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량휴업일(단기방학)의 효율성
(기고) 재량휴업일(단기방학)의 효율성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5.0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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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량휴업이니 단기방학이니 하여 교육계가 요란하다.

지난해 7월 교육인적 자원부에서 재량휴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 제도가 효과적으로 운영되면 학기 중 단기방학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이러한 조치는 당시의 문화관광부, 행정자치부, 노동부 등이 범정부적 차원에서 권장되고 있는 휴가분산제와 연계 운영함으로써 지역문화 축제나 각종 기념일에 가족단위의 체험학습이 늘어나 가정 친화적인 삶을 형성해 나가는데 기여할 수 있으며, 또한 여름철에 집중되었던 휴가를 분산시켜 국민편의와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게 되고, 국내여행증대와 휴가철 마다 야기되는 교통 혼잡 문제 해소 등의 부수적인 경제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았다. 각 시도교육청에 그 지침이 시달되고, 교육청에서는 2008년도 학교교육과정 수립시 이를 학교교육계획에 반영토록 권장함으로써 그 모습이 드러나게 되었다. 그리하여 대다수 학교가 5월 6일부터 9일까지 4일간 재량휴업일로 정하여 실시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그런데 재량휴업 실시에 따른 충분한 사회여론화 과정과 그 취지에 대한 이해와 홍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실시하게 되다보니 여기저기에서 불평불만의 목소리나 터져 나오고 있다. 직장인들은 그 기간 동안 휴가를 얻기가 쉽지 않아, 가족단위의 체험활동은 불가능하며, 맞벌이 부부는 자녀가 가정에 혼자 있다고 생각하니 일손이 잘 잡히지 않을 것 같다고 한다. ‘아이는 어디다 맡기지?’ ‘나 홀로 학생은 어쩌란 말이냐!’ ‘아이들 점심은 어떻게 해결하지?’ ‘화목한 가정을 위한 것이 아니라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 약 올리는 유치한 교육정책이니 당장 취소하고 학교교육과정을 정상운영(?)하라’고 목청을 높이는 사람도 있으며, 심지어 ‘교사들은 놀 생각만 한다’고 이야기 하는 일부 학부모들도 있다.

그러나 재량휴업일을 4일간 실시함에 따라, 그 기간 만큼 여름방학이 4일간 줄어들어 법정 수업일수 준수와 교육과정 정상 운영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러므로 재량휴업 실시가 ‘학교에서 놀 생각만 한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억척이다. 또한 재량휴업기간 동안의 아동 관리와 중식문제는 당장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예년의 방학기간이 4일간 줄고, 학교에 등교해야하기 때문에 산술적으로는 설득력이 없다.

그리고 재량휴업일에 가족체험활동이 어려운 일부 학생들을 위하여 각 학교마다 등교학생들을 위하여 독서, 컴퓨터, 미술, 체육활동, 현장체험학습, 봉사활동 등 프로그램을 마련해 두고 있으며, 중식은 지역단체와 연계하여 제공하도록 학교마다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충분한 이해와 공론을 모으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시행하면 항상 문제를 야기하기 마련이다. 다른 정부부처들의 휴가분산제도가 제대로 안착되지 않는 상태에서 교육계가 먼저 실시하다보니 가족단위의 체험학습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경우에는 공청회를 통해 여론 수렴과정을 밟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며, 다른 나라의 경우를 참고하여 정책을 입안한다면, 그에 따른 시행착오가 최소화 될 것이고 지금과 같은 소음도 줄어들 것이다.

정규원·웅촌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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