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년 거듭된 진화로 바다에 정착한 고래의 신비
수천만년 거듭된 진화로 바다에 정착한 고래의 신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2.05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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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지하는 바와 같이 고래는 바다에서 서식하는 포유동물이다. 고래가 포유동물임은 암수가 교미를 통하여 체내 수정을 하고, 11개월 전후의 결코 짧지 않은 임신 기간을 거쳐 출산을 하며 또 젖을 먹여 새끼를 기르는 점, 온혈동물인 점 그리고 코로 호흡을 하는 점 등과 같은 몇 가지 사실로서 증명할 수 있다.

고래의 조상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다. 그 가운데서 하나는 지금은 이미 사라져 없어진 암블로세투스(Ambulocetus)나 파키세투스(Pakicetus) 등과 같은 메소닉스(Mesonyx)의 한 종류라고 보았던 입장이다. 연구자들은 육지와 바다 양 세계에서 모두 살 수 있는 몸통 구조를 지닌 이 생명체의 화석을 ‘암블로세투스 나탄스(Ambulocetus natans, 걸으며 동시에 수영도 할 수 있는 고래)라 명명하였던 것이다. 또한 이 생명체가 현재의 고래에게 관찰되는 특징과 함께 그 조상이 육지의 포유류와 비슷한 앞뒤다리를 지니고 있음을 살펴낸 것이다.

다른 하나는 초식성의 우제류였다고 보는 설이다. 유전자 DNA 구조로부터 생물 상호의 계통을 더듬는 분자계통학 등의 연구에 의하면, 고래와 가장 가까운 포유동물은 우제류 가운데서도 소, 사슴, 하마 그리고 낙타와 같이 반추기관을 지닌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육지에서 살던 우제류가 바다 동물로 분화하고, 그것이 다시 현재의 대왕고래나 참고래 정도의 크기로 진화하였다고 보는 시각이다.

물론 그러한 설들을 지지해 주는 일련의 고고학적인 발굴 성과들도 소개되고 있다. 예를 들면, 1983년에 필립 킹그리치가 파키스탄에서 5천200만년 전의 퇴적층에서 원시고래 뼈를 발견하고 명명한 ‘파키세투스(pakicetus)’나, 1994년에는 역시 같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서쪽의 퇴적층에서 테위슨(Hans Thewissen) 교수와 타시르 후세인(Tasseer Hussain) 교수 등이 공동으로 발굴한 4천900만년 전의 암블로세투스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바실로사우리드, 도르돈티드, 스쿠아로티드 등으로 이어진 다음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이러한 가설들에는 여전히 많은 반론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은 고래와 그 조상인 원시고래 ‘아케오세테스(archeocetes)’ 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으려고 애쓰고 있고, 그와 같은 노력들은 이집트 서부 사막에서 발견된 4천만년전의 원시 고래 뼈나 2011년도 11월의 남극에서 아르헨티나 과학기술연구위원회와 남극연구소가 발굴한 고래 화석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미 여러 차례 지적한 바와 같이 지구상에 서식하는 고래는 크게 수염고래와 이빨고래 등 두 개의 아목으로 구분되며, 이들을 구분하는 기준은 이빨과 수염의 유무이다. 그 중에서 수염고래는 이빨고래에 비해 그 체구가 크다. 수염고래 가운데서도 가장 몸통이 큰 것은 대왕고래인데, 기록 가운데는 무려 그 길이가 30m에 이르며, 무게는 136.4t에 달하는 것도 있다고 한다. 반면에 이빨고래는 몸집이 작은데, 그 가운데서도 크기가 4m이하를 돌고래라고 한다. 가장 작은 것은 몸길이가 1.4m이고, 체중 35kg 정도의 ‘작은 돌고래’이다.

