려오는 극도의 피로와 함께 짙은 상실감이 엄습해 오는 순간이다.

제19대 국회의원선거 예비후보 등록 개시일부터 후보들은 120일간의 혈전을 치렀다. 후보들은 이 기간 동안 당 내에서 공천 경쟁을 벌였고 또 선거연대에 따른 단일화 경선도 치렀다. 이 과정에서 여러 예비후보들이 탈락했다. 울산지역 6개 선거구에 최종적으로 등록한 후보는 21명이었다. 3.5대1의 경쟁률이었다. 이들이 다시 13일간의 사투를 벌이며 본 선거운동을 치렀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면 선의의 경쟁만 하기는 어렵다. 때로는 검증이란 명분으로 상대의 약점을 들춰내기도 하고 상대에게 흠집을 입히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 끝났다. 승자와 패자가 결정됐다.

하지만 선거의 주체는 후보가 아니다. 후보는 캠페인을 벌였을 뿐이고 정작 선거권 행사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이 했다. 선거일에 후보가 할 수 있는 일은 유권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승패는 유권자의 선택에 따라 결정된 것이다. 결코 상대 후보에게 이겼거나 진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선자들은 낙선자가 얻은 표도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이 나라의 주권자인 유권자 가운데는 낙선자의 자질이나 공약에 동의한 사람이 그만큼 있기 때문이다. 낙선한 후보의 공약 가운데 유권자들의 호응이 컸던 사안은 과감하게 수용해야 할 것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빚어진 크고 작은 갈등을 덮고 화합 모드로 전환할 때이기도 하다. 모두 국민의 공복이 되겠다고 선거에 나섰던 것이다. 개인의 영달이나 입신양명을 위해 나선 것이 아니라면 유권자의 결정 앞에서 겸허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다양한 정치적 욕구를 효과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정체(政體)다. 따라서 다양한 정당의 설립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

다른 정당을 마치 반국가단체라도 되는 것처럼 매도하는 언사는 민주주의 기본 정신을 모독하는 것이다. 국가의 운영 방침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하는 각 정당의 정강과 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자격은 오직 주권자인 국민에게만 있다. 당선자는 그런 정당과 후보자의 득표 내용을 감안해 추후의 정책 수립에 반영해야 한다.

해방되면서 우리가 채택한 민주주의는 때로 금권, 공권에 유린당하기도 했고 무력에 짓밟히기도 했다. 그러나 자랑스럽게도 우리 국민은 민주주의를 회복해냈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도 공명성이 점차 높아졌다. 이번 선거는 유례없는 공명선거로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성숙한 민주주의는 공정한 경쟁과 다양한 정견을 인정하는 것이 첫째 요건이다.

진보신당의 홍세화 대표는 지난 10일 선거운동을 마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홍 대표는 선거를 영화에 비유했다. 성명서에서 스스로 “진보신당은 이 영화의 등장인물 중에 가진 것 없이 세상과 싸우는 참으로 모자란 캐릭터”라고 했다. 그러면서 “엑스트라가 조연이 되고 주연이 된다”며 진보신당도 언젠가는 정계의 주인공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희망을 나타냈다.

비록 지금은 유권자의 지지를 많이 얻어 내지는 못 하더라도 꾸준히 국민을 설득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는 “이 영화의 연출자는 국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보신당은 “거대정당을 견제할 소금 같은 정당”이라 규정했다. 성명서는 “영화 같은 현실의 개봉을 앞두고 엔딩크레딧에 오를 당신의 이름을 기다린다”며 끝을 맺었다.

득표율이 낮은 정당을 군소정당이라고 무시할 수 없다. 그 정당들에 지지표를 던진 유권자도 똑같은 분량의 권리를 가진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이다.

홍 대표의 표현을 빌면 영화는 끝났다. 영화에 출연한 주연, 조연, 단역, 엑스트라 배우들과 제작에 참여한 모든 스태프에게 같은 분량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다음 영화를 구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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