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는 사라져야 한다
산업재해는 사라져야 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4.2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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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영 검사팀장 기고

지금으로부터 약 10여년 전 타 지역에서 안전검사부장직을 맡았을 때의 일이다.

그 당시엔 요즘보다 재해율도 높았고 사망재해인 중대재해도 심심치 않게 발생되던 시절로 ○○군에 소재한 ○○약품 원료 공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되었다는 급보를 받고 달려가 상황을 파악해 보니 약품원료 생산시설중 하나인 메타놀 가스홀더(Methanol Gasholder) 피트 부위를 청소하다 사망 1명, 중상 1명이 발생한 중대재해로 내용을 살펴보니 사망자는 책임감이 강한 해병대 출신으로 갓 결혼하여 딸 하나를 둔 안전과 A대리(당시29세) 그리고 중상을 입은 자는 현장작업자인 B계장(당시43세)이었다.

목격자 진술에 의하면 사고의 발단은 중상을 입은 B계장이 메타놀 가스홀더 피트를 청소 하려고 피트로 들어가는데 “안전보호 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로 무작정 들어가 머리를 숙이다 푹 쓰러졌다”고 하며 그는 바로 안전과로 전화를 했고, 전화를 받은 안전과 A대리는 인근 소방서 119구급대에 신고를 한후 바로 사고현장으로 달려가 그 역시 당황하고 다급한 나머지 아무런 안전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 피트로 들어가 B계장의 상반신을 잡고 당기다 갑자기 푹 쓰러졌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 결과 안전과 A대리는 현장에서 사망하고 현장작업자 B계장은 119구급대에 의해 산소호흡을 하면서 인근 병원으로 후송했다고 한다.

그 피트는 가로40cm, 세로40cm, 깊이50cm 정도로 사람이 들어가면 움직이기 조치 힘든 구조였다.

사고원인 조사를 한 결과, 메타놀 가스홀더 피트에는 누출된 메타놀이 축적되어 있었는데 현장작업자 B계장은 보호구인 방독마스크 또는 송기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청소를 하려고 피트에 들어갔다가 누출된 메타놀 가스를 흡입한 채로 쓰러졌으며 피재자를 구하려고 달려온 안전과 A대리는 역시 당황하고 급한 마음에 보호구인 방독마스크 착용해야 된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은 채 사람부터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흥분된 상태로 달려가 호흡이 가쁜상태에서 피재자를 붙잡고 당기는 순간 호흡에 의해 빨려 들어간 메타놀 가스의 양이 치사량을 넘어 질식하여 현장에서 사망했고, 그에 반해 중상을 입은 피재자 B계장의 경우는 편안한 상황에서 청소를 하였고 피트에 들어가서 일을 하다 쓰러진 관계로 폐로 흡입된 메타놀 가스의 량이 치사량보다 상대적으로 적었기에 급히 출동한 119 구급대에 의해 응급조치를 받고 인근에 있는 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다 다시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이송하여 목숨은 구했다는 것으로 중대재해는 일단락이 된 줄 알았다. 그 사고 발생 3개월 후 ○○약품 부근에 있는 동종 업체를 방문하여 후일담을 듣게 되었는데 너무나 비통한 마음에 다시 ○○약품을 방문하여 생산부장으로부터 정말 엄청난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피재자인 안전과 A대리는 해병대 출신으로 ○○약품의 안전관리자로서 사명감을 갖고 살아가는 의기양양한 모범적인 사원으로 2년전 결혼하여 돌을 앞둔 딸과 사랑하는 아내와 일찍 남편과 사별한 홀어머니를 부양하며 읍내에서 단란한 삶을 살아가면서 주위의 사람들이 칭송하는 효자이며 가장이었으며 남편을 잃은 아내는 우울증에 빠져 아무도 신경 써 주지 않은 상황에서 어린 아이를 업고 울면서 아파트 주변을 방황하다. 끝내는 아파트 15층 옥상 꼭대기로 올라가 아이와 함께 투신을 하고 말았다는 기막힌 사연이었다.

안타까운 이야기를 듣고 사망재해를 당한 그 유가족들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황망할까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더 가져보는 계기가 된 것이었다. 한편 지난해 우리 울산지역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62명으로 2006년의 72명보다 14명이 줄어든 상황이었지만 6일마다 1명이 사망했다는 결론이다.

이 얼마나 고귀한 인명을 빼앗아가 버렸는가? 그리고 그 가족들의 아픔은 어떻겠는가? 이러한 고통속의 애환을 끊어버리고 사망재해 뿐만 아니라 산업재해가 사라질 때까지 “ 우리는 일하는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킨다”라는 한국산업안전공단의 미션아래 오늘도 우리는 안전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송수영 검사팀장. 한국산업안전공단 울산지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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