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휴일, 근로자의 천국
로마의 휴일, 근로자의 천국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4.3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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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휴일’이라는 영화는 이루어질 수 없는 공주와 기자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영화이다. 신분상의 이유로 사랑하면서도 헤어져야만 하는 씁쓸한 이별이 우리를 슬프게 하였다. 이 영화가 히트하면서 로마의 관광객이 상당히 늘었다고 한다. 영화의 배경이 공주의 로마 관광이어서 자연스럽게 로마의 여러 관광지를 볼 수 있었다. 그러니까 로마를 관광하며 감상하는 영화이다. 특정 종교가 없는 우리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거짓말한 사람,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 손을 넣으면 나오지 않는다는 돌로 된 사자 상(?)의 입이다. 그 입에 지성적인 기자 그레고리 팩(영화배우)이 손을 넣었다가 나오지 않는다고 안간 힘을 쓸 때, 청순한 미인 공주 오드리 헵번(영화배우)이 당황하며 기자의 손을 빼려고 끙끙 힘을 쓰는데 슬그머니 손을 빼며 웃어주는 장면에 관람객 모두가 두 사람의 사랑을 마냥 아름답게만 보았다. 실물은 별 것 아니었다. 사실은 작가의 암시가 기자의 거짓 행동, 공주에 대한 거짓말, 지금 특종을 뽑으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관람객에 알려주며, ‘그렇죠?’ 하는 것이다.

울산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 거리가 있다. 가수 김상희가 불렀던 ‘울산 큰 애기’가 히트하면서 울산에는 예쁜 처녀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격이 문제지 실제도 그렇다(?).

로마를 갖고 있는 이탈리아가 지금은 고대 로마의 조상들이 물려준 문화재로 외국 사람들 불러들여 먹고 살고 있다. 그래서 로마는 건물의 외관은 절대로 개조하지 못하고 내부만 수리할 수 있게 법으로 되어있다. 좀 치사한 느낌이 든다. 자기들이 열심히 일하여 먹고 살지 않고 조상들이 물려준 관광 사업으로, 즉 광대 놀음하여 먹고 사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탈리아는 근로자의 천국이 되었다. 사용자가 일할 사람을 임시직으로 한 3개월 일을 시켜본 뒤, 괜찮다고 판단하여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면, 그 사람은 거의 절대 안정된 일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본인이 다른 직장이 더 좋다고 옮겨가기 전까지는 사용자가 해고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근로자를 보호하고 있다. 소매치기 많고, 거짓말 잘하고, 관광객 등쳐먹기로 유명하니 회사 내의 근로자들이 25년(연금 받을 수 있는 기간)동안 어떠하리라고는 짐작이 간다. 1년 중 약 1개월은 쉬는 날이다. 공휴일을 제외하고 노는 날이다. 연금제도도 근로자를 위해 잘 되어있다. 당연히 근로자의 천국이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근로자들이 스스로 다짐할 일은 이탈리아 근로자들이 속으로 놀리듯이 지껄이는, ‘불안하지만 나만 잘 먹고 잘 살다가 가면 된다’가 아니라 ‘고생하지만 우리, 같이 일하고 같이 살자’해야 한다. 지금 이탈리아는 우리의 IMF때처럼 국가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국제금융이 이탈리아에 통화위기를 선포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이탈리아가 EU에 가입되어 있어서 유럽 여러 나라들이 도미노현상과 비슷한 영향을 받을까봐 못하게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하나 밖에 없는 이탈리아 항공사를 외국에 팔지 못하게 하겠다고 선거공약을 하니까 국민들이 그에게 한 표를 던져주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유는 그래야 해고자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나라 경제가 어떻게 되건 말건 나만 직장이 있으면 되는 풍조이다. 한 25년 한 회사에서 근무하면 마지막 월급의 75%가 연금으로 나오니까 저축도 하지 않는다. 그냥 쓰고 보는 것이다. 대부 받아서 휴가 떠날 궁리만 한다. 행여나 우리가 이들을 본받을까봐 걱정이다. 대한민국과 이탈리아는 같은 반도 국가이고, 마늘을 즐겨 먹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렇다. / 박문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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