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남사 신성깨는 보행로 개설강행
석남사 신성깨는 보행로 개설강행
  • 이상문 기자
  • 승인 2012.03.2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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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문 뒷길 차량통행 위해 전통경관 변형
▲ 울주군 상북면 석남사 일주문에서 경내로 진입하는 포석길 옆에 차량 출입을 위한 보행로가 조성되고 있다. 김미선 기자
경건하게 다가갈 고찰에 차량통행을 쉽게하기 위해 별도의 보행로를 개설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여론이 높지만 울산 석남사는 구태여 길의 변형을 시도하고 있다.

21일 동국대학교 불교문화대학 L 교수는 울주군 상북면 석남사에 숲속 보행로를 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편리함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현대인의 각박한 정서가 전통사찰에서도 적용되는 현실이 아쉽다고 비판했다.

울주군이 지난달 23일부터 석남사 일주문에서 대웅전 입구까지 길이 523m, 폭 2~6m의 숲속 보행로 개설 사업을 강행하자 전통 길이 변형되고 종교적 엄중함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울주군은 기존의 석남사 진입로에 차량과 보행자가 뒤섞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행로를 개설해 이용자의 편익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또 숲속 보행로 개설로 산사문화 체험과 관광객 유치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L 교수는 “불자들은 자기수련의 목적을 가지고 사찰을 방문하므로 일주문에서 대웅전까지 걸어가는 것이 당연하다”며 “걷는 수행을 곁들이지 않고 편리하게 차량으로 경내를 누비는 것은 불교의 참뜻과 다르다”고 밝혔다.

L 교수는 또 “기존의 통행로로도 차량과 보행자의 교행이 충분한데 굳이 숲을 훼손해가며 보행로를 따로 개설하려는 것은 신도들의 편의만 생각한 잘못된 결정”이라며 “석남사가 가지는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전통적인 모습의 고찰을 지켜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울산 환경운동연합은 석남사 매표소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행로 개설공사로 수백년 가꾼 숲이 훼손되고 있다며 굳이 보행로를 내겠다면 친환경 방식을 택하라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석남사는 좋은 형질을 가진 수백년 된 아름다운 나무가 있는 자연숲을 품고 있다”며 “보행로 개설 공사로 건강한 숲을 이루는 나무들의 뿌리가 잘리고 상처가 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보행로 공사를 친환경 황토포장을 한다고 했지만 콘크리트가 들어가 물이 통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며 “천연 숲에 인공 구조물이 자리를 잡아 나무 생장에 어려움을 끼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석남사 측은 “주말이나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보행자와 차량의 통행이 서로 간섭받고 있어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공사를 하고 있다”며 “사람도 숲도 잘 지킬 수 있는 방법으로 공사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석남사를 찾은 남구 신정동 최명화(43)씨는 “절 앞에 주차장이 있어 불필요한 차량의 경내진입을 통제한다면 충분히 해결될 문제”라며 “아름다운 고찰이 자꾸 인공의 부자연스러움이 가미돼 아쉽다”고 말했다. 보행로 개설공사는 5월 22일 완공을 목표로 현재 1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1억6천7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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