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가 바다에 뛰어 든 까닭은
멧돼지가 바다에 뛰어 든 까닭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10.2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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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는 소나 돼지처럼 발굽이 두 개인 우제류(偶蹄類) 동물로 분류한다. 멧돼지가 바다로 들어갔다가 잡혔다. 이놈이 바다로 간 까닭과 얼마 전에 발생한 구제역, 그리고 이상기온과도 연관성이 있는 걸까?

과거에 우리나라에는 우제류를 포함한 야생동물이 구제역에 걸리거나 전염시킨 발병 사례가 없으나 1934년에 처음 발병 보고가 됐다. 그 후 2000년, 2002년 그리고, 2010년 1월 경기도의 포천과 연천에서 발병하여 전국적인 발병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불가리아에서 사냥한 야생 멧돼지에서 구제역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보고도 있다.

돼지에 비해 비교적 멧돼지가 병원체에 강하다고 하는데 발병 이유는 축사의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백악기 말 지구상에 살아 있는 공룡ㆍ암모나이트ㆍ각패ㆍ이노세라무스 등이 절멸하여 생태계에 큰 변혁이 생겼다. 공룡들이 한꺼번에 사라 진 까닭 중 하나는 6천500만년 전 운석이 지구에 떨어지며 생긴 충격이나 화산 폭발 같은 자연재해 등으로 화산재가 발생함에 따라 지구의 식물들이 탄소동화작용을 할 수 없게 되니 먹이 사슬이 파괴되고 기후가 크게 달라져 빙하기가 도래하였다. 엄청난 어둠과 추위를 견딜 수 없는 생물체는 멸종했으며 이 대량 절명 시기에 간신히 살아남은 포유류는 현재에 이르는 번영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천전리 너럭바위를 보면서, 경상도 지역 일대가 호수의 가장 자리였을 즈음에 공룡들이 발자국을 남기고 사라진 후에 나타났다는 포유류가 이른바 원시고래다. 백악기 말 대규모의 해침(海浸)이 원인이었는지 또 다른 이유에서였는지 육지동물이 바다로 들어가서 포유류인 고래의 조상이라는 메소닉스(Mesonyx)로 진화하였다고 한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진흥원이 펴낸 ‘한반도 연안 고래류’에 의하면 ‘메소닉스는 원시 육식성 젖먹이생물로서 고래의 선조’라고 한다.

과학잡지 뉴튼(Newton) 2002년 1월호는 “포유류의 시대가 시작된 신생대 초 지구는 이미 중생대 백악기 때부터 계속된 온난한 기후의 연속이었으며, 열대ㆍ아열대성이 삼림에 퍼져있었다. 포유류는 먼저 이 삼림에서 진화를 시작하게 된다”고 기록했다.

한참 지나서 지구의 육상포유동물과 원시고래(Archaeocetes)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했다는 암블로세투스(Ambulocetus)가 나타난다.

이 생명체는 바다에서 육지로 상륙한 후 다시 바다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고래의 조상으로 짐작하며, 포유동물 중에서는 상당히 큰 덩치를 자랑하는 신생대 초기의 포유류로 분류하고, 악어와 비슷하게 생겼으며 바다로 들어가 멸종하였다고 추정하고 있다.

암블로세투스에서 육상포유동물과 바다포유동물 사이에 연결고리를 발견했다는 주장은 1994년 1월 사이언스(Science)에 실린 한 논문에서 였다. 이 논문을 기초로 하여 미국 신문들은 ‘걸어 다닌 고래로 생각되는 화석’을 머릿기사로 미국 전역에 이 기사를 게재하였다.

발견자들은 그들이 발견한 생물을 암블로세투스 나탄스(Ambulocetus natans)라 명명하였다. (ambulate=걷다, cetus=고래, natans=수영하다). 그들은 이 생물체가 땅에서는 걸었고 동시에 물에서는 수영했다고 한다.

사이언스 올제, 2002년 6월호의 기사에 따르면 ‘초기의 원시고래(Archaeocetes)에 속한 메소니키드(Mesonychidae 科)가 육지에서 바다로 옮겨간 후 5천500만년전~2천500백만년전에 멸종하였다고 보며 그 화석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우제류형 복사뼈를 가진 흔적이 있어 메소니키드가 고래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으나 현재까지는 미확인 상태이다’고 했다.

멸종된 메소닉스(메소니키드)는 작은 개처럼 생겼으며, 현대의 소, 양, 사슴, 돼지, 하마 등이 속한 우제류에 가깝고, 분자유전학적인 증거 또한 고래와 우제류가 깊은 진화적 연관관계가 있으며, 먹이가 완전히 다른 것은 먹이 환경의 변화에 적응했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음을 주목한다.

멧돼지가 바다에 뛰어 들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우제류인 멧돼지와 고래의 조상’이 떠올랐으며, 눈앞에는 무더운 날씨 속에 지구가 먼지에 둘러싸여 햇살이 안 보이는 듯한 상상을 해보게 된다.

어떤 징조일까? 멧돼지가 바다로 뛰어 들면서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지구의 기후환경문제에서 살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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