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는 신이 보내준 귀중한 선물이자 특별한 방문객
고래는 신이 보내준 귀중한 선물이자 특별한 방문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2.12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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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 몸집크기 공룡 5마리·황소 270마리
한 마리만 잡아도 7개 포구 윤택하게 만들어
피지층 기름 연료활용… 정유산업 원형 구현
커다란 물질 풍요 포경산업 시작·발달 요인
고 래 한 마리가 일곱 개의 포구를 윤택하게 해 준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아득한 예로부터 고래잡이를 주업으로 삼았던 일본의 바닷가 마을에서 구전되어 오던 것이다. 고래 한 마리가 갖는 경제적인 가치를 이 말은 매우 적절하게 표현해 주고 있다. 한 마리의 고래가 인간 사회에 가져다주는 것이 어디 식량뿐이겠는가? 고래는 사람들이 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하고 또 유용한 원자재들도 같이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런 말들이 회자되었던 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지금까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동물 가운데서 가장 거대한 몸집을 지니고 있는 것이 바로 고래이다. 고래 중에서도 가장 큰 몸집을 자랑하는 것이 대왕고래인데, 기록 가운데는 몸통의 길이가 30m에 이르고 또 체중은 170톤이 넘는 것도 있다. 고래 연구자들은 그것의 크기를 다른 동물들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지구상에 생존하였던 브라키오사우루스나 세이스모사우루스 등과 같은 공룡들과 그 몸통의 길이는 거의 같았으며, 체중은 그것들보다 오히려 3~4배 이상 더 무거웠었다고 한다.

그래도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 다음의 비유를 들 수 있다. 예를 들면, 몸무게가 33톤 정도인 브로톤사우르스 공룡은 다섯 마리를 합해야 하며, 4톤의 코끼리는 마흔 마리 이상을 더하여야 한다. 또 700kg 정도의 살찐 황소는 270마리를 더한 것과 같다. 이러한 비유로써 대왕고래 한 마리를 해체할 경우 얻을 수 있는 고기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를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거대한 대왕고래 한 마리는 계산상으로 일곱 개의 마을에 각각 황소 40마리를 한꺼번에 나누어 준 것과 같은 양인 셈이다.

이미 앞에서 지적한 바 있듯이, 고래에게는 두께 14~15cm의 가죽과 그 아래에 진피가 있으며, 다시 그 아래에는 ‘기름가죽’이라 불리는 두꺼운 피지층이 있다. ‘기름가죽’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피지층에 대량의 기름이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체중이 84톤인 고래에서 20톤에 이르는 고래 기름을 채취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본격적으로 유전을 개발하기 이전까지 사람들은 생활에 필요한 기름을 바로 이 고래의 피지층에서 얻었던 것이다. 고래의 그와 같은 점을 주목하여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등 대 항해 시대의 해양 산업 선진국들이 본격적으로 포경산업에 뛰어들었으며, 그 목적은 물론 고래 기름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사 실, 고래의 고기와 내장은 문명의 여명기부터 사람들의 중요한 식량원이었으며, 기름은 등화용이자 연료 그리고 약용으로 쓰였다. 가죽은 의복이나 신발을, 뼈는 각종 도구를 그리고 수염과 힘줄은 물건을 묶거나 깁는데 사용되었다. 그러니까 그것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반드시 해결하여야 할 의식주의 문제를 한꺼번에 해소시켜 준 생활원이었던 셈이다. 그것이 가져다주는 이와 같이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사람들은 일찍부터 주목하였으며 또 그것을 적절하게 해체한 후 각 부위별로 용도에 맞게 이용하였던 것이다.

