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의식주 문화, 주어진 자연환경과 불가분 관계
인류 의식주 문화, 주어진 자연환경과 불가분 관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4.0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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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삼림지대 타이가·시베리아 툰드라 지역
동물·날씨변화 등 활용 주민 생활 원자재 획득
인 류가 남긴 문명의 흔적들을 더듬어 가다 보면, 특정한 지역의 문화적 특징들은 해당 지역의 자연 환경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고대 및 선사 시대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그와 같은 현상들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세계 각지의 문화 유적에 대한 조사를 통하여 그러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특정 지역의 중심적인 경제 활동 및 사람들이 그것을 영위하기 위하여 이용한 도구, 입었던 의복이나 살았던 주거지 등은 모두 주어진 자연 환경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음을 짚어낼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선사 및 고대는 물론이고 오늘날의 인류가 향유하고 있는 도시문화의 양태마저도 해당 지역의 풍토적인 특성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음을 살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일 년 열두 달 더운 곳과 추운 곳, 일정한 계절별로 태풍 등 계절풍이 불고 장마가 지는 곳, 사계절이 분명한 곳, 강수량이 극히 미미한 건조 지대나 사막 지역, 기후가 급변하여 일교차가 극심한 산악 및 고원 지대, 끝없는 삼림 타이가 지대 그리고 사시사철 눈으로 뒤덮여 있고 또 땅이 얼어 있는 툰드라 지역 등의 예를 통해서 살필 수 있듯이, 자연 조건은 남과 북의 위도 별로 큰 차이가 있다. 이렇듯 위도의 차이에 따라 특정 지역 간의 자연 환경은 서로 극명하게 다를 수 있으며, 그런 만큼 그곳에 살필 수 있는 동식물의 서식 상황도 또한 현저히 다르다. 마찬가지로 특정 지역의 자연 환경은 그 지역을 터전으로 하여 삶을 영위하여 온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경제 활동의 측면을 통해서 볼 때, 일 년 내내 따뜻하고 물이 풍족한 곳에서는 논농사를 중심으로 한 경제 구조가 일반적으로 발달되었다. 그러나 평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이 부족한 내륙 산간 지역에서는 밭농사가 주요 생업의 수단이다. 그런가 하면, 일기가 불순한 산악 고원 지대에서는 밭농사조차도 지을 수 없다. 그와 같은 곳은 농사 대신에 가축을 이끌고 유목을 한다. 보다 더 북쪽의 삼림 툰드라 지역에서는 특정한 가축의 유목과 더불어 수렵으로 사람들은 의식주를 해결하여 왔다. 한편 강이나 호수 그리고 바닷가 또는 섬에서 사는 사람들은 농업이나 수렵 등과 더불어 어로를 병행하거나 어로에 전념하는 생업 방식을 창출하기도 하였다.

예를 들면, 여름철에도 기온이 갑작스럽게 급강하해 영하로 떨어지는 몽골 고원 지역에서는 논농사를 지을 수 없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애를 써서 땅을 개간하고, 씨를 뿌려 작물을 가꾸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영하로 떨어진 차가운 날씨와 우박 등은 다 자란 곡물에 동해(凍害)를 입혀서 수확을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몇 번 되풀이 되는 그와 같은 경험들은 곧 그들이 거주하는 자연 환경이 농경에 부적합한 지역임을 체득하게 해 주었으며, 그에 따라서 그곳에 가장 적합한 경제활동을 창안하게 하였다. 그것이 바로 유목이다. 그들은 농사에 부적합한 자연 환경을 흥미롭게도 터부(taboo)화 시켰는데, 그것은 ‘땅을 파는 것은 신을 노엽게 하는 불경한 일’이라는 말로 표출되었다.

그러나 일기가 고르고 온난한 기후대의 주민들은 소위 ‘일모작’ 또는 ‘이모작’ 등의 논농사를 아무런 어려움 없이 짓는다. 그들에게서 땅은 그들의 노력을 배반하지 않는 화수분이며, 신이 내린 축복인 것이다. 그래서 주어진 환경을 능률적이고도 영속적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관개시설을 했고, 논농사에 알맞도록 경지를 구획하였다. 그런가 하면 보다 북쪽의 삼림 툰드라 지역에서는 밭농사는 물론 특수 동물을 제외하고는 유목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사냥에 의존하는 수렵 문화를 이룩하였다. 그들은 숲 속에 사는 동물들을 찾아서 사냥하고, 그것으로부터 얻은 고기와 가죽을 식량과 원자재로 삼아서 살아가는 것이다.

