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자율화에 대한 견해
학교자율화에 대한 견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4.24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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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평등화’란 명제 때문에 지난 10여년 동안 각종 규제에 묶여있던 공교육은 부정적 결과만 남겼다. 이런 부분들을 쇄신키 위해 신 정부가 발표한 ‘학교 자율화 3단계 추진계획’은 그간 좌파적 이념을 가진 개인, 단체들이 시행했던 획일, 평등자세 대신에 자율, 경쟁체제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평가 할 만하다.

그러나 약도 잘 못쓰면 독이 될 수 있듯이 규제완화가 원래의 취지를 벗어나면 방종, 무질서로 변하기 마련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근자에 발표한 교육 자율화 안은 규제폐지, 경쟁을 그 근간으로 삼는 만큼 이에 반하는 상대적 문제점 또한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과부가 규제 폐지한 0교시 수업과 우열반 편성, 심야수업 허용은 반대한다.

중, 고등학교에 0교시 수업이 허용될 경우 학생 건강이 가장 염려스럽기 때문이다. 이 수업이 시행될 경우 대부분 학생들이 아침식사를 못하고 등교할 것이란 정도는 지난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는 바이다. 오전 7시 40분에 시작되는 0교시 수업에 참여하려면 최소한 7시에는 집에서 떠나야 한다.

이런 상황에 처한 중, 고교생들이 아침식사를 거르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아침 일찍부터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학부모들과 당사자인 학생들 다수가 반대하는 수업을 굳이 실시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우열반 편성은 학생들 사이에 괴리감을 조장할 우려가 있어 바람직하지 못하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 볼 때 학년 전체에서 한 학급만 우수생들이 편성되고 나머지는 모두 열등반이 돼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에 따라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나 수업을 받는 학생들의 자세가 달랐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현행 수준별 이동수업이 다소 문제점이 있긴 하나 학생전체의 학력신장면을 고려하면 우열반 편성보다는 장점이 많다.

학생 건강측면에서나 효율적 면에서나 학교에서 심야수업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현재 울산 인문계 고등학생의 경우 평일 정규수업 7시간, 보충수업 2시간 등 합계 9시간을 수업 받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오후 7시30분부터 야간 보충수업을 더 한다는 것은 건강상으로나, 학습효과 측면에서나 옳은 일 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학교재량에 따라 행하는 사설모의고사 실시는 찬성한다. 그 동안 학생, 학부모, 교사들 대부분이 일체적으로 동의하고 주장했던 부분이 바로 이 ‘사설기관 출제 시험’실시였다. 특히 인문계 고3의 경우 과거 교육부 산하 기관 및 각 시, 도교육청 주관 출제 문제만 다루도록 강제하는 바람에 일선 교사들이 수험생에 대한 종합적 평가를 할 때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다. 학교의 선택에 따라 시험을 제한 없이 실시하는 것이야말로 학교자율화의 기본이다.

이와 같은 모든 문제는 ‘자율’이란 열쇠를 넘겨받은 교육현장이 어떻게 이들에 대해 대처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달라진다. 지금까지의 관행을 고려해 볼 때 울산의 교육현장이 이에 대처하는 양상은 대저 두 가지로 나뉠 듯 하다. 학생, 학부모 및 교육관계 기관의 여론을 수렴하는 공립학교 측과 ‘막무가내’식으로 나갈 사립 쪽으로 이분화될 것이 가장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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