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근로자가 갈 길
울산 근로자가 갈 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4.3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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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면 사고도 변하고 행동도 달라져야 한다. 그런 변화를 역행하면 개인이나 단체, 사회는 고립되고 소멸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역사가 가르쳐 준 교훈이다.

지난 1980~90년대 울산 근로자들의 투쟁, 시위는 지역 민들에게 다소 불편을 끼치긴 했지만 나름대로 설득력도 있었고 긍정적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사용자의 부당한 횡포에 저항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민주화의 가능성과 희망을 엿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인간다운 삶’을 갈구하는 그들의 소망을 존중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투쟁의 결과로 얻은 응분의 ‘생활 향상’을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모두 인정하고 있다.

이제는 근로자 스스로가 안고 있는 내부의 문제에도 눈길을 줘야 한다.

근로자 내부에 귀족 근로자, 비정규직, 종사자 등의 등급이 형성돼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처음 그들이 추구했던 목적과는 다른 현실에 와 있음을 솔직히 인정하길 바란다.

「모든 근로자가 똑같이 합리적으로 대우」받길 희망했던 당초의 이념과는 달리 연봉 5천만, 6천만 원의 고소득 근로자가 있는가 하면 최저 생계비로 삶을 꾸려야 하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있음을 국가나 사회탓으로만 돌리기는 부적절하다.

이는 노노 내부의 양보와 이해에서 해결책을 구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투쟁 일변도의 ‘붉은 전사’는 시대감각에 어울리지 않는다. 투쟁, 시위, 파업을 무기로 삼았던 과거의 사고에서 벗어나 세계와 경쟁키 위한 근로자의 자세, 가치를 정립해야 한다.

그런 연장선에서 볼 때 이번 현대중공업 오종쇄 노조위원장의 해외영업활동 참여는 ‘울산 근로자의 갈 길’을 새로이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노조도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해외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으며 고객들에게 더 큰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확신을 심어 주기 위해”라는 오 위원장의 해외활동 동참의 변은 울산 근로자들에게 또 하나의 명제를 던져 주고 있다.

2차 대전 당시 세계를 주름잡았던 U.S스틸은 지금 잡초 더미에 쌓여 황량한 폐허로 버려져 있다. 당장 들어오는 수입에 만족해하며 사사건건 사용자와 마찰을 빚던 U.S스틸은 뒤쫓아오는 일본, 독일제철에 밀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근로자가 존재함으로써 회사가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윈윈’, ‘상생’전략으로 협력하지 않으면 울산 근로자들도 외국 후발 주자들에게 자리를 내 놓을 수밖에 없다.

회사의 지속적인 발전은 기본사항이고 고객, 그것도 해외고객들에게 근실한 울산 근로자의 모습을 보여줘 신뢰감을 얻어야 한다.

지역사회,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때 지역민들은 그들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지지하게 된다. 또 그것은 향후 그들이 자신의 요구를 주장할 때 설득력을 갖게 되고 사용자와의 협상에서 당당한 발판을 구축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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