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위한 우렁찬 기도
지친 몸·마음 달래주는
장병들의 든든한 울타리
조국위한 우렁찬 기도
지친 몸·마음 달래주는
장병들의 든든한 울타리
  • 강귀일 기자
  • 승인 2012.02.09 2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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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목사·성도 중심
이등병 선진 캠프 운영 등
병영생활 상담 기회 제공
예비역 중령 강신원 장로
매주 순회 독서지도 활발
부대내 도서관 설치도 추진
지난 5일, 울산시 남구 옥동에 있는 육군 제53보병사단 제127연대 본부에 있는 진중(陣中)교회인 임마누엘 교회를 찾았다. 장병 30여명과 민간인 10여명이 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민간인들은 이 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군인 선교 사역을 하는 교인들이다. 군목은 사단급까지만 배치되기 때문에 이 교회는 민간인 목사가 맡고 있다. 신성호(50) 목사가 10년째 이 교회에서 사역 중이다.

신 목사는 대한예수교 장로회 통합교단 울산노회에서 이 교회로 파송됐다. 손동현 상병, 심인혁 상병, 김효석 상병, 김주상 일병, 이재현 일병, 김의수 일병, 장형욱 이병이 군종병으로 섬기고 있다.

이날 주일예배에서 신 목사는 설교에 앞서 동영상을 상영했다. 1992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 400m 달리기에 출전했던 영국의 데렉 레드몬드 선수 부자에 관한 내용이었다. 유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됐던 레드몬드는 결승전에서 150m 정도 뛰었을 때 오른쪽 허벅지 근육이 파열돼 쓰러졌다. 잠시 후 레드몬드는 진행요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어나 깨금발로 결승점을 향했다. 이 때 관중석에서 한 중년의 남자가 트랙으로 뛰어들었다. 레드몬드의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다시 아들을 만류했다. 하지만 아들은 끝까지 뛰겠다고 고집했다. 아버지는 만류를 포기하고 아들을 부축해 결승점에 골인했다. 관중들은 이들 부자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아버지의 사랑을 통해 이와 같은 하나님의 사랑을 설명하기 위함이었다.

설교는 구약성경의 시편 제20편을 본문으로 해 ‘나라와 지도자를 위한 기도’라는 제목으로 진행됐다. 신 목사는 이 설교에서 “조국은 우리 존재의 뿌리이므로 우리는 항상 조국과 지도자들을 위해서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중교회답게 예배를 끝내고 애국가를 합창하는 것이 일반 교회와 다른 풍경이었다.

예배를 전후해 선임병들이 혹한기 훈련에 처음 참가하게 되는 후임병들을 격려하고 훈련시의 요령을 알려 주는 모습도 보였다. 민간인 교인들은 혹한기 훈련 현장을 위문방문할 계획을 세워 두기도 했다. 야간 행군 중인 장병들을 위해 따뜻한 차와 간식도 준비한다. 예배를 마친 장병들은 여성 사역자들이 준비한 점심식사를 같이 하고 각자의 근무처로 돌아갔다. 이날은 만두를 넣은 떡국이 배식됐다.

일반교회에서 은퇴한 예비역 중령, 강신원(72) 장로는 이 교회를 중심으로 매주 한 차례씩 지역의 육·해·공군 부대를 순회하며 장병들의 독서지도를 하고 있다. 장병들에게 읽을 만한 도서를 추천하고 독서토론회를 지도하는 방식으로 지도하고 있다. 강 장로는 병영도서관 지원 활동도 열심히 벌이고 있다. 각급 부대에 도서관을 설치하고 책을 기증받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부대의 도서관은 1만5천권의 장서를 갖추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사협력팀에서 재작년과 작년에 1천5백만원과 1천7백만원 상당의 책과 도서관 비품을 지원해 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 장로는 “현대자동차측의 지원이 장병들의 독서 활동에 큰 도움이 됐다”며 고마움을 표시하면서도 “올해는 아직 지원 계획이 불투명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 부대의 도서관은 지난해 대전에서 열린 제48회 전국도서관대회에서 운영평가우수도서관으로 선정돼 문화관광체육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이 대회는 (사)한국도서관협회 등이 주최하고 문체부 등이 후원했다. 강 장로는 독서지도 외에도 수시로 장병들에게 자신이 참전했던 월남전의 경험을 들려주기도 한다.

박덕창(82) 장로도 10년 넘게 이 교회를 섬기고 있다. 박 장로는 평양이 고향이지만 해방 이후 월남해서 창군 과정에 참가하고 포병장교로 한국전에 참전했던 역전의 용사 출신이다.

박 장로는 기독군인회 활동을 20여년 해왔다. 이 모임은 현역과 예비역 기독교인들의 전국적인 모임으로 군선교 활동을 하고 있다. 울산지부에는 30여명의 회원들이 있다.

이 교회에서는 연대본부와 예하부대의 이등병을 대상으로 하는 ‘이등병 선진 캠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기독교인이 아닌 이등병들도 모두 참가해 2박3일간 진행한다. 이 기간 중에 이등병들은 창의력 교육 등을 받고 울산 시티투어에도 참가하며 봉사활동도 한다.

병영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이등병들에게는 애로 사항을 털어 놓을 수 있고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시티투어와 봉사활동은 근무지인 울산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이 연대의 예하 대대와 독립 부대에도 각각 진중교회가 있다. 성군교회, 충무교회, 주사랑교회 한마음교회, 호산나교회 등 12개 교회가 있다. 강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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