바다는 고래가 서식하는데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그 중의 하나는 무진장한 먹이이다. 먹이는 주로 크릴새우이며, 고래들은 남극이나 북극 등 색이장(索餌場)에서 최대한 포식을 한 다음 교미와 출산 등을 위하여 따뜻한 곳으로 회유를 한다. 또한 바다에는 적어도 사람들이 상업적인 포경을 하기 이전까지는 고래에게 큰 천적이 없는 듯이 보였다. 고래에게 유일한 적은 범고래뿐이다. 범고래가 나타나면, 고래들은 입을 다물고 죽은 척 하지만, 범고래는 그러한 고래들의 입을 강제로 벌리고, 그 속의 부드러운 혀를 뜯어서 먹는다고 한다. 해안가로 밀려오는 고래 중에는 범고래의 이와 같은 공격을 받아 죽은 것도 있다는 것이다.

고래는 일 년 가까이의 긴 임신 기간을 거쳐 태어나는 데, 대부분은 긴 분만 시간 때문에 꼬리부터 먼저 나온다. 새끼가 태어나면, 어미는 첫 호흡을 도와주고, 이어서 새끼가 첫 젖을 빨게 되는데, 그로부터 약 1년간 젖을 먹는다. 성숙하는 데는 약 10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고래의 수명은 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 약 60년 정도 사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왕고래 중에는 100년도 넘게 산 것도 있다고 한다. 고래의 수명은 이빨고래의 경우 그 이빨의 상태를 통하여 구분하고, 또 수염고래의 경우는 귀에 쌓인 귀지의 수를 통해서 헤아린다.

포 유동물인 고래가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많은 신체적인 진화가 따랐음을 알 수 있다. 우선 고래의 몸통은 모두 유선형인데, 이는 물속에서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또한 털은 턱 주위를 제외하면 대부분 퇴화되었다. 육지에 서식하는 포유동물은 털로써 체온을 조절하지만, 털이 없는 고래는 두께가 약 14~15cm에 이르는 가죽을 지니고 있다. 어두운 색의 표피 아래에는 진피(眞皮)가 있고, 다시 그 밑에는 두꺼운 지방층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 진피의 아래의 지방층을 ‘기름가죽(脂皮)’ 층이라고도 부른다. 바로 이 기름가죽 층으로 인하여 고래들은 추운 물속에서도 체온을 잃지 않으며, 동시에 수압을 견디고 살아가는 것이다. 고래들이 먹이를 취하는 색이장을 떠나 번식지로 이동하기 시작할 때에는 이 기름가죽 층이 가장 발달해 있으나, 번식지를 떠나 다시 색이장으로 이동할 때에는 가장 마른다고 한다. 다시 말하자면, 번식지를 향해 이동할 때에는 지방층이 두꺼우나 출산 후에는 그것을 모두 소비하여 야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기름을 채취하기 위한 포경은 출산 후가 아니라 색이장을 떠나 번식지로 이동하는 시기에 이루어지는 셈이다.

고 래는 물속에서 호흡을 하여야 하고 또 먹이를 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로 공기를 흡입하여 호흡을 하여야 하는 특징 때문에 그 콧구멍은 머리의 위에 위치해 있다. 고래는 한 번 호흡으로 길게는 약 90분가량 물속에서 활동하는데, 이 때 한 번에 폐 속의 공기를 교환하는 양은 약 70%에 이른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고래는 미오글로빈(myoglobin)이라고 하는 단백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근육 때문에 깊은 물속에서도 오랜 시간 동안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수염고래들의 주요 먹이는 크릴새우인데, 고래들은 협동하여 크릴새우들을 하나의 거대한 군집체로 만든 다음 큰 입을 벌려 삼킨 다음, 반쯤 벌린 입으로 바닷물을 토해내며, 이때 크릴새우들은 수염 때문에 입안에 남게 된다. 대왕고래가 한 번에 삼키는 크릴새우의 양이 2t에 달한다고 하니, 그것들이 연간 먹이로 취하는 양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로써 고래의 회유가 크릴새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도 알 수 있다.

원시고래와 같이 한때 분명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을 앞뒤다리도 변형되었거나 퇴화되었는데, 그 중의 앞발은 가슴지느러미로, 뒷다리는 체내에 흔적만 남아 있다고 한다. 고래의 꼬리지느러미는 물고기들과는 달리 수평을 이루고 있다. 또한 이미 여러 차례 살펴본 것처럼, 수염고래의 대부분은 그 가운데에 ‘V’자형의 벤 자리가 있다. < 다음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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