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바람’
서울 ‘바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7.12.20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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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전 쯤에 청주에 사는 친척이 전화를 걸어왔다. 올해 수능을 친 아들이 있는데 필자가 글을 쓰고 있다니까 논술에 대해 상의 하려고 연락했던 터 였다. 용건은 간단했다. “정시 모집까지 시간이 열마 남지 않았는데 지금 시작해도 되겠느냐” 와 “서울로 가서 논술지도를 받으려고 하는데 효과가 있게느냐” 였다. 둘 다 소용없는 일이라고 대답 해 줬다.

궁금한게 있으면 다시 연락하겠노라 면서 그 분은 전화를 끊었다. 며칠이 지나도 소식이 없길래 직접 연락을 취해 봤다. 그 집 아들은 이미 서울로 가고 없었다.

논술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 끝에 “수업료는 얼마 쯤 되더냐?” 고 물었다. 상대방이 머뭇거리 면서 대답을 망설이 길래 “백 만원? 하고 되 물었다. “그 정도라면 말도 하지 않겠다. 가 그의 대답이었다. 상황으로 봐서 수 백 만원은 준 듯 싶었다.

울산 고등학교들 대부분이 이번 주 중에 학기 말 고사를 끝내고 다음 주에 약 45일 정도의 겨울 방학에 들어 간다.

고등학생들 중 일부는 방학 기간 동안 서울 소재 사설 입시학원이나 소위 ‘기숙형 입시학원’ 이란 곳에 간다고 한다.

기숙 학원의 경우, 수업료와 숙식비를 합쳐서 150만원 정도 들고 개인 용돈까지 계산하면 한 달에 200만원 정도는 집에서 보내야 한단다.

서울 편중 현상이 정치, 경제, 문화 부분 뿐만 아니라 사교육 분야까지 침투한 것을 보면 사사롭게 볼 수 만은 없게 됐다.

지난 70,80년대 만 해도 새로 임명된 각료의 학력을 보면 지방대학 출신들이 더러 있었다. 지금은 거의 없거나 가뭄에 콩 나듯 하다.

이번대선에 출마했던 후보들만 봐도 지방대 출신은 아예 없다.

그래서 요즘은 서울지역에 있는 대학을 통칭 소위 ‘서울대’라고 한다는 비유까지 생겨 났다. 게다가 신문에 이름 깨나 실리고 세칭 유명인사란 사람들 대부분은 출신 대학이 서울지역이니 어떤 부모가 자식을 서울로 보내려고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가관인 것은 이런 인사들이 이구동심 하는 말이다. ‘서울로 대학 보낼 필요 없다. 지방에서 다녀도 충분하다’고 가식적인 말을 쏟아 낸다.

자신들이야 이미 거쳐 간 과정이니까 아무렇게나 말 해도 될 런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은 그럴 수가 없다.

서울로 보내야 뭔가 된다는 주위의 말에 귀가 솔깃해 지고 시류에 뒤지지 않게 하고 픈 것이 부모 마음이다.

모두 다 이해한다. 하지만 ‘사람은 낳아서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낳아서 제주도로 보내라’란 옛 말에 상대적인 문귀를 하나 쓰고 싶다.

‘소문 난 잔치 먹을 것 없다’ 이다. 많은 사람과 다양한 요소들이 모였으니 독특한 부분과 뛰어난 인재도 있겠지만 가짜와 ‘빛 좋은 개살구’ 들도 많은 곳이 서울이란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명의는 원래 심심 산골에서 나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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