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사람 떠나보내기
미운사람 떠나보내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10.11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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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에 다녀온 순이 엄마는 무척 속이 상했다. 이웃집 여자가 생일 선물로 남편에게서 화장품 세트를 받았다고 자랑했기 때문이다. 순이 엄마는 남편에게 막 신경질을 부렸다.

“옆집 짱구 엄마는 생일 선물로 화장품 세트를 받았는데 당신은 뭐에요? 지난달 내 생일 때 통닭 한 마리로 때우고.”

그러자 순이 아빠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쯧쯧, 그 여자 참으로 불쌍한 여자구먼.”

“아니, 그 여자가 불쌍하다니 무슨 말씀이에요?”

“짱구 엄마가 당신처럼 예뻐 봐, 화장품이 뭐 필요 하겠어? 미워할 수 없는 남자다.

사랑해서 미운 사람이 있고 정말 싸가지 없어서 미운 사람이 있다. 조직에서도 동네에서도 미운 사람 꼴 보지 않고 살 노하우는 없을까?

프랑스의 정치지도자 클레망소에게 신문기자가 물었다.

“지금까지 본 정치가 중에서 누가 가장 최악입니까?”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 최악의 정치가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게 정말 입니까?”

그러자 클레망소가 분하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저 사람이 최악이다 싶은 순간 꼭 더 나쁜 사람이 나타나더군요.”

클레망소는 정치인들을 욕하면서 동시에 용서해주고 있는 듯하다. 악인의 문제점을 직시하면서도 악인을 미워함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해방시켜주는 묘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광복 이후 우리는 이 노래를 불렀다. ‘압박과 설움에서 해방된 민족’

제국주의자의 압박이나 독재로부터의 압박도 괴롭지만 스스로 지고 다니는 압박에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자기가 지은 감옥에서 해방돼 보자. 미운 짓하는 사람보다도 사실은 미워하는 사람이 더 고통 받는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남을 미워한다는 것, 기실은 자신을 파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마치 검지로 남에게 손가락질하면 나머지 세 개의 손가락이 자신을 향하는 것처럼.

좋은 사람은 떠나가서 문제고 미운 사람은 또 봐서 문제다. 우리는 미운 사람을 향해 빨리 사라지라고 고사를 지낸다. 하지만 그런다고 떠난다면 미운 사람이 아니지. 밉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어 보자.

정말로 미운 사람을 생각해보라. 좋다. 그를 잠시 늑대라고 부르자. 늑대를 만나기 전엔 누가 미웠나 떠올려보라. 그 사람을 멧돼지라 칭하자. 늑대 전엔 멧돼지가 미웠다. 그러나 막상 늑대가 나타나자 멧돼지는 아무 것도 아닌, 어쩌면 인간적인 사람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렇다. 사람의 감정은 상대적이다. 지금 늑대의 말투, 늑대의 웃음, 늑대의 몸짓 하나도 끔찍할 정도로 밉지만 살다보면 조만간 늑대보다 더 한 미운 놈을 당신은 만날 것이다. 그러면 그를 미워하게 되고 늑대에 대해선 잊게 될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지금부터 늑대에 대한 미움은 걷는 게 어떨지.

미운 사람을 생각하며 외쳐보라. 그래 이 놈아 이 미운 놈아. 너보다 더 미운 놈에 비하면 훨씬 덜 미운 놈아. 이젠 널 내 기억 속에서 해방시켜주마. 그러니 내 머리 속에서 잘 가렴, 몸조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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