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유적으로 만나고 싶은 초정약수
문화관광유적으로 만나고 싶은 초정약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11.13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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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들녘에 자리 잡은 샘에는 예로부터 물맛이 좋았다고 한다. 그 대표적인 샘이 중구 병영2동에 있는 산전샘으로 400여 년 전부터 이곳에서 자연수가 솟아올라 병영일대 주민들의 식수로 이용했다고 알려졌다. 멀리는 대구지역에서도 이물을 마시기도 했다고 하니 그 물맛이 뛰어나긴 했나보다. 영남알프스 1천m 이상의 산정에서 받은 천수(天水)는 깊은 계곡에 담아 울산사람들의 목을 적셨다.

1749년 발행된 울산 최초의 읍지인 ‘학성지(鶴城誌)’에 ‘초정유석정기미여초고명(椒井有石井基味如椒故名)-초정에는 돌샘에 물이 나는데 그 맛은 제피나무 맛과 같다’고 기록됨으로써 전국에 알려지게 됐다. 강길부 국회의원이 지은 ‘땅이름 울산사랑’에 따르면 웅촌면 지역에 약물 초정(椒井)이 있었으므로 초천 또는 초정이라 했다.

여기서 초는 향기롭다, 산초나무 초(椒)라 해서 향기가 유별남을 알려주고 있다. 산초의 잎을 갈아 추어탕에 넣어 먹을 때 풍기는 그 맛이다.

초정이 있는 초천은 화장산 아래의 회야강변에 있는 약수천(藥水泉)이다. 이 물이 흘러 회야호에 담기고 다시 흘러 온산읍의 삼평리를 지나 강양리에서 진하해수욕장에 안기는 회야강 줄기에 속한다. 초천 물가에 천연으로 된 암석 깊은 곳에서 쏟아 내는 거품 섞인 이 약수는 겨울에는 따뜻하고(冬溫), 여름에는 시원하며(夏冷), 물맛이 쌉사르(辛酸)하여, 마시면 체증이 내려가고, 목욕하면 풍(風)을 고쳤으며(治風通滯), 또 설탕을 타면 사이다의 맛이 나서 여름철에는 청량음료가 되기도 했다고 알려 준다.

어릴 때 이곳의 약수로 만든 오복사이다를 사서 마신 적이 있는데 얼마 전 마침내 그 자리를 찾았다. 위치는 읍지에서 이미 확인했으나 안내판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찾을 수 없었다. 여러 차례 온 뒤에 겨우 찾았는데 아무튼 그저 실망했다. 붉은 빛을 띤 돌 틈새 여러 곳에서 약수가 퐁퐁 솟아 나오고 있었는데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주변이 방치된 채 오물과 함께 자리하고 있어 맛보기가 꺼림칙했다. 그래도 맛은 봐야겠다 싶어 혀끝에 대어 오래 전 그 물맛을 기억해 내려고 뇌의 기억 주머니를 찾았으나 그 맛을 기억해 낼 수 없었다.

울산은 산과 바다 계곡과 들에 문화유적지가 산재하다. 지질시대인 공룡들이 뛰어논 골짜기를 비롯하여 일제강점기 대한독립을 외쳤던 대한광복군 총사령 박상진의사의 생가가 울산의 정체성을 받치고 있다. 물론 많은 수의 박물관을 잉태해 내는 그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가 보다하며 이해하면서, 울산의 곳곳에 산재한 문화유적들은 뒷방 늙은이마냥 이제는 찾아오려나 하며, 스스로를 기억해 내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청송의 주왕산에서 샘솟는 달기약수는 청송 지역의 대표적 문화관광자산임을 다 안다. 주왕산 골짜기를 가득 매운 관광객들은 아마도 청송하면 달기약수에 삶은 백숙 맛을 떠 올릴 터이다.

얼마 전 이 초천의 상류에서 약수가 솟는 것을 찾아냈다는 보도를 접하고 그 곳을 찾았더니, 이미 초천리의 옹기골을 찾으러 다니면서 답사한 곳이었다. 암반을 뚫고 솟아오르는 이 약수는 철분과 탄산수를 주성분으로 하고 있으며, 톡 쏘는 탄산 성분은 하류 쪽이 더 하다고 알려져 있다. 아쉬움이 있다면 초천 들판의 초정약수가 음용수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검사표를 살펴보면 음용수에서 총대장균이 발견되었고 물의 경도인 끈적거림이 기준치 보다 많았으며 망간, 아연, 철 성분이 많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그러함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이 약수가 조선시대에 최초로 발견 된지는 알 수 없으나, 그 때만 해도 초정약수는 풍을 고치며 복용할 때는 체증이 내려간다고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에 성리학자로서 언양읍 대곡리 반구서원에서 배향하는 경북 성주사람 한강 정구(寒岡 鄭逑 1543~1620) 선생이 이곳에 와서 목욕을 했으며, 노계 박인노(蘆溪 朴仁老 1561~1642)가 방문하여 남긴 시가 전해 온다. 노계 선생은 ‘신농씨(神農氏) 모를 약(藥)을 이 초정(椒井)에 숨겼던가, 추양(秋陽)이 쬐이는데 물속에 잠겼으니~~(생략)’라 노래하면서, 철 성분으로 붉은 주변의 모래벌판을 가을의 붉은 태양에 비추어 묘한 풍치를 그려내고 있다. 지금도 이 초정약수터 주변은 1억년전 공룡들이 남기고 간 발자국이 불쑥 나타날 듯한 암석들이 찰랑거리는 물속에서 벌판을 이루고 있다.

인문지리와 울산의 문화적 가치를 내세울 때 결코 손색이 없는 초정약수터 정자에서 이글거리는 추양에 취해 옛 사람들의 그 풍류에 기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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