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는 제외하고 모든 공립학교는 교사와 직원이 순환제 근무로 전근을 해야 한다. 표면적 이유는 그럴듯한 ‘민주주의 다양성’으로 이런 학교도 근무해보고 저런 학교도 근무해 본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숨어있는 사실은 좋은 조건의 학교(아주 옛날 서울에서는 촌지가 많이 들어오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차이에서 좋은 학교가 결정되었다)에 누구만 오랫동안 근무하게 하느냐의 불평에서 나온 제도이다. 순환제 근무 때문에 선생님 한분이 한 학교에 길어야 5년(?) 정도 근무한다. 짧게는 1년 또는 2년 근무하고 전근을 한다. 그러다보니 각 학교 교무실 선생님들의 분위기는 모래알 분위기이다. 서로가 간섭하지 않고, 따라서 정도 주지 않고 받지도 않으며 한 1년 충돌하지 않고 대충 지내자는 ‘제 각각 분위기’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학생들의 ‘인성(人性)’지도가 진지하게 시행될지 의문이 앞선다. 미운 정 고운 정은 교무실에서 한동안 서로 부딪쳐야 드는 것이다. 그래야 남의 반 학생도 학교 안에서나마 인성지도를 하게 된다. 학생의 인성교육도 수년간 이렇게 상호작용을 해야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본인이 희망하면 한 학교에 오래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집도 학교 근처로 이사 오고, 동네 아이들에게도 ‘우리 선생님 집이 저기야’로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졸업을 하고 옛날이 그리워, 그래서 어머니의 모(母)자를 붙여 모교라고 하는 정든 학교를 찾았는데 건물도 바뀌었지만, 나를 가르쳐 주시던 선생님이 한 분도 안 계신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상상해보자. 이런 분위기에서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엽서 한 장, 지금은 종이 냄새도 없는 이-메일로 겉치레만하고 하루를 넘긴다. 이렇게 정이 없는 형식적 행사라면 스승의 날은 없느니만 못하다. 정으로 사는 진지한 스승에게 욕을 먹이는 것이다. 모교에 스승이 계실 수 있도록 제도를 검토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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