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화가는 種구분 단서 체득한 출중한 ‘분류학자’
선사시대 화가는 種구분 단서 체득한 출중한 ‘분류학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12.1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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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인근엔 수염·이빨고래 등 35개종 발견
머리·몸통·지느러미 생김새 세밀히 살펴표현
대곡리 암각화 형상에서도 대략적 분류 가능해
우리나라 인근의 바다에서는 수염고래 3과 8종과 이빨고래 5과 27종 등 모두 35종의 고래가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한반도 주변에서 발견되는 고래는 모두 35개의 종이며, 이들을 크게 분류하면, 한 그룹은 이빨이 있는 것이고, 다른 한 그룹은 이빨 대신에 수염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빨의 유무는 고래의 종을 구분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되는 셈이다. 물론 이빨이 있는 고래와 수염이 달린 고래 사이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도 큰 차이가 있음을 살필 수 있다.

부리처럼 생긴 주둥이가 있느냐 없느냐, 배에 주름이 있느냐 없느냐, 분기공이 둘이냐 아니면 하나이냐 그리고 꼬리 가운데에 ‘V’자 형의 벤 자리가 있느냐 없느냐 등은 일차적으로 이빨고래와 수염고래를 구분하는 중요한 표징이 된다. 대부분의 이빨고래들은 주둥이가 뾰족하게 튀어나왔고, 분기공은 하나이며, 꼬리에 벤 자리가 없는 것들도 있다. 수염고래들은 부리와 같은 주둥이는 없으며, 배에는 주름이 있고, 분기공은 둘이다. 꼬리지느러미는 모두 가운데 ‘V’자형의 벤 자리가 관찰된다.

또한 같은 수염고래라고 하여도, 그 속에는 8개의 종별로 생김새에 차이가 있음을 살필 수 있다. 대왕고래는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큰 동물이다. 북반구에서 사는 대왕고래는 평균 길이가 24m에서 26m에 이르며, 몸무게는 125t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분기공에서 높이 9m에 이르는 수중기가 뿜어져 나온다. 가슴에 줄무늬가 있고, 가슴과 등 그리고 꼬리지느러미를 갖추고 있다.

참고래는 대왕고래 다음으로 큰 고래이다. 혹등고래는 등지느러미가 혹 위에 나 있어서 생긴 이름이다. 특히 이 고래의 가슴지느러미는 몸길이의 1/3에 이를 정도로 길다. 북방 긴 수염고래는 머리 부분이 몸통 길이의 1/4에 이를 정도로 크다. 또한 다른 수염고래들에 비하여 입의 모양이 큰 아치를 이루고 있는 점과 등지느러미가 없는 점 등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귀신고래는 다른 수염고래에 비할 때, 배에 주름무늬가 없으며, 다만 2~5개의 홈이 나 있다고 한다.

한편 이빨고래는 모두 27종이 있는데, 이들은 저마다 그 생김새가 다르다. 이들은 그 생김새에 따라 향고래과, 꼬마향고래과, 흰고래과, 부리고래과, 참돌고래과, 쇠돌고래과 그리고 강돌고래과 등 모두 7개의 과로 세분된다. 향고래과와 꼬마향고래과는 사각형의 머리와 입의 생김새 및 위치 등이 서로 닮았으며, 부리고래, 참돌고래 그리고 강돌고래 등은 부리가 앞으로 튀어나온 점이 유사하다. 부리고래들은 꼬리지느러미에 ‘V’자형의 벤 자리가 없다. 흰고래와 쇠돌고래는 앞머리가 둥근 점이 다른 이빨고래류와의 차이점이다.

향유고래는 이빨고래류 가운데서 가장 크다. 성숙한 수컷은 몸길이의 1/3에 해당할 만큼 그 머리가 사각형으로 발달하였으며, 그 속에는 지방조직과 함께 기름이 가득 차 있다. 범고래는 가슴지느러미가 둥글고 등지느러미는 1.8m에 이를 정도로 높고 큰 삼각형이며, 꼬리지느러미에는 ‘V’자형의 벤 자리가 나 있다. 흰고래와 고추돌고래 그리고 상괭이 등에는 등지느러미가 살펴지지 않는다. 그 나머지의 이빨고래들은 크기와 모양 그리고 위치 등에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가슴지느러미, 등지느러미 그리고 꼬리지느러미를 갖추고 있다.