물론 여분의 고기와 내장은 건조와 훈제 그리고 염장 등의 방법으로 보존하였을 것이며, 그것은 비축용 식량이자 교환용으로 요긴하게 쓰였을 것이다. 고래 뼈의 활용도 갖가지 도구를 통해서 살필 수 있다. 전복을 포함하여 각종 조개류의 따개, 방추차, 작살, 그 밖의 생활이기에 고래의 뼈들이 이용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도구들을 선사 및 고대인들의 생활 유적지에서 발굴된 유물들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점을 통해서 가죽, 피지층, 살코기, 내장, 뼈 그리고 힘 줄 등은 특별히 분류되었음을 추정할 수 있고, 그러한 지식이 바로 해체의 기본이자 기준이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이들의 보존과 활용은 응용과학 및 기술 발전의 첫 장을 여는 일이었다. 피지층의 분류와 착유 과정은 원시 및 고대 정유사업의 꽃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고래와 관련된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불러왔을 것이며, 그곳은 언제나 생산과 소비를 위한 유통망도 동시에 갖추어졌을 것이다. 그러므로 포경의 중심지는 항상 물질 및 정신문화가 가장 발달한 도시 가운데 하나였다는 추정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근대 포경기지들은 분명하게 증명해 주고 있다.

그러므로 고래라고 하는 생명체가 갖는 가치와 그것이 인간의 문명화 과정에 끼친 영향은 절대적인 것이었다. 그것은 벌목 및 목공업, 조선업, 포경업 등의 원시 중공업을 발전시켰으며, 각 분야별로 그에 걸맞은 전문가 집단들이 활동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뿐이겠는가? 고래해부학과 그에 따른 해체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며, 기술 분화가 촉진되었을 것이고 또 새로운 전문가 집단들을 지속적으로 배출되었을 것이다. 분배 방법, 요식 문화, 제약 산업, 도구 제작, 정유시설 등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을 것이다. 고래가 가져다 준 이와 같은 물질적인 풍요로움은 보다 적극적인 포경산업의 시작으로 이어졌을 것이며, 그것은 다른 한편으로 고래생태적 특징에 보다 더 주목하게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자면, 풍요의 산물인 고래의 일생을 보다 세밀하게 관찰 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것들은 어떻게 생겼으며, 언제 회유하여 오는지, 무엇을 먹으며, 언제 떠나가는지, 어떤 방법으로 숨을 쉬고 또 얼마동안 물속에서 헤엄을 치는지 등등에 대한 정치한 지식들이 축적되었다는 것이다.

어 떤 고래에 기름이 많이 들어 있고, 또 어떤 고래가 상업적인 가치가 높은 지 분별해 낼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그 풍요의 상징인 고래를 성공적으로 사냥할 수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지식들도 하나씩 새롭게 축적되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각 고래의 생태적 특징에 따라 그에 가장 합당한 포획 방법들을 창안해 내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효과적으로 그것을 포획하기 위하여 가능한 필요한 기능들을 훈련하고 또 학습을 하였을 것이다. 고래의 일생 및 그들이 회유하여 오는 시기에 맞추어서 그들의 집단을 조직하였을 것이고, 생활의 패턴을 정형화시켜 나갔을 것이다. 사람들은 효과적으로 고래를 잡기 위하여 포수와 사공 등 나름대로의 역할을 분장하였을 것이며, 포경 일정에 맞춰 각자에게 주어진 일들을 수행하였을 것이다. 반드시 지켜야 할 금기를 지켰을 것이며, 갖추어야 할 일들을 준비하였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들의 삶에 풍요를 선사한 고래를 포경지의 사람들은 ‘신의 선물’로 여겼다. 그들은 갖가지 방법들을 동원하여 고래를 잡았지만, 시기와 상황에 따르고 또 순서와 격식에 맞춰 의례를 거행하였다. 고래들이 회유하여 올 시기 등 본격적인 어로의 기간이 되면, 떡과 술을 빚어 바다의 신께 고래잡이 시작을 알리는 제사를 지냈으며, 그 때 잡힌 고래의 영을 위무하는 한편 그것들이 다시 손님으로 다시 방문하여 줄 것을 정중히 요청하였다. 그리고 신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춤을 추면서 의례를 마쳤다. 이렇듯 고래잡이 집단의 세계에서 고래는 신이 보내준 귀중한 선물이자 특별한 ‘방문객’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그들의 특별한 손님들을 그들은 성소에 형상화하여 기념하였으며, 그러한 흔적들 중의 하나가 바위그림 속의 고래형상이었던 것이다. < 다음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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