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중에 어느게 본모습인가요?
둘중에 어느게 본모습인가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11.2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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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켓에 간 어떤 부인이 물건을 다 고르고 계산을 하려고 하자, 점원이 친절하게 말을 걸었다.

여점원 : 물건 사신 걸 보니까 주부신가 봐요? 처음 들어오실 때 뵙고는 아주 젊은 아가씬 줄 알았어요.

종업원의 칭찬에 부인은 기분이 좋아 되물었다.

부인 : 그래요? 내가 몇 살이나 돼 보이는데요?

여점원 : 20대 후반 같으시네요.

부인 : 호호. 그렇게 봐주니 고맙네요.

조금은 거만한 태도로 우쭐해하던 부인, 하지만 종업원은 다음말로 쐐기를 박았다.

여점원 : 뭘요. 저희 가게에서는 요즘 뭐든지 30%씩 할인해 드리는 행사를 하고 있거든요.

친절한 듯 하면서도 약올리는 저 판매원, 친절한 여직원과 약 올리는 여직원 중 어느 게 본 모습일까?

내가 강의 중 잘 써먹는 방법이 있다. 유머말투 훈련의 방법 중 하나인 건달 흉내를 능청스럽게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선 칭찬해준다.

“너무 잘 하시네요. 저런 분은 둘 중 하나입니다. 저렇게 악당 연기를 잘하다니 유머천재거나 아니면 원래 자기 성격이거나 둘 중에 어느 게 본 모습인가요?”

교실에 있는 청중들이 박장대소한다. 똑같은 사람이 유머천재가 되기도 하고 건달 같은 성격이 되기도 한다. 한 가지 행동에 두 가지 해석을 해주는 것이다.

얼마 전 한 교회 세미나에 가서 강의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진행자가 MBC의 TV특종 진행자인 김범도 아나운서 아닌가? 그 교회 성도입장에서 사회를 보며 강사를 소개하게 된 것이다. 근데 은근히 초빙강사에게 시비를 건다.

“오늘 유명한 강사님을 소개하겠습니다. 근데 나보다 덜 유명한 것 같네요. 그래도 난 일주일에 공중파 방송에 한 번 씩 나오잖아요.”

하긴 할 말이 없다. 나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출연하지만 공중파방송과 여기저기 지방 송을 왔다갔다하다보니 덜 유명한 건 사실. 지방방송 영향력이 미약하다보니 오죽하면 농담 중에 지방방송 좀 끄라는 말도 있잖은가. 물론 나야 전국의 지방방송을 순회하며 출연하는데 국민강사라는 무한한 자부심을 가진 터. 어쨌거나 저쨌거나 강사소개하면서 이렇게 태클을 걸어오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보통 사람이라면 아마 화를 내거나 기가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머강사에게 내공을 시험해 오는데 가만있을 수 없는 일. 마이크를 잡자마자 되로 받은 것 말로 돌려주었다.

“강의장에 숱하게 섰지만 이렇게 공격받기는 오늘이 처음이에요.”

그러자 청중들이 배꼽을 잡는다. 그러면서도 어떤 논리를 펼지 귀를 집중하고 있다.

“김아나운서는 태클을 걸었지만 전 칭찬하겠습니다. 왜 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고 누구 눈엔 누구만 보인다잖아요.”

그러자 청중들이 또 한 번 폭소를 한다. 이 정도면 복수는 한 것 같은데 마이크를 잡은 김에 이자에 덤까지 얹어서 갚아주기로 했다. 왜? 지금 마이크는 내 손안에 있고 복수는 나의 것이니까.

“티비 볼 때마다 김 아나운서 참 잘생겼다고 생각했어요. 참 꽃미남으로 나오죠, 여러분?” 그러자 김범도 아나운서 기분이 좋아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린다. 잠시 후 자신이 어떤 운명에 빠질지도 모른 체. 정말 인간은 한 치 앞도 모르는 존재인지.

“근데 아깐 못 알아봤어요. 오늘은 저 분이 분장을 안 했잖아요. 분장했을 땐 분명 엄청 미남인데. 우리나라 분장의 기술이 이 정도로 탁월한지는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방송국 얼굴과 평시 얼굴 둘 중에 어느 게 본 모습인가요?”

잘 생긴 건 원판이 아니고 순 분장발이란 말에 박수와 웃음이 동시에 터져 나온다. 그 중 김아나운서가 가장 크게 박수를 치고 좋아하는 걸 보니 아마 내 유머센스를 테스트해본 결과 대만족이었나보다. 똑같은 사람인데 꽃미남이 되기도 하고 평범한 아저씨 얼굴이 되기도 한다.

한 사람에게 있는 두 가지 상반되는 모습을 찾아내기가 이 화법의 핵심이다.

상대의 주장이나 요지를 두 가지로 단순화 한 후 당신이 원하는 건 이 중 어느 것이냐 라고 제시하는 건 상대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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