결국 고래는 분기공의 수, 주름의 유무 그리고 이빨이 있느냐 혹은 수염이 있느냐에 따라서 이빨고래 아목과 수염고래 아목 등 크게 두 가지 그룹으로 구분되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같은 그룹이라도 종별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서로 다른 점이 있음을 모양과 생태적 특징에 따라서 살펴낼 수 있었다. 수염고래라고 할지라도 귀신고래에는 턱과 배에 주름이 없는가 하면, 이빨고래류에도 7개의 과가 있으며, 이들의 생김새와 생태적 특징들도 저마다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대곡리 암각화 속에 그려진 형상들을 통하여 우리들은 이미 앞에서 살펴보았던 이빨고래와 수염고래 아목의 차이가 어떻게 조형언어로 번역되었는지 일부를 확인할 수 있다. 신체 세부의 미묘한 디테일들이 어떻게 형상화되어 있는 지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암각화 속의 형상 하나하나를 통해서 당시에 이 암각화를 남긴 사람들은 울산만을 중심으로 하여 인근에서 어떤 종의 고래들과 자주 만났으며, 그것들의 어떤 부분들을 주목하였는지 살펴낼 수 있다. 그림 속에 그려진 고래 형상들을 통해서 한반도와 그 연안에 어떤 고래들이 서식하였는지도 살필 수 있다.

물론 이 암각화와 같이 암면을 쪼아서 고래를 그린 경우, 그 등지느러미나 가슴지느러미 그리고 꼬리지느러미 등을 완벽하게 형상화시키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제약이 있다. 그런 까닭에 등지느러미의 유무로 혹등고래나 범고래를 구분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수 있다.

그러나 가슴지느러미의 크기로 그것이 혹등고래이거나 아님을 구분할 수 있다. 뾰족한 주둥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을 통하여 그것이 수염고래인지 혹은 이빨고래인지도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두 개의 수증기가 분기공을 통해서 솟아나 있는 그림을 통해서 그것이 수염고래과의 고래임을 알 수 있고, 또 아치형 입의 모양을 통하여 그것이 북방긴수염고래인지 아닌지도 구분할 수 있다. 사각 또는 그 변형 등 머리의 모양을 통해서 그것이 향고래인지 아닌지도 금방 구분할 수 있다.

이렇듯, 대곡리의 선사 시대 화가들은 수염고래나 이빨고래 등 아목을 구분하고 또 같은 과(科)일지라도 종(種)을 구분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단서들을 분명히 체득하고 있었다. 그리고 고래를 표현하는데 꼭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며, 없어도 될 부분은 어떤 것인지도 알고 있었다.

꼭 있어야 되는 것은 머리와 가슴지느러미이었으며,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되는 것은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임을 분명히 살필 수 있다. 그러한 사실을 증명해 주는 것이 이 암각화 속에 형상화된 고래들이다.

이 암각화의 왼쪽 위에는 머리에 부리가 뾰족하게 나 있는 고래가 그려져 있다. 이 고래 형상에서는 부리에서 이마의 선이 분명히 구분되어 있는데, 이로써 이들은 수염고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주둥이 등 머리 부분의 생김새를 통해서 볼 때 이빨고래 아목 가운데서 향고래과는 물론 아니며 흰고래과나 쇠돌고래과의 종도 아님을 알 수 있다. 그것이 부리고래나 참돌고래 중의 어느 하나의 과로 보는 것에는 무리가 없을 듯하다. 그러나 그것이 명확히 어떤 것을 형상화하였다는 판단을 하기까지는 많은 자료들이 더 필요하다.

바로 아래에는 머리의 끝이 비교적 둔하며 꼬리지느러미가 갖고 가슴지느러미가 한 쪽은 둘, 다른 한 쪽은 하나인 고래가 그려져 있다. 그 오른쪽에는 머리 부분이 비교적 뾰족한 유선형 고래의 몸통에 작살이 하나 그려져 있다. 가슴지느러미는 양쪽 모두 끝이 두 갈래로 갈라져 있다. 꼬리지느러미는 한 쪽이 넓게 다른 한쪽은 좁게 그려져 있다. 작살이 그려진 고래의 왼쪽에는 머리와 몸통 등 두 부분의 포착 시점을 달리하여 그린 고래 형상이 있다. 그 왼쪽 곁에도 같은 종으로 보이는 고래가 한 마리 그려져 있다.

이들은 좌우 대칭의 비교적 균형이 잡힌 몸통을 이루고 있다. 입과 가슴지느러미 사이의 간격이 비교적 먼 것으로 볼 때, 이들은 보리고래나 브라이드고래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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