한편 강이나 바다 혹은 호숫가 그리고 섬 가운데 사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은 뭍에서 사는 사람들의 그것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있다. 일부는 강이나 바다에서 어로에 전념하기도 하지만, 나머지 일부는 어로와 더불어 농사 또는 유목과 수렵 등 계절 별로 겸업하기도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섬에 갇혀 사는 사람들은 일찍부터 바다로 나가기 위한 수단을 강구하였으며, 그러한 노력의 결과에 따라 뗏목이나 통나무배 등의 이동수단이 개발되었고, 마침내 먼 바다로 나갈 수 있는 거대한 배까지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러한 실례들을 우리는 아직까지도 세계 각지에 남아 있는 토착민들의 삶 가운데서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아무르 강변의 하구에서 살필 수 있듯이, 이 지역은 여름과 초가을 등 일정한 시기가 되면 연어 떼들이 거대한 무리를 이루어 회유하여 온다. 바로 그와 같은 연어 떼는 나나이 족을 비롯한 인근의 어부들의 여름 및 초가을 동안의 삶의 방식을 결정지어 주었다. 그들은 강에 그물을 치고 무진장으로 회유하여 오는 연어들을 잡아서 훈제를 하고, 그것을 겨울 양식으로 저장을 하였다. 그들이 겨울용 양식으로 잡은 연어를 훈제하는 것이 훈제 저장 문화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또한 그들은 그 물고기들의 가죽을 이용하여 의복과 신발 등을 만들어 입기도 하였다. 현지 주민들은 지금도 축제일 등 특별한 날에는 물고기 가죽으로 만든 의복과 신발을 신고 나들이를 하며, 의례를 거행한다. 이로써 연어는 식량 뿐만 아니라 의복 등에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원자재임을 알 수 있다. 베링해협의 알래스카 연안 지역에 사는 에스키모들도 여름철에 회유하는 연어나 바다코끼리 그리고 고래잡이에 전념하는 그룹과 순록 사냥에 전념하는 두 개의 경제 그룹이 있다. 어로를 주업으로 삼는 에스키모들은 그들이 포획한 동물의 고기와 가죽 그리고 뼈나 이빨 등으로 의식주를 비롯한 생활의 원자재를 획득한다.

이렇듯, 사람들은 그들이 처한 환경에 효과적으로 적응하면서 지역적으로 특색이 있는 경제 활동과 생업 그리고 의식주 문화를 창안하였다. 사람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자연 환경과 그 속에서 구할 수 있는 자원을 그들의 생활 유지에 유리하도록 활용하였고 또 그 속에 서식하는 동물들을 포획하였으며, 더 나아가 그것을 항구적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그 종의 형질을 변형시키기도 하였다. 자연으로부터 획득한 각종 원자재들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의 다양한 도구로 활용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자연의 생태계는 계절에 따라 주기적으로 변화하며, 그에 따라서 동식물의 서식 상황도 바뀌기도 한다. 계절과는 무관하게 항시적으로 같은 지역에서 서식하는 토종 동물들만큼이나 해마다 같은 시기에 반복적으로 나타났다가 또 정해진 시간이 되면 되돌아가는 회유성 동물들은 사람들의 생업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계절의 변화에 맞춰 회유하여 오는 연어나 정어리 그리고 고래 등은 현지 주민들의 생업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와 같은 회유성 동물들은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토착민들의 문명화 과정을 살피는 데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고래의 회유지는 선사시대부터 중요한 산업의 기지였으며, 시간이 흘러 오늘에 이르기까지도 변함없이 산업화의 중요한 기지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 예가 바스크 족의 비스케만이었으며, 16세기 후반의 네덜란드나 영국 등이 개척하였던 북극해의 스피츠베르겐이나 선사시대부터 에스키모들이 개척한 페베크 항 등 베링해협 인근의 포경기지 그리고 일본의 타이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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